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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 정원] 4월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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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4-25 12:25 조회3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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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절규가 아닌 생명의 함성(喊聲)이 들리는 달이다.

 

나뭇가지마다 가녀린 새싹이 돋는 소리, 초목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소리, 새들이 짝을 찾는 소리, 개구리와 벌레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소리, 소리.

 

바람이 약동과 환희를 몰고 여기저기 흔들며 살랑대는 소리가 가슴 벅차다.

 

솟고 일어나고 터지는 새 생명의 여린 숨결을 고르고 연두색 칠을 하는 비단결 같은 봄볕이 싱그럽다.

 

이런 자연의 생생한 움직임이 바로 함성이고 향연이다. 계절이 있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해마다 새봄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혼신으로 듣는 함성이며 누리는 향연이다.

 

비록 꿈으로 이루어졌다 하여도 우리는 온몸으로 만끽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4월의 가슴 벅찬 함성과 향연을 영혼으로 받아들이는 감회는 사뭇 다르기 마련이다.

 

겨울이라는 혹독한 수난과 온갖 풍상을 겪고 난 함성과 향연으로 꽉 찬 4월이기에 사람마다 가슴에 희망을 품게 한다.

 

얼마나 세차고 무정한 엄동의 한파였던가.

얼어 터지고 꺾이고 숨통을 조였던 눈보라의 광란은 또 어떠했는가.

모든 움직임을 억누르고 지워버리고도 속이 차지 않아 아예 삼켜버리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 야멸치게 긴 인고(忍苦)가 내지르는 숭고한 진실의 함성을 자랑스럽게 듣고 있다. 죽음이 곧 다시 사는 것이라는 성인들의 명언을 묵상하는 귀한 시간을 가진다.

 

마침 몇 마리의 독수리가 높은 하늘을 유유히 선회하고 있다.

 

수만 리 장정을 무사히 마치고 남녘에서 돌아온 늠름한 기상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들 독수리도 감동적인 거듭나기 일생을 산다고 한다.

 

독수리의 알려진 수명은 70년 이상이다. 그러나 30년이 되면 거의 빈사상태로 노쇠해서 몸 상태가 나빠진다.

 

단단한 부리는 깨지고 날카로운 발톱은 낡아 무디어지고, 깃털은 모두 빠져서 날기 힘들다. 죽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결단력이 강한 독수리들은 바로 이때 단식에 들어간다. 절벽 틈새에 들어가 이슬을 받아먹고 30~40일 동안 칩거하면서 재생의 노력을 기울인다.

 

바위에 부리를 쳐서 새 것이 나오게 하고 발톱도 뽑아 새 발톱으로 바꾼다.

 

털이 빠진 몸에서는 새 날개 털이 생겨난다. 이렇게 거듭난 독수리는 인고의 보상을 받아 다시 강인하고 위압적인 맹금류다운 삶을 산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은 ‘발달’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마흔 안팎에서 정신기능에 필요한 변화를 이루지 못하면 소위 철부지 ‘내면아이’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바로 독수리의 금식과 같은 거듭나는 자체 혁신의 인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삶을 절대 권장하는 까닭을 거듭 생각하게 한다.

 

미국의 시단에 큰바람을 일으켰던 휘트먼(1819~1892)의 보석 같은 시 ‘보다 힘찬 교훈’을 다시 낭송해 보자.

 

당신은 지금껏 당신을 찬미하며 당신에게 공손하고 당신에게 길을 비켜

주는 사람들의 가르침만을 배워 왔단 말입니까?

 

당신은 당신을 거슬리고 당신에게 버티고 당신을 업신여기며 앞서 가려고 당신과 다투는 사람들의 크나큰 가르침은 배우지 못했단 말입니까?

 

아직도 미생(未生)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이제 여든 네 번째 봄의 함성을 듣는다. 그러나 아직도 내 영혼에 말을 거는 그 함성의 뜻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 안타깝고 송구할 따름이다.

 

자연의 재생 아닌, 완생의 한가운데 서서 이렇게 늙어도 되는가 싶다.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절, 진리와 승리의 함성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나는 언제까지 미완의 자화상을 지켜봐야 하는가?  염치없는 자문을 한다.

 

처음부터 완생은 없다. 우리는 모두 미생이라는 말에 자위하기에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 그러나 나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새봄을 맞아 투박한 겨울옷들을 치우고 신발도 가벼운 것을 꺼냈다.

 

불목한이 미생(未生)을 벗어나지 못할 바에야 미생(美生)으로 바꾸는 노력이라도 계속하기로 했다.

 

 

灘川 이종학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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