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40살 격차 이어준 편지 32통 "청춘의 고통은 약이 되리니 … " >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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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책 속으로] 40살 격차 이어준 편지 32통 "청춘의 고통은 약이 되리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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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1-10 16:20 조회5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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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75·오른쪽)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현진(34) 작가. [사진 좌린]

가장 사소한 구원
라종일·김현진 지음
알마, 254쪽, 1만3800원


질문하는 청춘과, 답하는 노(老)교수. 대학 강의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 책 한 권으로 엮어졌다. 가차없이 질문하라고 등 떠미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사실 질문은 쉽지 않다. 내용, 타이밍, 주변 시선 등 생각해야 할 게 많아서 막상 질문은 자꾸 작아진다.

산다는 것을 주요 질의응답으로 다룬 이 책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질문 타이밍은 시도 때도 없이, 속이 끓는 분노에 휩싸일 때 김현진씨는 라종일 교수에게 e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기탄없이 오간 편지 32통이 공개됐다. 라 교수는 “이야기된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당신이 그 고통을 글로 쓸 수 있을 때 당신은 비로소 낫게 될 것이다”고 독려했고, 청춘은 할 수 있는 가장 사소한 구원이라는 편지 교환에 매달렸다.

두 사람의 인연도 활자로 맺어졌다. 예전에 김씨가 쓴 책을 보고 라 교수가 먼저 연락을 했다. 집도 절도 배경도 없는 도시빈민이자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자칭하는 김씨와 정치학 박사, 교수, 주영·주일대사, 대학 총장을 거친 라 교수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김씨가 선생님께서 정의하는 행복은 무엇인지 묻는다. 라 교수는 “인생에서 경험해야 하는 쓰라림이나 환멸에 대한 가장 큰 약이 바로 삶이란 어려운 것이고 이 세상에서의 장밋빛 기대란 대부분 가당치 않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이었을 것이다. (중략) 행복에 대한 집착이, 그 참기 힘든 가벼운 추구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다.

성장기의 상처가 많은 김씨가 슬픈 마음을 토해낸다. 자꾸 자기비판하며 술로 도망치는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라 교수는 “문제는 상처 자체가 아니라 그 상처에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위로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을 제외한다면 문제는 본인이다. 그 결과에 대해 본인이 책임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충고도 곁들인다.

대화는 개인사를 넘어, 세상사를 오간다. 남녀간 사랑, 노인 문제, 교황 방문, 한국의 미래, 종교 문제, 성형 등 청춘의 질문은 많다. 사실 미숙하여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정해진 길 위로 척척 걸어가라는 세상의 내침에 청춘들은 지치지 않았던가. 김씨가 구원이라고까지 한, 라 교수의 답신이 반갑다. 그가 걸어온 인생의 이야기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건네는 조언이 든든하다. 무엇보다 “귀한 지혜는커녕 일신의 처신도 제대로 가늠 못하고 늘 혼란과 방황을 겪은 사람”이라는 고백과 “문제제기만 하지 말고 자기 의견도 들려달라”는 소통의 자세가 청춘의 닫힌 마음 문을 열게 한다.

세대차로 인한 세상 문제를 풀어가는 열쇠가 여기에 있을 것 같다. 거침없이 질문하고 솔직하게 답한다. 마지막 답신에서 라 교수가 건넨 말이 잊히지 않는다. “누군가에 손을 내밀어 붙들어주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붙들어 일으키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사람 사회의 가장 중요한 진리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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