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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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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세익기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8-10 12:20 조회3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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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으로 만든 낡은 설피 한 짝

댕그러니 다락방 구석에 남아 있다

그것은 나의 뿌리일까

이방異防 사람이 살던 집 마당에 서서

전생 어디쯤 머물렀던 흔적을 찾는다

칠월 땡볕 사이로 바람 한 점 후욱

아지랑이처럼 아련하던 기억

비 그친 뒤 죽순처럼 쑥쑥 돋아난다

부끄러운 일도 눈물 나는 일도

분노해야 하는 일은 더욱 없었다

그저 버려진 마음의 상처 그뿐

바다를 건너온 푸른 그리움에

벗은 발 숨을 죽이고 방문을 열지만

가시나무 산딸기 울타리에 찢겨

소리도 없이 스러지는 바람

그것 역시 나의 뿌리일까

한여름 달밤 산딸기 나무 그늘에 앉아

설피처럼 오래된 시간들을 생각한다

밤이 깊어갈수록 보이는 것은

모든 사물을 배경으로 선명해지는 가시

뿌리도 내 안에 정들지 못하면

가시로 돋나 보다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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