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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7-06 12:22 조회4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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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은 비가 많았다

아버지 묘자리 밑으로 시냇물이 흐를 만큼

날이 들어도 습도 높은 바람이

습도 높은 바람을 다시 가져 올 뿐

장마의 지루함에 대한 보상 이라기엔 좀

해일 이후 사람들은 점점 미쳐가는 섬처럼 뒤척였다

자주 대륙에서 이탈되어 바다로 내몰렸다

분리불안장애의 어린아이 같이

수시로 몸부림치는 태평양 판과 유라시아 판의 틈입으로

아틀라스 지도 책은 잦은 수정이 불가피 했다 

전보다 더 식탐을 부리는

엄마의 살망끼를 수긍해야 할 것 같다

 

이젠 삭쟁이처럼 손끝만 닿아도

폭삭 무너져 버릴 듯한

목발에 의지한 아버지와

아침 점심 저녁 끼니때마다

정확하게 주방으로 향하는 본능과

뽀얗게 세탁해서 네 귀를 반듯하게 맞춰 널곤 하는 수건들

잘 마르지 않는 빨래들

유난히 뽀얀 엄마의 빨래들이

젖은 채 건조대에 오래도록 널려있다

엄마의 유일한 자존감 초현실주의 퍼포먼스

이건 살바도르 달리의 시간의 기억들 패러디다

하얗게 하얗게 더 하얗게 거미줄을 친다

엄마는 거미형인간 이다

독거미처럼 내뿜는 나의 독액을 맞고도 멀쩡한

아니 멀쩡한 것처럼 보이는 착취적 암거미

맹독성 내성균과 같은 혐오 유전자가 내게 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전해져 오는 집요한 지린내

쉽게 감지할 수 없는 공기의 균열을 투과한 물기들

이 여름을 온통 증기 솥에 넣고 삶아대는 하얀 시간

깻잎 장아찌 켜켜이 스며드는

씨 간장의 간기를 기다리는 동안

누대에 걸친 상환 불가의 애증들이

기억의 지층에서 찐득하게 흘러내린다

진저리 치며 도망친 거미 숲에

뭔가 소중한 것을 떨어뜨리고 온 듯한 켕김

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조악한 퍼즐 게임

경계가 불분명한 뚝뚝 끊기는

지독한 습기다

 

홍애니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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