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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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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8-29 10:46 조회4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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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부러져 한 쪽 껍질만 겨우 붙어있던 사탕 단풍나무의 가지에 싹 눈이 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잎사귀는 다 자라 활짝 펴졌다. 꽃은 풍성하게 피었고 씨를 품고 있는 씨방도 줄줄이 달려 여물어가고 있으니 신기한 일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했다. 계절이 깊어지면서 무성해진 겉 모양새만 언뜻 보면 나무의 지난했던 아픔을 누가 알겠는가. 찬 눈바람과 비바람이 번갈아 몰아치던 겨울날을 지나오면서 나무는 부러진 가지가 떨어져나가는 상처를 여러 군데 입었고, 부러졌으나 덜렁덜렁 매달려 안간힘을 다해 견디는 가지 하나를 놓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해 버텼다. 이제, 가슴을 풀어헤치고 어린 아기를 두 팔로 감싸 안으며 젖을 물리는 어머니의 애틋했던 시간들은 깊은 속살에 모두 갈무리 되었다.

 유월의 햇살아래 우뚝 선 사탕 단풍나무 한 그루. 세파에 꺾이거나 잘려나갔던 어린 상처를 어루만지던 극진한 시간만큼 나무는 키가 자랐다. 풍성한 나뭇잎이 반짝이며 찰랑거리는데 그 찰나의 풍경이 참으로 눈부시다. 그것은, 머지않아 가을이 오면 색색으로 불을 밝혀 마을을 물들이고 세상을 물들일, 잎새의 꿈이 쑥쑥 크고 있다는 증거다. 또 지극한 어머니의 정성으로 튼실해진 가지는 뜨거운 햇볕을 마음껏 누리며 뻗어나가 내일을 준비할 것이다. 모든 것이 숭고한 사랑의 힘이다.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사랑이다. 부와 명예, 학식이 아무리 많고 높다 한들 내면이 빈약하면 살아가는 평생이 가시밭길일 것이다. 가장 큰 부모의 선물은 어린 자식에게 튼튼한 자아를 심어주는 사랑이다.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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