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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한나의 우아한 비행] 여행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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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8-22 12:21 조회3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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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길에서 만난 장면들은 모두 내 가슴속에 묻어 두었다. <사진 - 김한나>

 

여행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나를 만나는 여정

       

프랑크푸루트 공항에 내려 기차를 타고 친구가 사는 도시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비행기가 두 시간 반을 연착하는 바람에 기차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45분. 친구가 공항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초행길을 걱정했는데, 빠듯한 시간이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프랑크푸루트 기차역을 향해 냅다 달리는데, 등이 가볍다. 백팩을 비행기에 두고 내렸다. ‘미쳤어’ 한참을 다시 돌아가 가방을 찾고 20여 분 남은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죽어라 뛰어' 공항을 나오는데, 누가 나를 잡는다.

 

“한나!”

 

친구다. ‘여기가 어디지? 왜 그녀가 여기에 있지? 여기가 슈투트가르트였나?’ 순간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기차 시간이 촉박해 쩔쩔 맬까 직접 운전해서 왔다는 설명을 한다.

 

‘나 혼자 갈 수 있는데’ 를 중얼거리며 그녀와 포옹했다. 이십년 벗이 좋다. 나를 먼저 찾아 달라는 약속을 지키려고 내가 헤매지 않도록 아우토반을 달려왔다. 이렇게 그녀와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내내 신실한 길벗이었다.

 

여행은 인생에 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 한다. 낯설고 외롭고 서툰 길에서 더 사람다워지길 기대하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를 걷고 싶었다. 일상에서 분리돼 낯선 곳에 나를 놓으면 내 존재의 기본 감각은 살아날 것이고,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에 놀라워하며, 공기 중의 온갖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지도와 길을 비교하다 마음껏 헤매기도 하고, 지도를 가방에 구겨 넣고 감을 따라 걷기도 했다.

 

거리에 빠져들어 하염없이 걷다가 여러 번 길을 잃고 일행을 놓치기도 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길을 묻고 거리에 집중하며 친밀해졌다. 내디딘 길 위에 온전히 나를 내어놓았다.

 

서울에서부터 총 여행 거리 19,890 km, 방문 도시 여덟 곳,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시작해 중부의 하노버, 동부의 베를린, 드레스덴, 체코 프라하로 내디뎠고, 다시 남부 하이델베르크와 뮌헨까지 닿았다. 한 도시를 걷는다는 건 그 도시가 품은 이야기를 듣겠다는 것이다.

 

각 도시가 품은 역사와 흔적을 따라 걸었고, 유럽인들이 가진 지독한 문화재 보존 방식에 놀라웠다. 섬세한 건물이 형성한 풍경마다, 길고 뾰족한 탑이 보이는 성마다, 역사 현장이 펼쳐진 거리마다 담긴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매력적인 도시의 여름 밤은 깊어가고 도시의 치명적인 매력을 알아버린 나는 더는 같은 내가 아니었다.

 

도시로 유입될 때 마다 도시 전부를 알고 싶었고, 혹 놓치는 게 있을까 조바심도 내었다. 하지만 깨달았다. 나는 도시 전부를 알 수 없고 그저 내가 그의 일부가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도시 속을 걸을 때 보이지 않고, 물러서야 비로서 마주하는 비밀스런 풍경이 있다. 도시를 떠나며 뒤돌아 멀어져 가는 도시를 바라 보았다. 품은 이야기를 듣고, 한때 내가 일부가 되었던 도시는 더이상 낯설지 않았다, 매번 헤어지기 어려웠다. 

 

가슴에 명장면 하나쯤 간직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여덟개의 도시가 준 각기 다른 감동은 생애 최고의 풍경이었다. 길벗이 된 친구와 여행으로 깊어진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존재를 기뻐했다.

 

내게는 더 없는 선물이었다. 새롭게 펼져치는 그림같은 낯선 도시의 풍경을 눈으로 담고 마음으로 간직하다가 결국은 사진과 글로 기록해야했다. 그렇게 내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인 여행의 기억과 기록은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이 될 것이다. 

 

김한나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5:25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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