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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길 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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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2-22 12:05 조회3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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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졌다. 다시 모였다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저 하늘의 구름도 뭉쳤다 흩어졌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몰려온 바람이 빠져 나갔다 돌아왔다 나갔다. 모두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일을 찾아, 꿈을 쫓아, 욕망을 따라가는 사람들. 무작정 나온 방랑자들, 신비한 세계로 떠나는 여행자들.

차로 릭샤로 자전거로 오토바이로 걸어서 어디론가 가고 있다. 뿔뿔이 흩어져 다들 어딘가로 가고 있다. 그들의 표정과 행색은 각양각색이다. 나도 길 위에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길 위로 나왔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 같지만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잠깐 스쳐 지나간 사람들 중에 각인된 얼굴이 있다. 버스에서 막 내린 한 청춘의 상큼한 미소, 옆 차선 운전자가 퍼부은 눈인사, 오토바이족들이 흩뿌린 웃음들, 땟국 물 범벅인 어린 거지의 허기진 얼굴. 사람들이 모여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곳으로 모인다. 그 가운데에 한 여자가 쓰러져 있다. 머리에 꽂았던 하얀 재스민 꽃이 산산이 부서졌다. 핸드백은 나뒹군다. 경찰이 몰려온다. 방금 전 그녀는 반짝 반짝한 모습으로 어딘가를 향해 쫑쫑 걸었을 것이다.

어떤 날엔 비 오고, 폭풍치고, 햇볕이 나듯, 길 위의 사람들 얼굴도 수시로 변한다. 기뻤다 슬펐다 화났다, 기분에 따라 변하는 얼굴들. 그 사람의 얼굴로 그의 심정을 읽는다. 그가 품은 우주를 본다신호등에서 차가 멈춘다. 달리던 길에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보인다. 길 위에 누워 있는 사람, 앉은 사람, 서 있는 사람, 길 위를 청소하는 청소부, 공사장으로 가고 있는 인부들, 장사꾼들. 사람들의 눈빛도 보인다. 활기찬 눈, 갈망하는 눈, 애련한 눈,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고달픈 눈.

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쭉쭉 가다 막힌다. 기다린다. 달린다. 빵빵거리며 서로 먼저 가겠다고 한다. 실랑이를 벌인다. 다시 막힌다. 샛길로 돌아간다. 갈래갈래 많은 길. 산 자와 죽은 자가 지나가고, 알 수 없는 세상과 연결된 그 길 위로 오늘도 한 치 앞을 모르는 사람들이 한 생을 살아간다.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졌다 다시 모였다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어딘가로 가고 있다.

 

박성희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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