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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오석중의 살아가는 이야기] 밴쿠버의 전설, 장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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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3-30 19:06 조회4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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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0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나의 가게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거기 혹시 지금천리, 아니 오석중씨 계시나요?" 

아마 목요일이었을 것이다. 9시에 열어서 늦은 9시까지 하는 날이라 일하다가 집에서 한 시간쯤 쉬고 가게에 나갔더니 아내가 어떤 사람이 쎄시봉에서 알던 사람이라고 서이원(梨園)이라는 사람, 아니 박경호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었다고 전한다. 

나는 65년부터 67년까지 3년 동안, 68년 2월 군 입대를 할 때까지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학교처럼 직장처럼 매일 들락거리던 학생이었다. 

당시 경희대학교 국문과에 다니면서 경희대 대학신문인 대학주보사에서 일하던 친구가 사십 몇 년 만에 나의 소식을 어떻게 들었는지 연락이 온 것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64년에 학원에서 공부를 할 때 아래층 음악감상실 디쉐네에서 들려오는 비틀즈의 노래가 마음을 송두리째 뺏어가 가뜩이나 못하는 공부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 안이 매우 궁금했었다. 

당시에는 음악감상실도 많이 있었다. 

종로1가 쯤에 클래식 르네상스 감상실이 있었고 광화문에 아카데미, 종로2가 디쉐네, 그 길 건너에는 뉴월드가 있었다. 

나는 쎄시봉에 정착(?)했고 거기서 그를 만났다. 

쎄시봉에는 그 친구와 나, 두 사람의 시 쓰는 학생이었고 진지한 대화도 하는 등 친하게 지냈다. 

DJ로는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다니던 구자흥, 신청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던 당산동에 살던 여자DJ 김순희가 있었다. 

매주 주말에는 대학생의 밤이라는 공연프로도 있었다. 

각 방송국의 성우나 PD들(이백천, 피세영, 이선권, 이장순, 김강섭 등)그리고 가수들도 많이 왔다. 

주간한국의 정홍택 기자가 '성점감상실'이라는 난을 공개취재로 진행했었다. 

요즘 나온 쎄시봉이라는 영화는 그 후 68년부터 70년대 초를 무대로 삼고 있다. 

위치가 무교동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무교동이 아니고 종로와 무교동을 가로지르는 서린동이다. 

당시 그 골목에는 양조장도 있었고 막걸리집도 있었다. 

요즘은 쎄시봉에서 노래 부르던 조영남을 비롯해 송창식, 윤형주, 등이 전설로 불리는가보다. 그 전에는 가수 장우, 박상규도 있었는데 그들도 지금은 전설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전설은 오래전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말이나 이야기. 주로 어떤 집단이나 민족의 내력이나 사물에 대한 것을 주제로 삼는다. 
전(傳)이 뜻하는 바와 같이 전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 오는 통시간적(通時間的)인 존재이며, 이 시간에 따라 널리 전파되므로 넓은 공간에 파급된 문화 형태라고 하겠다.

전달하는 내용, 전달하는 사람, 전달 방법, 이것을 수용하는 사람, 그리고 어떤 변화가 있다는 점은 언어나 문학, 언론과 비슷하지만, 일정한 형식과 내용이 결합한 형태로 전하는 과정을 수없이 대를 물려서 현재까지 이르렀다는 시간의 여과(濾過)와,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살아남은 것만 전승되었다는 점이 다른 문화 현상과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아무 것이나 전설이라고 할 수 없고, 전설은 일정한 민족 또는 지방에서 민간에 의해 내려오는 설화인데, 신화가 신격(神格) 중심이라면 전설은 인간과 그 행위를 주제로 이야기한 것이다. 

전설은, ① 말하는 화자와 듣는 청자가 그 이야기의 사실을 믿으며, ②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기념물이나 증거물이 있으며, ③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어 역사에서 전설화했다든가, 혹은 역사화의 가능성이 있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전설에 대한 사전적 해석은 이렇다.

그러나 요즘 방송을 보고 있으면 "전설을 만나다" "살아있는 전설"등 흔하게 전설과 만날 수 있다. 전설이라곤 "전설의 고향" 밖에 모르던 나는 새로워지고 사실적이 된 전설 덕에 전설이라는 말과도 상당히 친근해졌다. 

나는 30년 이상을 밴쿠버 근교 도시인 칠리워크(Chilliwack)에 살고 있다. 

근래 더욱 더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장방길이다. 

그는 보석 세공업을 하면서 보석보다 더 빛나는 사람이었다. 

밴쿠버의 문화서클, 예술적인 활동을 왕성하게 하다가 고인이 된 밴쿠버의 전설이다. 

올해로 그가 타계한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서 강으로 올라오는 철이 되면 칠리워크 강에 어김없이 나타나곤 했던 사람, 일요일 그가 항상 자리 잡은 낚시터에 가면 약속 없이도 언제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당시로서는 큰 돈을 써서 밴쿠버에 극단 하누리를 창립했다. 

공연도 열심히 했다. 사진작가인 그는 밴쿠버 사진동우회를 만들고 지금은 고인이 된 치과의사 홍성화, 최종성씨등과 밴쿠버 한인 기우회, 그리고 당시 호프에 살던 현우성씨와 수석회를 열심히 챙기던 사람이었다. 

덕분에 나는 여기 먼 이국에서 예술의 목마름을 다소 채울 수가 있었다. 이런 좋은 친구를 정말 전설처럼 먼저 보내고 이제 나도 노인이 되었다.

방송에서는 흔히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전설 장방길, 밴쿠버의 자존심과 같던 장방길을 몸은 이미 고인이 되었더라도 나는 그가 살아있는 전설이 아닐까 한다.

장방길 형! 그는 지금도 칠리워크 강, 그만의 낚시터에서 낚시를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장형 덕분에 우리 모두 전설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더욱 더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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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중 (시인/수필가)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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