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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가을 잎사귀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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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11-03 15:26 조회3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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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검진을 마치고 병원 문을 나서는 문밖,
세상 문밖에서는 자동차가 달리고 비가 달리고 구름이 달리고
 
창틀 안에는 노란 민들레 얼굴들이 줄지어 정물로 앉아 흐르는데
나는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고도 왜 이리
가을이 아픈가
 
가을 이파리들처럼 빈 의자에 앉아 있는 슬픈 얼굴들,
누가 죽었는지 영구차가 나가고 앰블런스는 윙윙 소음으로 들어오고
누군가 앉았다 간 빈 의자는 이 가을을 안고 통곡하는데
누군가 누웠다 간 빈 침대는 푸른 수의처럼 흔들리는데
 
아무 데도 아픈 곳이 없다는 나는
저 가지 끝에 붙어 있는 마른 잎사귀처럼
이 가을이 왜 이리 돌아올 수 없는 강물로 흐르는가
 
하늘 높이 치솟은 플라타너스에게 먼 눈길을 마주하고 선
내 눈은 가을이 자꾸 아파
녹슨 가슴에서 녹물 같은 슬픔 한 덩이씩 푹푹
길어 올리고 있다
 

이영춘 / 시인,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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