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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오석중의 살아가는 이야기] 쇼핑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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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3-16 09:14 조회3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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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줌마가 도움이 안되고 귀찮기만 한 남편을 어떻게 하면 치울 수 있을까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남편을 팔기로 했다. 

그런데 늙은 영감을 하나만 판다면 팔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다른 영감을 하나 더 사다가 2 for 1에 팔기로 했다. 

하나 값에 둘을 사는 걸 모든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점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다. 거기까지는 좋은 생각이었다. 그런데.....이 아줌마는 남편을 잘 팔수 있었을까?
 
남자는 필요한 물건을 두 배의 값을 주고 사고 여자는 필요 없는 물건을 반값에 산다는 말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쇼핑이 하기 싫은 일이라서 꼭 필요한 물건마저도 아내에게 사달라고 부탁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다고 하지만 내가 처음부터 쇼핑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딴에 멋을 부린다고 남방셔츠도 맞추어 입고 양복도 맞춤집에 가서 맞추어 입었다. 

양복 같이 비싼 옷은 나름대로 절약하는 방법도 있어서 여름 양복은 얇으니까 진한 색으로, 겨울 옷은 늦은 가을부터 초봄까지 입어야 하니까 옅은 색을 선택하곤 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이민을 오고 신발 고치는 가게에서 일하는 시간이 나의 생활의 대부분이 되고부터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산다는 일이 거의 불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돈이 없으니 절약해야 하니까, 그러다가 무엇을 산다는 것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고 그렇게 살다보니 나의 쇼핑하는 실력은 날이 갈수록 퇴보하고 점점 기피하게 되었다. 

청소를 한다든지 꽃을 가꾼다든지 하는 집 안팎의 모든 주(住)에 관한 일, 옷차림이나 어떤 신발을 신느냐 등에 관한 모든 의(衣)에 관한 일,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라는 식(食)에 관한 모든 일이 아내의 소관사항이 됐다. 좋거나 싫거나 매일 쇼핑을 해야 하는 아내의 실력은 날로 수준이 높아졌다. 

지금 나는 겨울에 여름 남방을 입고 나간다든지 여름에 겨울 바지를 입고 나가다가 아내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우리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물건을 사는 일은 아내가, 물건을 파는 일은 내가, 돈을 쓰는 일은 아내가, 돈을 갚는 일은 내가 도맡아서 하는 분업화가 이루어졌다.
 

물건을 사는 일(쇼핑)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특정한 물건을 사려고 가는 방법과 사려는 특정한 물건이 없이 갔다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사는 방법. 전자는 나의 세대, 나의 세대의 남자들, 특히 쇼핑을 노동으로 생각하는 남자들이 물건을 사는 방법이고 후자는 물자가 흔해진 요즘 젊은 세대, 여자들, 특히 요즘 세대의 젊은 여자들이 쇼핑하는 방법이다. 하긴 꼭 필요한 물건만 사러 가게에 가는 일은 쇼핑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사실 물건 사는 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것, 영화를 보는 것, 등 거의 모든 행위에서 우리는 두 가지 방법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한다. 전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극장에 가야만 했지만 근래에는 얼마든지 보고 싶은 영화를 집에서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극장에서도 한 가지 영화만을 상영하지 않는다. 시를 쓰는 행위도 시를 읽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것과 원하는 것을 정해놓고 찾는다는 점에선 쇼핑과 같다.

쇼핑은 돈을 물건으로 바꾸는 행위다. 그리고 선택하는 행위다. 물건을 사려면 선택을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중에서 선택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쇼핑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선택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choose ② choice ③ option ④ select ⑤ pick 이렇게 다섯 가지나 된다. 

나는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살지만 원어민이 아니므로 개별적으로 미세하게 다른 의미를 구별하지 못하지만 선택을 의미하는 단어가 여러 가지로 풍부하게 만들어져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영어와의 문화적 차이를 유추해볼 따름이다.
 

음식을 하기위해 장을 보는 방법도 두 가지다. 

우선 무슨 음식을 할 것인가를 정한다. 그리고 거기 들어가는 식자재를 사러간다. 음식을 할 줄 모르고 먹기만 하는 사람(특히 남자들)은 시장에 가서 계획 없이 무조건 식자재를 사가지고 오는 줄 알지만 모르시는 말씀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목적이 없이 그냥 장을 보는 일은 지극히 드믄 일이다. 

여자들은 먹고 있는 순간에도 먹는 걱정, 즉 무엇을 먹을까? 어떤 음식을 만들까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여자들이 옷 쇼핑에 그렇게 몰두하고 몰입하는 것도 자유로운 선택을 갈구하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는 점 이해가 되고,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정말로 선택이란 무엇일까?

병문안을 가기위해서 복숭아를 살 것인가? 파인애플을 살 것인가는 분명 선택이다. 

소고기를 먹느냐 양고기를 먹느냐는 선택이다. 그러나 파인애플 통조림을 선택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잘랐느냐에 따라서 다시 선택해야 한다. 

슬라이스(slice) 쳥크(chunk) 크러쉬(crush) 등 어떻게 자른 걸 사느냐는 결정이 또 기다리고 있다. 

상점은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을 다양하게 제공하지만 소비자가 선택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어떻게 구운 고기를 먹느냐 어떤 양념을 한 것을 먹느냐의 선택은 분명 다른 종류의 선택이다. 

이런 선택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택이 아닌 부수적인 선택이다.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에 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선택이면서 진정한 선택이 아닌 선택이라고 말하니 어째 말장난 같다. 그렇지만 내가 죽느냐 사느냐를 선택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기본적인 선택이라면 어떻게 사느냐 혹은 어떻게 죽느냐를 선택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수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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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중 (시인)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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