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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먼지가 가라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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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표기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11-27 16:08 조회4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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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교육자입니까, 사업자입니까?”
나는 등록금 용지를 그에게 던져버렸다. 교육자답지 않고 사업자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애들 학교로 새로 부임해온 영국인 이사장이다. 
그런 그가 요즘 텔레비전과 신문에 자주 기사거리로 나온다. 학부모와 학생, 선생들마저 그를 문제 삼고 있다. 나는 그들보다 먼저 그를 한방 먹여서 고소했다.


“당신은 교육자입니까, 지배자입니까?”
인도가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이 언제인데 아직도 그에겐 제국주의자의 피가 흐르는지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것도 인도에서 한 학교를 책임지는 이사장의 직함으로 그들을 무시한다.
인도인의 자랑이자 영웅인 민족주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와 압둘 칼람 대통령의 초상화를 제거하고, 애국가가 길다며 짧게 만들고, 인도의 독립기념일은 자기나라에겐 아주 슬픈 일이라고 막말을 한다. 


학생들에겐 수업시간 10분전까지 입교를 못 하게 막고, 교실에 선생이 없으면 문을 잠그게 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교실을 드나들 수 없게 하며 점심시간에는 빨리 밥을 먹으라고 엄포를 한다. 교장이 자기 편을 들지 않고 학부모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도 했다. 
내국인 학교 선생들을 국제학교로 옮기라고 협박하고 거역하면 선생을 못하게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자신이 배불뚝이면서 인도인들을 뚱땡이, 닭 대가리, 못생겼다고 조롱하고, 여선생한테는 스위티와 허니라고 부르며 성희롱까지 했다. 이런 모욕을 견디다 못한 학부모들과 선생들은 이사장을 경찰에 신고하고 시위에 나섰다.
학교는 며칠간 문을 닫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시위는 계속 됐다. 매체는 이 사건을 다루기에 바빴다. 한 영국인이 자신의 나라를, 위인을, 인도인들을 욕보였으므로. 참을 수 없었다. 가만히 잘 있는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기에.


그가 새 이사장으로 온 뒤로 학교는 걱정과 불만이란 먼지가 풀풀 날렸다.
그 먼지는 우리에게도 날아왔다. 우리가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비싼 국제학교를 고집할 필요 없이 정통 인도학교로 교육제도가 좋고 등록금이 싸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애들이 입학하고 한 학기가 끝나자 학교는 국제학교를 신설했다. 영국 캠브리지 교육방식으로 외국인 교육비는 3배 ~ 4배 비싸다. 우리는 회사에서 국제학교 학비가 전부 지원됐지만, 비싸서 인도 교육방식을 계속 받기로 했다. 그러나 뉴질랜드 출신 전 이사장은 우리가 처음에 인도학교로 입학했으니 국제학교로 옮기면 특별히 내국인 등록금을 지불하게 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래서 우리 애들은 3년을 다른 외국인들보다 싸게 다녔다. 


전 이사장이 병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자 영국인 새 이사장이 들어와 잘 운영할 것처럼 기대를 부풀게 하더니 기존의 틀을 깨고 제 멋대로 학교를 홀라당 뒤집어 놓았다. 먼지는 바람처럼 불었다. 갑자기 생일을 8월 기준으로 학년을 올리거나 낮추거나 했다. 이에 반발하는 학부모는 자기 뜻을 칼로 자르듯 굽히지 않고 똥 고집을 부렸다. 배움에는 순서가 있는 법인데.
큰 애는 생일이 늦다는 이유로 한 학년이 내려가 배운 것을 또 배워야 했고, 둘째는 생일이 두달 빨라서 2학년에서 4학년으로 뛰어넘었다. 
시행을 하려면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부터 해야 옳다. 더구나 비 영어권나라에서 온 학생들은 영어가 어렵다. 우리에겐 더 이상 내국인 학비를 받을 수 없다며 외국인 학비를 내란다.
우리는 이 문제로 이사장과의 면담을 반복했다. 그때마다 그는 억지를 부리며 싱글싱글 웃는데 돈만 밝히는 능구렁이 같았다.
“학교가, 교육자가 왜 거짓말을 합니까?”
나는 한 번 더 쏘아붙이고 등록금 용지를 그에게 내던졌다. 


오늘 자 신문은 그가 학교 관리자들에 의해 학교에서 꼴 좋게 쫓겨났다는 뉴스를 전한다. 흩날리던 먼지는 그만 가라앉았다.

 

박성희/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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