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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랄라 랄라 케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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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12-13 06:47 조회3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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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거 하자.

아유르베다 마사지 하자. 하루 종일 보트 타자. 향신료에 취해보자. 녹차밭에 빠져보자. 카타칼리 구경 가자.

그래, 가자. 우리는 스파이스 제트 인도 비행기를 타고 코치에 닿았다. 바로 이곳에 지상낙원 케랄라가 있다. 호수의 도시답게 어딜 봐도 맑은 호수와 야자수뿐이다.

발가벗은 몸 위로 향유가 줄줄 흘렀다. 온몸이 미끄럽게 되자 마사지사는 가벼운 손놀림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눌러댄다. 고대 힌두교 건강관리체계 아유르베다. 감각기관과 정신, 영혼을 어루만져 치유하는 마사지에 온몸을 맡긴다.
머리 위 공중에 매달아 놓은 볼에서는 따뜻한 오일이 이마 위로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은근한 향을 지닌 꿀 같은 오일은 머리를 흥건히 적시고, 뒷덜미로 넘어가 땅 아래로 뚝뚝 떨어진다. 온몸이 아유르베다 향유로 범벅이다. 나는 자꾸 몸이 풀려 혼미하다. 눈이 감긴다. 영혼을 쉬게 하자.

그리고, 우리는 하루 종일 보트를 탈 수 있는 호수 강으로 달렸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한척의 하우스보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캡틴과 요리사가 마중 나와 정중히 인사한다. 이 보트는 보물섬으로 가는 배. 분명 어딘가에 보물이 숨어 있으리. 뱃고동이 뿡, 하더니 달달달 호수 위에 물결을 만들며 앞으로 나갔다.

아라비아 해로 흘러드는 44개의 강이 얽혀있는 열대 숲 사이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호수는 수많은 보트들이 밀어내는 물살로 고요할 틈이 없다. 애들은 보트의 일층과 이층을 넘나들며 신드바드가 된 양 모험을 즐기고 있다.

요리사는 수시로 새로운 요리를 해놓고 “써”, 하고 부른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호수. 시원한 바람. 저 하늘과 맞닿은 호수 끝까지 가자. 붉은 노을이 지고 어두워지자 보트는 정박되고, 우리는 보트 안 침실에서 별이 뜨기만을 기다린다. 이젠 하늘에 있는 모든 별들이 비처럼 쏟아질 시간.

음식에 향기가 없다면 맛이 있을까. 꽃에 향기가 없다면 벌이 날아들까. 자기만의 독특한 향기를 가진 사람이 매력적이듯, 음식도 향기를 더하면 맛있어진다.


혀를 즐겁게 하는 맛, 향신료는 ‘지루한 인생의 나날에 생기를 더한다.’는 뜻. 지구의 열매 향신료, 음식의 맛과 향, 색으로 입맛을 촉진시키고 약이 되고 호르몬에도 영향을 준다.

열매나 가루로만 보았던 것들을 향신료 농장에서 식물로 만날 수 있다니 설렜다. 향신료의 여왕 카더몬을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후추, 계피, 코코아, 바닐라나무도 본다. 너트메그, 레몬그라스, 올스파이스, 샤프란, 커피, 커민, 강황, 수없이 많은 식물들의 꽃이나 열매, 씨앗, 뿌리, 껍질, 줄기가 향신료가 된다. 갑자기, 딱 한번 먹어본 여러 가지 향료를 섞은 마살라가 듬뿍 들어간 양고기가 먹고 싶다.

이어서 우리는 몇 시간을 달려 인도 서부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웨스텐 가츠산맥을 넘었다. 산속은 깊었고, 길은 구절양장이다. 고지 1천 7백 미터에 거대한 녹차밭이 보인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잘 짜놓은 초록 융단 같은 녹차밭투성이다. 주변엔 고산지대임을 알리는 듯 뿌연 안개가 드리워져 있다. 은은한 차향에 취하고, 산수화 같은 풍경에 빠진다. 몸과 마음이 영롱해지고 있다. 평온하다. 나는 신선이 된다.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에 몰린다. 혼자서, 둘이서, 단체로 몰려다닌다.

단지 지루한 일상에서의 일탈인가. 새롭고 신기한 것들을 만나고 싶어서인가. 사람들은 왜 여행자가 되길 꿈꾸는가.

중국에 경극이 있고 일본에 가부키가 있다면, 인도엔 카타칼리가 있다. 동양의 3대 연극 중 하나인 카타칼리는 힌두교 대서사시 라마야나,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이야기를 표정과 몸동작만으로 보여준다.

어두컴컴한 무대 위에 등잔불을 붙이자, 악사들이 악기들을 두드렸다. 조명이 켜지고, 얼굴을 원색으로 분장하고 화려한 장식을 한 미녀가 나타난다. 오로지 입과 눈, 몸동작뿐이다. 이어 연두색 얼굴을 한 근엄하고 잘생긴 남자가 영웅의 모습을 하고 등장한다. 미녀는 그에게 마음을 뺏겨 온갖 아양을 떤다. 하지만 여자의 내면을 꿰뚫은 남자는 그녀를 무시한다. 이에 분개한 미녀는 본연의 모습 악마로 변한다. 새카맣고 무서운 얼굴로 영웅을 죽이려고 악을 쓴다. 선과 악의 격렬한 싸움. 결국 악마는 영웅에게 죽임을 당한다. 연극 사이사이에 조명이 꺼지고, 귀를 찢는 악기소리와 가수의 노래가 애잔하다.

한편의 꿈같다. 언젠가 꿈에서 본 듯한 광경들. 멀리서 별찌가 떨어진다. 나는 혜윰에 젖는다. 

박성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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