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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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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12-19 11:31 조회3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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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아닌 온 몸으로 건져 온린 '나만의 작품' 만들고 싶어

 

 

12월이다. 댕그라니 남은 한 장 달력이 한 해의 마지막 출발을 알린다. 십일 개월 지나온 시간과 사연들을 등 뒤로 넘겨 꾹꾹 눌러놓고 창백한 표정으로 앉은 너를 보며 지금은 보낸 한 해의 흐름을 읽고 오는 해의 전망을 세워 볼 때인 것을 깨닫는다. 또다시 송구영신(送舊迎新)을 위해 준비할 때다.

 

TV 예능 방송 중에 K팝 스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꿈을 가진 누군가 기회를 잡는 순간순간에 그의 노력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어 즐겨보는 방송이다. 비록 어린 참가자들이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진심과 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나이든 어른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도 있다. 최근 그 방송이 여섯 번째 시즌을 시작했는데 덧붙여진 이름이 ‘THE LAST CHANCE’다. 이번을 끝으로 더 이상의 시즌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미 타 회사 소속으로 연습생 활동을 하고 있거나 음반을 내고 데뷔를 했으나 활동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력자에게도 문을 열고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난 어떤 시즌보다 기대되는 마지막 기회다.

 

K팝 스타 오디션은 수준급의 세 심사위원이 있어 더 빛이 난다.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큰 이유가 폐부를 찌르는 한 마디 그러나 받아들이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심사 평을 듣는 재미에 있다. 그들은 가수로 출발하여 음악가 혹은 예술가로 성장하고 연예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가로 자리 잡은 사람이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에 올라간 사람은 남다른 아우라가 있다. 세 심사위원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로 그들의 방송을 실감이 나고 흥미롭게 이끌어 간다.

매번 심사위원은 참가자에게 말한다. 요즘 가요계의 흐름은 그냥 입으로만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라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과 표현으로 본인의 얘기를 하듯 노래를 부르는 진정한 아티스트를 찾는다. 뭔가 새로운 것으로 관심을 끌어내라고 강조한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자꾸만 새로운 것을 찾게 되는데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조금씩 다를 뿐이다. 그들은 다르므로 새롭게 느끼고 관심을 두게 되는 개성과 실력,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참가자를 늘 찾고 있다.  

흔히 ‘한 가지 일에 도가 통하면 세상 모든 일에 도가 통한다’고 말한다. 시즌 때마다 그들이 돌아가면서 던지는 심사 평 앞에 알몸뚱이 참가자로 선 나는 나태해진 일상을 깨우는 서릿발 돋는 채찍을 맞고 알토란 같은 당근을 받아먹는다. 이번 시즌 첫 방송에서 4년 만에 재도전한 참가자를 위한 조언이 오래 남는다. 꿈이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꿈을 위해 하루하루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꾸준히 노력하며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K팝 스타의 마지막 기회는 또 어떤 의미로 나에게 다가올지 빨리 시즌 전체를 관통하고 싶은 마음이다.

 

모든 세상의 이치는 하나로 통한다. 문학과 삶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사람은 하루하루의 삶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글의 깊이와 무게가 다르게 표현된다. 한 장 남은 달력을 앞에 두고 한 해를 돌아보니 문학과 삶, 둘 다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올해도 지나간 5년, 10년처럼 허송세월을 살았다. 너무 오랜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고 생각하니 세찬 바람이 쓸고 간 듯 가슴이 휑하다. 이제 더는 생각 없는 허세에 매달려 세월을 낭비할 수는 없다. 모두가 묵은 일상을 버리고 달라서 새로운 앞날을 꿈꾸는 12월이 나에게도 비루한 삶과 문학의 전환점을 찍을 시간이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이달이 달아나기 전에 텅 빈 가슴을 열고 한 그루 나무를 심어야 한다. 해가 바뀌어 다시 봄이 오면 잎이 자라고 꽃이 피고 알찬 열매를 맺을 튼실한 나무를 심어야 한다. 하루하루의 성실한 노력이 뿌리가 되면 언젠가 나무에 아름다운 꽃이 필 것이다. 그 꽃은 단지 손으로만 피우는 글이 아니라 가슴으로 아니 뼛속까지 내려가서 건져 올리는 나만의 표현과 색깔을 가진 글 꽃이다.

 

문학의 길 끝에 피는 진실한 문장文章과 고유한 시어詩語의 꽃!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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