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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중독성 페이스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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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0-26 12:27 조회5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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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 해. 하지 마. 자꾸 다짐해도 들락거리는 페이스북. 새로운 게시물. 뽐내고 싶음. 댓글과 ‘좋아요’. 게시자의 생각, 기분, 상태가 궁금해.  '응, 그래/ 멋진 놈이네/ 예쁘다 계집애/ 그러면 안 돼지/ 그래서 어쩌라고/ 감동인데/ 와, 환상이다/ 근데 넌 왜 섹시한척하니 하나도 안 예뻐.’

 

   현실을 가장한 가상 속 현실. 실시간 펼쳐지는 세상 곳곳의 뉴스. 시시콜콜한 이야기. 개 폼 잡은 자기사진. 정치, 사회, 문화, 뭐든 자유롭게 표현되고, 전세계 누구나 시공간을 넘나들며 그림과 사진, 영상과 음악, 글을 올리고 친구를 맺을 수 있다. 

 

자연을 데려오고, 정부 권력자에게 하고픈 말 다 하고, 비난과 비평 감사와 감동의 말이 오가며, 다투어 올린 개인 사진에 서로 예쁘다 멋지다고 남발하기도 한다.

 

일부러 자주 자랑거리를 게시하고 있는 척 섹시한 척 잘난척하는 꼴불견도 있다. 사이버공간이지만 인간관계가 동존하는 페이스 북. 신분 빈부 나이 성별 차별 없이 누구나 동급 누리 꾼이다.

 

내게도 다양한 페이스 북 친구가 있다. 친구 신청을 받으면 그의 프로필과 활동을 보고 마음이 내키면 친구 수락을 한다. 

 

내 친구들과 친구의 친구들이 올린 게시물이나 내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좋아요’를 눌러주거나 댓글을 달 때마다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 것 까지도 속속 정보가 공유돼 그들의 느낌과 정서를 읽는다.

 

  가끔 외국친구들로부터 좋아해, 사랑해, 만나자, 페이스 북에 딸린 메신저로 메시지가 오곤 한다. 새벽이거나 늦은 밤에도 대화를 하자고 신호가 온다.

 

처음엔 설레었지만 지속 날아오면 난처하다.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전화가 오거나 비디오 폰을 한다. 이땐 몰래 친구관계를 끊는다. 

 

공유된 게시물이 좋아서 친구 요청하거나 팔로우 할 때가 있다.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스님, 소설가, 시인, 화가, 배우, 어느 나라 사람이든 소통하고 싶은, 느낌이 좋은 사람들이다.

 

가끔은 첫사랑, 그리운 사람들이 생각나서 ‘친구 찾기’에서 이름을 쳐본다. 어디서 어떻게 잘 살고 있는지 엿보고 싶다. 하지만 같은 이름이 너무 많다.

 

아무리 찾아도 못 찾겠다. 어쩌면 세월의 더께로 못 알아보는 건지도.

 

 천 명 넘는 친구를 가진 페이스 북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하는 일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만 다는 게 전부 같았다.

 

새로운 게시물을 보러 가면 그 친구가 ‘좋아요’나 댓글 단 게시물로 도배가 돼 정작 나의 다른 친구들이 올린 건 볼 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 친구가 올린 게시물엔 ‘좋아요’가 천 여 개, 댓글 수 십 개가 달려있었다. 이때도 조용히 친구관계를 끊는다. 페이스 북 친구를 많이 둔 페이스 북 스타가 있다.

 

몇 천 명에서 몇 만 명까지 둔 사람들. 그들의 페이스 북에 한번 오르면 쉽게 바보가 되거나 영웅이 되기도 한다. 그가 올린 게시물이 연결된 친구들에게 바로 전달돼, 누구든 그 게시물에 느낌을 달면 수 천, 수 만 번 반복적으로 새로 게시돼서다. 

 

언제 어느 때 누군가에 의해 나의 사생활이 삐딱하게 페이스 북에 올려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오싹해진다.

 

할 일은 천지인데 파니 같이 페이스 북을 들여다본다. 공유물은 언제나 끊임없이 게시된다.

 

그들은 때때로 리포터, 기자, 작가, 화가, 철학자, 모델, 몽상가처럼 보인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가짜와 진짜, 위선과 위악, 아름다움과 추함, 보여 지는 것과 감춤, 정체성에서 혼돈스러울 때도 많다.

 

   페이스 북은 언제나 나를 꽃 뱀처럼 유혹하고 나는 그 뱀에 물린다. 세상과 연결된 뱀의 꼬리. 그 꼬리는 너무 길다.

 

아무리 토막 내도 잇달아 새 꼬리가 달라붙는다. 봐달라고, 어떠냐고, 꼬리를 친다. 사람들은 왜 페이스 북을 할까. 고발하고 싶어서, 광고하고 싶어서, 주인공이고 싶어서? 그리고 왜 거기에 빠질까. 새로운 걸 찾으려고, 세상 돌아가는 꼴 보려고, 심심풀이 땅콩으로? 나는 곰비임비 페이스 북에 들어간다.

 

나가자. 나가서 실제 세상과 껴안자고 매번 벼르지만, 완전히 못 빠져 나오는 나는 중독자.

 

박성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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