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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플로리다에서의 해후(邂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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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2-15 11:11 조회4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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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몇 년만 있으면 요즈음 남자 평균수명의 나이가 되겠다.'

 

남편이 하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놀러 오라고 청해주시는 선배님 댁엘 어쩌면 못 가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로리다에 계시는 선배님 댁을 향해 떠나기로 마음 먹고 지난 1월 여행을 준비했다. 밴쿠버 공항에서 출발하여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을 거치는데 넓기도 하거니와 미국 이민국과 세관을 통과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 전에는 카운터에 가서 직원에게 수속절차를 밟았다. 요즘은 자동입출국기에서 지시하는 대로 따라서 하게 된다. 편리하긴 하지만 좀 신경이 쓰인다. 여행을 하면 기내에서 주는 음식을 먹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는데 요즘은 메뉴를 보고 원하는 음식을 사 먹어야 한다. 주로 빵식이고 더운 음식도 아닌데다 현금은 받지 않고 카드만 받으니 때론 불편할 때도 있다.

 

밤 아홉 시가 넘어 드디어 도착했다. 거의 한 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에서 선배님 내외분은 우리를 데리러 나와 주셨다. 늦은 시간이어서 주변 경관을 볼 수는 없었지만 상당히 넓은 지역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워싱턴DC에서 오랫동안 일하셨고 은퇴 후에는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골프장 안에 별장을 마련하여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 다음 날 오후, 쎄인트 피터스버그에 있는 달리 박물관(Dali Museum in St. Petersburg)으로 향했다. 안내자의 설명에 의하면 그는 정신과학자 시그먼드 프로이드(Dr. Sigmund Freud) 박사의 이론에 근거하여 초현실적(Surrealism)인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전시된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그의 성품이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다.그의 작품 중의 하나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발견’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 하나는 링컨 대통령의 얼굴을 모자이크 식으로 그렸는데, 그냥 보면 여인의 나체상이 보이고 거울을 들어 비춰 보아야 링컨이 보인다. 이렇게 이중적 현상이 한 작품 속에 표현되는 것이 그의 특징이라고 했다. 매우 인상에 남는 그림이었다. 달리는 스페인 태생으로 그의 또 하나의 박물관은 스페인의 피구에레스(Figueres)에 있다. 20세기를 살면서 이름을 남긴 유명 화가의 박물관을 선배님 덕에 둘러본 셈이다. 박물관을 둘러 보고 오는 길인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불을 반짝이면서 뒤따르는 차가 있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났고 할 이야기가 무척 많아 속도제한이 바뀌는 구역에 온 것을 미쳐 느끼지 못했다. 속도 위반을 한 것이다. 그 때 얼마나 송구스러웠는지 ……

 

나흘간 머물면서, 옛날 사진을 펴 놓고 청청했던 그 시절, 성가대의 옛 회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가며 근황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청년 부에서 무의촌으로 진료 갔던 일, 18년 전에 우리 집에 모여 로키여행 갔던 일 등 정겨운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 두 가정은 대학 때부터 선후배이고 교회 동료이기도 한 오 십년지기이다. 탬파(Tampa)까지 간 김에 계획대로 짧은 크루즈도 하게 되었다. 그 일정표 중에 키 웨스트(Key West)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집 방문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 전날 밤에 바람이 심하게 불고 배가 많이 흔들려 안전상 그 지역에 정박할 수 없었다. 

 

그냥 코주멜(Cozumel) 섬을 향해 계속 내려가야 했다. 승객 중에 많은 사람들이 그 집을 방문하고 싶어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오래 전에 쿠바로 여행 갔을 때 아바나(Habana)에 있는 그의 또 다른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은 ‘노인과 바다’ 를 쓴 곳으로 내부는 당시의 상태를 보존하고 있으며 유품들과 많은 장서가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등 유명 작품들로 퓰리처 상,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었더라도 정신적인 곤고함을 이겨내지는 못했나 보다. 만일 그가 살아있는 동안에 지금처럼 컴퓨터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공상을 하며 키 웨스트 헤밍웨이 집 방문은 접어야 했다.

 

5박 6일의 크루즈를 다녀 왔을 때도 이른 아침부터 우리를 데리러 나와주셨다. 오전 시간을 선배님 댁에서 꿈결같이 함께 보냈다. 선배님들이 뱃멀미 때문에 유람선 여행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태풍으로 인해 일정도 바뀌었으니 안 가신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풍랑으로 인해 남편이 뱃멀미를 했고, 가고 싶었던 헤밍웨이 집을 방문하진 못했지만 그런대로 유람선 여행도 무사히 잘 마쳤다.

 

우리를 차에 태워 박물관도 구경시켜 주셨고 아련한 추억에 젖게 해 주신 선배님들과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간이 또 주어지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남겨 놓은 채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진양/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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