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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오석중의 살아가는 이야기] 호랑이의 가죽과 당신의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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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세익기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8-10 13:18 조회3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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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말하던 시절은 갔다. 

 

요즘 사람들은 죽어서 지갑(재산)을 남긴다. 그리고 사람들은 얼마를 남겼는가가 관심사다.

 

그 사람이 얼마나 가지고 있나, 얼마나 썼나, 얼마나 남겼나가 관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은 사람의 돈이 자신에게 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해도 흥미를 돋우기는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일을 했으며 성품이 어땠는지는 뒷전이다.

 

왜일까? 우리는 숫자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오류가 있다. 숫자로 표현되는 것은 정확하고 확실하고 분명하다고 믿는다.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나 감성에 대한 부분도 그렇게 표현하면 더 구체적으로 느낀다.

 

예를 들면 "당신을 많이 사랑해"보다 "당신을 억만금보다 더 사랑해"가 더 사랑이 많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과장하고 거기 익숙해져 있다. "나는 당신이 참 좋다"라는 표현도 '많이 좋다'로, '너무 좋다'로, '완전 좋다'로 발전(?)해 간다.

 

문법상으로나 문맥상으로 틀린 표현인 너무, 완전 따위의 과장된 표현은 사회 현상을 대변하기는 하지만 바른 표현도 아닐뿐더러 국어의 아름다운 발전을 위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다른 나라 말인 영어보다 국어 교육에 더 애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긴다. 누구에게? 곰도 가죽을 남긴다. 밍크도 가죽을 남긴다. 누구에게 남길까?

 

우선 그 동물 자신을 잡은 사람에게 가죽을 남긴다. 동물을 잡고 죽이고 그 동물에게 가죽을 남기게 하는 사람들은 그 가죽이 필요할까?

 

그 동물들은 자신의 가죽을 그들에게 남기고 싶었을까? 사냥꾼은 그 가죽의 가치, 곧 교환가치인 돈을 원하지 가죽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기에 남길 것이 고기와 가죽밖에 없는 동물의 가치는 현금화로 만들어진 가치밖에는 없는 걸까?

 

그 가죽이 좋아서 가죽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그 가죽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자신이 지불한 가격? 현재 그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시세?

 

무엇이 그 동물이 남긴 가죽의 가치를 정하는 걸까?

 

옛 사람들의 이름처럼 요즘 사람들이 남기는 지갑(통장)은 무엇을 위해서 남기는 걸까?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통장(지갑)을 남긴다.

 

그것이 비록 적자통장이라 하더라도 무언가 남기지 않을 수 없다. 적자통장을 남기는 사람이 드물기는 하겠지만 적자통장의 가장 큰 수령자는 자식이거나 국가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국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법적으로 적자통장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반대로 그 통장에 많은 돈이 들었더라도 받지 않을 권리와 자유가 없는 건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물려받기를 원하는 돈이 가득 들어있는 통장을 누구에게 남기는 걸까?

 

남기는 사람의 의지대로 하고 싶다면 유언장을 작성하라고 변호사는 권한다. 그러나 어떻게 쓰라고 까지 명령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쓰기를 바라거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 쓰는 사람에게 남길 수 있을 뿐이다. 남을 시키는 일이 모두 그렇듯이 말이다.

 

<눈으로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귀로는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머리로는 남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훌륭한 사람이다.>

 

<실패, 그것으로 해서 스스로 나의 존재가치를 깨닫는다면 실패, 그것은 이미 나의 재산인 것이다.>등의 좋은 말씀을 남긴 유한양행의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는 가장 존경받는 방법으로 자신의 통장을 사회에 남긴 사람이다.

 

그는 인간의 일생을 2기로 나누어, 전기에서는 부(富)를 축적하고, 후기에서는 축적된 부를 사회복지를 위하여 투자하여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를 실천한 위대한 인물이었다.

 

이런 생각을 지니고 그것을 실천한 사람들은 통장이나 지갑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이름도 남긴다.

 

나의 지갑은 누구에게 남기는 것이 좋을까? 내가 죽을 때 남기는 통장의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내가 죽을 때 남기는 것이 통장이든 이름이든 또 어떤 정신이든 그것의 가치는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른 마음이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며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무엇을 누구에게 남기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살아있을 때 작은 것이라도 남을 위해 무엇인가 줄 수 있다면 미처 다 쓰지 못하고 죽어서 남기게 되는 지갑에도 삶의 가치와 행복을 함께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석중.gif

오석중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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