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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받아들인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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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5-04 13:03 조회3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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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쓸어 올리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깜짝 놀랐다.

 

머리카락 사이로 숨어 있는 흰 머리가 엄청나게 자리잡고 있는 거였다.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조심스레 다른 쪽 한 가닥도 올려보지만 마찬가지였다.

 

이제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어쩔 수 없이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언제나 청춘이고 싶은 마음이지만 세월을 비껴갈 수 없다는 생각에 갑자기 우울해졌다. 아직까진 젊다고 생각했는데 변화된 내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지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엔 이런 신체적인 변화와 더불어 심리적으로도 많이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된다.

 

예전엔 아내가 나를 향해 공감을 못해줘서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고 얘길 하곤 했다.

 

지금은 거꾸로 내가 공감을 받고 싶어서 자꾸 누군가가 내 말을 들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점점 외롭고 나 자신이 작아져 간다는 느낌마저 든다. 반면에 별로 말이 없었던 아내는 당당해지고 자기 주장도 분명히 한다.

 

받아들이고 싶진 않지만 이렇게 몸도 마음도 약해지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의기 소침하며 점점 지질해 지는 남자가 되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저녁에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요즘 유난히 말이 많아지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 딸아이를 향해 한마디 했다.“요즘 사춘기 같은데.” 하고 넌지시 말을 건넸더니, 펄펄 뛰며 아니라고 받아 친다. 옆에 있던 아내가 말을 거들었다.

 

"지금 네 나이에 사춘기가 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야. 엄마도 아빠도 그런 시기를 지나왔단다. 오빤 사춘기 때 지금 너보다 더 심했지. 방문도 꼭 닫고 말도 안하고 지냈지 아마.

 

네가 사춘기라고 알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니까 너무 걱정 마.”그런 엄마의 얘기에도 딸아이는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듯 별로 반응이 없다.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아직은 아니라며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말처럼 내가 흰 머리가 나는 것도 딸아이가 사춘기인 것도 지금 그 나이에 접하게 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다 일어나는 일이고, 한 번은 겪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가 하는 마음의 문제에 달린 듯하다.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은 건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받아들인다는 건 내가 힘들고 불편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고, 한 단계 성숙해 가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받아들인다는 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마음, 자신 있고 당당하게 인생을 살아가게 해주는 자존감을 찾는 지름길이 아닐까.

 

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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