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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날아라,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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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5-02 12:17 조회3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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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녘 매화가 은은한 향으로 머리를 풀었다.

 

다문다문 여리게 핀 진달래 수줍은 품새, 꽃바람 날리는 벚꽃이 깜박 정신을 홀린다.

 

희고 붉은 송아리 철쭉은 질펀하게 뽀얀 목련은 우아한 자태로 분칠한 장미는 내놓고 요염을 떤다.

 

살짝 숨길수록 당기는 법, 감질나야 더 끌리는 데 숨길 줄 모르는 꽃들의 난장.

 

저 치부를 드러낸 필사의 구애. 방사 밖에 수가 없는 지극한 꼴림

어쩔거나, 피어라 생명.

 

 

벌은 꽃을 향해 단숨에 날아든다. 아직 활짝 펴지 않은 봉오리 속까지 내리지른다.

 

그러다 잉잉 호박꽃에 갇히기도 한다. 한번 꽂으면 목숨을 바치는 게 벌의 정신.

 

목숨을 건 몸말, 드러낸 욕망은 차라리 순정하다.

 

나비는 진한 향으로 유혹을 해도 한 걸음에 내달리지 않는다.

 

예 슬쩍 제 슬쩍 곁눈질 해가면서 나울나울 다가온다. 꽃에 앉는 것도 사푼, 속 깊이 들지 않는다.

 

 

수컷은 암컷을 찾아 날아다니고 암컷은 교미 후 산란에 목숨을 건다.

 

쾌락은 순간이고 대 잇기가 지고의 언명이다. 언명이 휘청휘청, 갑작바람 분분 휘날린다.

 

꽃이 열망하는 게 벌 나비가 아니듯 벌 나비의 짝도 꽃이 아니다.

 

다행이다, 동상이몽. 착각 없이 팍팍해서 어찌 살아 내겠는가.

 

꽃 벌 나비, 식상食傷한 봄 풍경이 어엿이 식상式像에 오른다.

 

 
노정숙 / 캐나다 한국문협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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