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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오석중의 살아가는 이야기] 질문하는 나이, 대답 하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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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6-22 12:08 조회4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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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하원칙(六何原則)은 기사문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여섯 가지 요소를 말한다. 여섯 가지 요소는 순서대로 누가(who, 何人), 언제(when, 何時), 어디서(where, 何處), 무엇을(what, 何事), 어떻게(how, 如何), 왜(why, 何故) 이다. 영어로는 영어 글자 머리글자를 따서 <5W 1H>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어떤 기사문이나 이야기에 쓰이는 육하원칙에서 특별히 무엇이 궁금한가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이겠지만 나는 그 중에서 <왜>가 가장 궁금하다. 나는 어려서 질문이 많은 아이었다. 그 때도 나의 궁금증은 <왜>가 가장 많았다. 소설이나 학술서적에서도 누가, 언제 어디서는 대충 읽고 머릿속은 <무엇을, 왜>가 항상 궁금했다. 이런 성향은 내가 아는 이야기나 지식이나 상식을 남에게 말할 때는 적합하지 않다. 구체적이지 않고 이미지만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시험을 잘 볼 리도 없고 남들에게 조리 있게 말을 잘 전하지도 못했다. 지금 나의 시의 대부분에서 보이는 명사도 고유명사가 아닌 대부분 보통명사로 쓴 것도 우연이 아니다.

 

무엇인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는 적성이고 취향이고 그 사람의 색깔이므로 그 사람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나 하루하루 늙어가는 요즘 내가 과연 무엇을 궁금해 하는가 궁금한 것이 있기는 있나 생각해 볼 때가 많아졌다. 날이 갈수록 호기심이 없고 궁금한 게 없어지고 알고 싶은 것이 없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당연히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은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나마 내가 하는 질문이 단지 <누가> <언제> <어디서>만 관심을 갖는다면, 나의 관심사는 소문이나 남의 개인사, 연예인의 신변잡사가 궁금한 수준과 다를 것이 없다. 무엇이 궁금한가는 적성 이상으로 자신의 품위도 결정짓는다. 재미만 있다면 재미 뒤에 오는 허전함, 무언가 공허함, 씁쓸함만이 남을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질문보다 대답하게 되는 일이 많다.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먼저 배운 지식과 경험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았으니 자신이 했던 실수를 젊은 사람들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노파심, 착한 마음도 있다. 또 알려주고 싶은 자신만의 노하우도 있다. 그래서 말이 많아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에게 잔소리꾼으로 명명 받기에 이르고 매일 같은 말만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남녀가 만나서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는 연애할 때가 아닌가 한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하지 않는 이유는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하는 질문도 "숙제는 했니?" "밥은 먹었니?"와 같이 내용이 없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더 이상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자신만이 갖는 특별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가던 상점도 멀게만 느껴지고 쇼핑도 하지 않는다. 돈을 쓰기 싫어서가 아니다. 만약 당신은 아니라면 당신은 아직 젊은 사람이다. 매뉴얼을 꼼꼼히 읽어야 하는 복잡한 물건은 더욱 더 기피한다. "난, 이렇게 사는 게 좋아"라고 합리화 아닌 합리화를 주장하며 현재에 안주한다. 오랜 동안 잘 쓰던 전자제품이 고장 나서 새로 사야 한다면 새로운 상품에 대한 기대로 들뜨는 기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당연히 더 이상 만들지 않는 제품을 찾아다닌다. 이것은 과거를 찾아다니는 일이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없다기보다는 아는 것이 없다.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모르면 배워야 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아내에 대하여, 아이들에 대하여 배워야 한다. 무궁무진한 그들의 마음속을 탐험해보자. 호기심을 가지고 궁금하게 생각해보자. 그것이 우리를 젊게 한다. 젊은 마음으로 살게 한다. 우리들의 궁금증은 반드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들의 호기심은 개론이나 원론처럼 기본적인 데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대화를 즐겨야 한다. 대화처럼 내가 가진 것과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많이 나눌 수 있는 것이 또 없다. 질문이 필요한 나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내가 원하는 대답을 정하지 말고 원하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말자. 그냥 물어보자. 알고 싶다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니까.

 

물건 사기와, 사랑하기는 배우는 시간이다. 상점에 진열된 물건도 세월이 지나면 발전한다. 지금 진열되어 있는 물건은 더 이상 과거의 물건이 아니다. 새로운 물건과 젊은이는 동의어다. 변해가는 새 시대에 호기심을 가지는 시기가 좋은 때이고 재미있는 시간인데 그것이 싫다면 스스로 맛있고 멋있는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다.

 

오석중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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