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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쇼핑은 나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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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9-14 12:36 조회3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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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쯤 맘껏 쇼핑을 할까? 영화 '귀여운 여인' 에서 쥴리아 로버츠가 리처드 기어 같은 부자를 만났을 때 하는 그런 쇼핑은 여자들이 한번쯤 꾸는 꿈일 것이다.

 

꿈은 꿈일 뿐... 30%, 40% 세일한다는 쿠폰을 이 메일로 날마다 받고 있지만 막상 아이들 옷이라도 사러 나가서는 들었다가 놓고 다음 날 다시 가서 만지작 거리다 돌아오고 그 다음은 그 물건은 사라지고... 세일을 하지 않는 물건을 사는 일은 바보가 되는 것 같고 막상 세일 품목을 보다 보면 맘에 차지 않고 남들은 어디서들 쇼핑을 하는지 참 잘도 입고 다니는 것 같다.

 

  결혼 이후 유학생활부터 시작한 나는 뭔가를 쇼핑하는 일이 참 어렵다. 그나마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는 쇼핑이 그로서리 쇼핑, 식료품 쇼핑이다.

 

음식이라면 서양음식부터 일본, 중국, 이탈리아, 멕시코, 인도 등 다양한 식 재료를 골라서 살 수 있다. 그렇더라도 아직까지 치즈와 와인 종류를 고르는 일은 어렵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필요로 하는 식 재료는 자신 있게 쇼핑할 수 있다.

 

그 외 필요한 옷을 산다거나 신발, 집안의 가구부터 부엌살림, 인테리어 제품 등을 쇼핑하는 일은 어렵다. 몰라서도 어렵고 비싸서도 뭔가를 선뜻 살 수 없는 것이 지금의 '나'다. 결혼 할 때 혼수라는 것 일체를 생략하고 딱 이불 한 채와 냄비 한 세트를 사서 남편이 공부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 스튜디오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방이 따로 없는 스튜디오이다 보니 침대 하나면 꽉 찼다. 식탁은 근처에 사셨던 고모님께서 주셨고 책상과 책장 하나 이것이 우리 집의 가구 전부였다. 

 

계절이 바뀌면 시누이와 어머니께서 계절에 따른 옷이며 멸치 다시마 등 밑반찬까지 한국에서 보내주셨으니 쇼핑할 일이 없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은 세계의 명품이란 명품은 다 모여있는 상점이 즐비한 곳이다. 하지만 학생이었던 신분으로 명품은 눈 구경만 하고 살림은 더욱 검소하게 살아야 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고 아이를 돌보느라 쇼핑은 더더욱 멀어진 듯하다. 돈도 써 본 사람이 쓸 줄 안다고 한 15년 쇼핑을 안 하다 보니 막상 해야 하는 시점에 와서도 뭘 사기가 겁이 난다.

 

그런 우리 부부가 전 재산을 걸고 해야 하는 주택쇼핑에 나섰다. 작년에 집을 내놓고 이사를 계획했는데 처음 집을 내놨을 때는 안 팔리더니, 올해 1월 다시 내놓자마자 팔려버렸다.

 

하루 만에 팔리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이제 우리가 살 집을 골라야 할 때다. 그런데 가격이 작년 여름과는 다르게 참 많이 올라 있었다. 

 

우리 예산으로는 코퀴틀람에서 살 수 없을 것 같아 좀 멀지만 랭리로 눈을 돌렸다. 같은 가격이라도 랭리는 코퀴틀람보다 집이 훨씬 깨끗한 새집이었다.

 

하지만 명색이 하우스인데 마당도 타운하우스처럼 작고, 집과 집 사이가 너무 붙어있었다. 조금 평수가 큰 타운하우스느낌이랄까?

 

그리고 밴쿠버 다운타운까지 출퇴근하는 남편을 생각하면 코퀴틀람 지역에서 고르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었는데 어떤 지역이 우리에게 좋은지 좀처럼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요즘의 주택시장은 셀러 마켓이라며 집을 내놓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었으며, 전 재산을 주고 사는 집을 단 한 번 보고 결정해야 한다니 어려운 일이다.

 

지붕이며 보일러며 큰 돈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는 집이라 하더라도 경쟁자가 있으면 웃돈을 주고라도 사야 하는 셀러 마켓이란다.

 

이런 주택시장에서 과연 어떻게 우리가 집을 살 수 있을까? 신이라도 나타나 앞으로 10년 후 투자가치도 있으면서 현재 살기도 좋은 지역의 집을 골라주길 간절히 바랄 때쯤 새로운 리얼터를 만났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었지만 우리 큰 언니 같아서 그냥 믿음이 갔다. 우리가 원하는 집에 꼭 갖추었으면 하는 리스트를 전하고 우리 집 찾기 쇼핑에 들어섰다.

 

지금도 살기 좋고 10년 후에도 투자가치를 생각한다면 이 지역을 떠나지 말라는 충고를 받았다.

 

  그래, 맞다! 뭔가를 선택할 때 기준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는 법륜스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지금 좋고 나중도 좋을 수 있는 선택! 남편이 회사 다니기 좋은 지역이고 아이들도 학교와 친구들을 유지하고 나도 익숙한 지역에서 운전하며 홈 닥터도 바꾸지 않아도 되고, 앞으로 10년 후에도 좋을 지역 그리고 우리 예산에 맞는 집을 찾자 라는 기준을 세우고 보니 포트 코퀴틀람이 가장 적합한 지역이었다.

 

새로 만난 리얼터와 본 첫 집을 놓치는 오류를 범한 우리는 다시 작전을 세우고 결국 지금의 집을 사게 됐다. 이 집을 사기까지 마음 고생은 참 말로 다하기 구차하다.

 

셀러 마켓의 진수를 맛 본 우리는 '또 한 번의 이사는 없을 것이다'고 다짐하기도 하면서 집만 사면 더 이상의 쇼핑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쇼핑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천차만별인 지붕의 가격이며 보일러, 물탱크, 라미네이트, 페인트 선택 등 업자면 업자, 물건이면 물건, 선택하기가 점점 더 어렵다.

 

벌써 결혼 한 지 15년이 지나다 보니 바꿔야 할 것은 또 왜이리 많은지.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그 끝은 나의 건강을 헤치는 일뿐이라는 것을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서야 배웠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 이라면 당장 돈이 없더라도 속 끓이지 말자. 

 

돈이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리자, 그리고 내 맘을 편하게 다스리며 숙제를 풀어나가듯 하나하나 해결하자 라는 마음으로 돌아섰다. 그렇게 쇼핑은 나의 숙제가 되었다.

 

김상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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