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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위대한 문학 포기했다, 하고 싶은 얘기 쉽게 쓰는 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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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4-11 15:52 조회3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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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국내에서도 2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로 국내외 출판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소설을 쉽게 쓰는 것”이라며 독자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한국문학, 소설의 위기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확인된다. 국내 작품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딴판이다. 고상한 문학성, 장르의 좁은 벽에 갇히지 않고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 독자를 사로잡는 작품이 많다. 최근 부쩍 주목 받는 작가들을 만났다. 글로벌 이야기꾼들이다.

 

세계의 이야기꾼을 찾아서 <1>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배크만

 
‘반지의 제왕’처럼 소설 쓰고 싶어
복잡하고 환상적 언어 시도했지만
책 출간 고사하고 완성조차 못해


한국문학, 소설의 위기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확인된다. 국내 작품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딴판이다. 고상한 문학성, 장르의 좁은 벽에 갇히지 않고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 독자를 사로잡는 작품이 많다. 최근 부쩍 주목 받는 작가들을 만났다. 글로벌 이야기꾼들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다. 문장이 현란한 것도,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매사에 화가 나 있는 쉰아홉 살 먹은 사내가 아내의 죽음을 슬퍼한 나머지 따라 죽으려 한다는, 소설 줄거리도 어쩐지 신파 같다.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35)의 장편소설 『오베라는 남자』(다산북스)는 여러모로 요즘 소설의 ‘영악함’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데도 지난해 이맘때 국내에서 출간돼 지금까지 20만 부, 세계적으로 200만 부(2012년 스웨덴 출간)가 팔렸다. 판권을 사간 나라가 30개를 넘는다. 같은 제목의 영화로 지난해 만들어져 내달 국내에서 상영된다. 그의 소설 공방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은근한 매력으로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걸까. 그의 장인정신은 뭘까.

『오베…』는 배크만의 첫 소설이다. 일약 스타 작가가 된 배크만을 스톡홀름 시내 작업실에서 최근 만났다. 우리의 오피스텔보다 고급스러운 ‘오피스 호텔’이라고 부르는 그의 작업실에는 오래된 타이프라이터가 많았다. “타이핑 소리가 듣기 좋아 수집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자 대뜸 한글에 관해 물었다. 초성·중성·종성의 조합으로 한 글자를 만드는 문자체계가 흥미롭다고 했다. ‘문자’에서 시작한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작품’, ‘문학’으로 흘렀다.
 

질의 :문자에 관심이 많나.
응답 :“어려서부터 글자가 생긴 모양이 좋았다. 그래서 글을 빨리 배웠다. 친구 사귀는 법을 몰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늘 뭔가를 썼다. 어머니는 내가 이상한 아이였다고 하셨다. 일고여덟 살짜리가 엄마나 아빠에게 불만이 생기면 그걸 편지로 써서 보여주곤 했다는 거다. 글을 쓰면 상황을 천천히 생각할 수 있었다. 다듬고 고쳐 글쓰기를 마치면 거기에 내가 하려던 얘기가 정확하게 들어 있었다. 글 쓰기는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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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작가가 된 게 당연한 것 같다.
응답 :“처음엔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반지의 제왕』처럼 내 삶을 바꾼 소설들, 나의 내면에 토네이도를 일으킨 작품들을 생각하면 천재나 작가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작가가 되고 싶어 한동안 말과 언어가 멋진 작품, 복잡한 작품을 쓰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책 출간은 고사하고 작품을 완성할 수조차 없었다.”
질의 :그런데도 결국 작가가 됐다.
응답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거나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 하지 말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쓰자고 마음 먹었다. 쓰고 싶은 인물에 대해 최대한 쉽게 쓰는 거다. 『오베…』가 그런 작품이다. 누구든지 읽을 수 있게 쓰려고 무척 공들였다.”
질의 :쉽게 쓰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가.
응답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목소리, 자연스러운 목소리(natural voice)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독자들이 반응한다. 내 경우 자연스러운 목소리는 아주 쉽게 쓰는 거였다.”

독자는 진심·가짜 알아챌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즐기고 감흥 받는다면
‘비행기 소설’평가도 개의치 않아


배크만은 이 대목에서 “독자는 누구나 ‘불싯 레이더(bullshit radar)’를 갖고 있다”고 했다. ‘젠장맞을 감식안’쯤으로 이해하면 적당할 불싯 레이더 덕분에 사람들은 어떤 문학작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는 거다. 노래도 마찬가지.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 불과 수 초만에 청중이 눈물을 흘리는 것도 가슴으로 느껴 노래하는지 아닌지를 귀신 같이 알아내는 레이더 덕분이다. 그러니 결코 독자를 속일 수는 없다는 것. 작가는 최선을 다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시 음악을 예로 들면 모짜르트도 있고, 3개 코드만으로 연주하는 록음악도 있는 법이다. 록음악이 쉬워 보이지만 완벽하게 연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완벽하게 연주하면 사람들은 반응한다.”
 
질의 :당신 소설은 록음악이라는 얘긴가.
응답 :“스웨덴 평론가들은 아마 내 소설을 상당히 낮게 평가할 거다. 내 아버지조차 내 작품을 비행기 안에서 읽기 좋은 ‘항공기 문학(airplane literature)’라고 하신다. 난 상관 안 한다. 뭐라 부르든 내 작품을 독자가 읽어 준다면 그걸로 족하다. 모든 작가가 호날도나 메시 같은 축구 선수가 될 순 없다. 나는 과거 이탈리아 대표였던 가투소 같은 선수를 높이 평가한다. 기술 면에서 최고는 아니었는지 몰라도 경기장 내에서 자기의 역할, 능력을 제대로 알았다.”
질의 :『오베…』는 결국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 얘기 아닌가.
응답 :“맞다. 소설을 쓸 당시 갓 결혼해 첫 아이가 1년쯤 됐을 때였다. 힘들게 소설을 쓰며 내 아내와 아들이 없으면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감정을 강하게 느꼈다. 그게 작품에 반영된 것 같다.”
질의 :두 번째 작품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다산북스)가 곧 한국에서 나온다(『할머니…』는 지난주 출간됐다). 어떤 작품인가.
응답 :“주인공 엘사는 어린 시절 나처럼 세상의 모든 일을 무서워하는 일곱 살 여자아이다. 존경하는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말괄량이 삐삐』처럼 동화 같은 작품이다. 나는 동화를 무척 좋아한다. 동화는 반드시 아이들을 위한 장르가 아니다.”

 


스톡홀름(스웨덴)= 글·사진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5:25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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