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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한나의 우아한 비행] 순성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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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1-02 11:58 조회4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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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걷는 600년 서울, 순성놀이 18.6km'

 

아름다운 가을날 서울 성곽길을 걷는다는 이 매력적인 제안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2017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한양도성을 널리 알리고 잘 보존해 미래 세대까지 이어지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려는 취지도 좋았다, 인왕-백악(북악)-낙산-목멱(남산)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길을 걸으며 600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새로운 서울을 만나는 시간.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감탄하는 일에, 함께 할 길라잡이도 있고, 길벗도 있다니 외롭지 않을, 낯선 길에 대한 안도감이 있었다. 물론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자신이 내딪어야 할 걸음 마다 의미를 붙힐테니, 서울을 여행객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이번 주말의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다.

 

한양도성을 도는 순성놀이에 대해 유득공 [경도잡지]은 “성을 한 바퀴 빙 돌아서 도성 안팎의 풍경을 구경하는 멋있는 놀이인데, 새벽에 출발해서 저녁 종 칠 때에야 다 볼 수 있었다. 산길이 깍은 듯이 험해서 지쳐서 돌아오는 사람이 많았다” 라고 기록한다. 10시간 동안 내사산을 따라 한양도성을 걸으며 주요 지점마다 도성길라잡이의 역사해설이 곁들어졌다. 삼백 여명과 함께 아침 여덟 시에 출발해 저녁 여섯 시에 도착하는 긴 여정만큼 성취감도 컸다.

 

600년 역사의 도시, 18.6km 성곽 중 15km을 천만 시민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의미는 아름답다. 문화유적이 얼마나 오래되었냐 보다는 현시대와 어떻게 함께 하느냐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길라잡이의 말이 오래도록 남는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순성놀이는 서울살이에 자부심까지 느끼게 해준다.

유홍준 선생은 북악산과 서울성곽은 서울의 크나큰 축복이라 했다. 도심 속에 이런 수려한 산을 갖고 있는 도시가 지구상 어디에도 없으며 서울성곽은 한양도성의 울타리로서 북악산에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더해준다고 했다. 이 유적이 지닌 자연과 인공의 만남 또한 환상적임을 칭송했다. 국가 보안상의 이유로 북악산은 시민에게 개방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시절 이런 아름다운 공간을 대통령이 혼자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미안하고 안타까웠다며 임기 4년만인 2007년 4월5일 서울성곽 전면 개방이 이루어졌다. 신분증이 있으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북악산에 외국인 신분으로 올랐다.

 

서울성곽에 대한 내 관심을 기특해 생각해준 어르신들, 사진 찍기 위해 매년 참가한다는 블로거, 서울공무원 시험이 합격돼 서울을 더 알고 싶어 신청했다는 아가씨, 연인, 동료들과 함께 온 이들과 동행했다. 산이 가파르면 손잡아주고, 사과반쪽을 나누며 격려하는 길벗들이 있어서 끝까지 완주 할 수 있었다. 건너온 봉우리를 돌아 보며 살아온 인생의 여정을 생각해본다. 삶의 숱한 발걸음이 내 수고로만 된 것 같지만, 하늘의 은혜 아닌 것이 없다. 산길의 오르막과 내리막의 공평함으로 죽을 것 같은 고통 또한 지나가는 섭리를 상기했다. 내딛는 걸음만큼 깊어질 수만 있다면, 하늘 닮은 사랑이 내게도 솟아날 수 있다면, 이렇게 해서 하늘에 닿을 수 있다면, 하늘까지 걸어가고 싶다는 고백을 했다. 그 걸음이 고단했지만, 놀이는 진정 즐거웠음을. 두 다리로 온전히 한양 도성을 느낀 날, 온 맘으로 하늘을 찬미했다. / 김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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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곽을 걸으며 역사 흔적을 느끼는 사람들 <사진 = 이한나>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5:25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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