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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J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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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2-07 12:17 조회3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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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운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머릿속에 분류표를 그려보게   순전히 J때문이다. 나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과 성향이 다른 사람으로 칸을 나눈 표에서 J 이름은 성향이 비슷한 쪽에 놓였다. 작업하다가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오랜 세월 알고 지낸 사람일수록 나와는 성향이 다른 쪽에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최근에 가까워진 대부분의 사람은 나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부류이다.  아마도 예전의 나는 나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 보다는 다른 면을 가진 사람들에게 매료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절친 중에는 막둥이가  있다.  내게서 풍긴다는 맏이 특유의 안정된 분위기보다는 영혼이 자유로워 보이는 막내들에게 마음이 끌리고  어울렸던  같다. 내가  막둥이와 결혼을 했는지도   같다. 살면서 닮아가고 있지만, 결혼 전의 남편은 많은 면에서 나와는 다른 성격의 사람이었다.

   그러던 내가 변했다.  중년의 나이 때문인지, 타국이란 장소적 특성 때문인지 취향이 달라졌다. 언제부터인지, 나와 다르다고 느껴지는 사람과의 사귐은 버거워하고, 친해지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그와 반대로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뜨끈해진다.  사람이 나와 닮았구나 느끼는 순간, 앞뒤 재지 않은 순수한 호감이  솟는다. J 경우도 그랬다. J 이민 와서 처음 만난 한국 사람이었다. 초보 이민자로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으며 오가는 동안 J 말투와 행동에서 종종  모습을 발견하고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나는  이럴까 자책하게 되는 모습이 그녀에게도 있었다. 친절하고 남한테 싫은 소리는 절대 못하고, 뭔가 부탁 받으면 최선을 다해 마음 쓰고…….그런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J 나처럼 착한 사람 강박증을 앓고 있구나.  신경 쓰느라 자기 자신은 깜빡깜빡 잊으며 살겠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에게는  불만이었던 J 그런 면이 싫지 않았다. 싫기는 커녕 그런 그녀이기에 신뢰가 갔다. J 함께 있으면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 졌다.

  난생 처음으로 프로포즈라는  했다. J에게 친구가 되어달라고 했다.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이그것도 낯선 땅에서 만난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있었을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어쩌면  순간의 나는 J 아니라 내가 아닌 나를 믿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당황하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내가 상처받을까  걱정하지는 않았다. 내가 그렇듯이,  그녀도  놓고 거절하거나 무안 주는 짓은 못할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선뜻 마음을 열  있는 타입 또한 아니라는 것도 모르지 않았다. 나도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 그녀를 이해할  있었다. 그래서 먼저 손을 내밀고 기다려보자는 나답지 않은 뚝심을 품었던 것도 같다.

   년의 세월이 흘렀다.  J 대한 인상은 처음과 같지는 않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나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이  많은 사람이다. 나보다 훨씬 열정적이고, 열정적으로 살아왔고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이웃사촌하기도 쉽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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