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 영재교육 중단에 학부모 반발... "아이들의 꿈 짓밟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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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교육청, 특수교육 프로그램 신입생 모집 중단
BC주 교육부 산하 밴쿠버교육청이 영재 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육 프로그램 'UTP'의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전격 중단하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2살 에이버리 홉킨스 양은 이미 2학년 때 대학교 수준의 독해 능력을 보였다. 수학과 과학에 남다른 재능을 지닌 그녀는 장래 바이오제약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또래와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그저 '보통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UTP 지원을 준비해 왔던 에이버리 양은 갑작스러운 프로그램 중단 소식에 좌절하고 말았다고 어머니 크리스틴 홉킨스 씨는 전했다.
UTP는 BC주 교육부 산하 밴쿠버교육청이 UBC 캠퍼스에서 운영하는 2년제 영재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지난 1월, 학교 내 일부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웰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상호작용 문제가 제기되면서 외부 감사를 이유로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밴쿠버교육청이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교육을 실시하고 학부모와 협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2006년 BC고등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교실 내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 편의를 제공해야 하며 학업 성취도가 높은 아이들도 특수교육에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재성은 신경발달적 차이로 인한 특수교육 진단이라고 홉킨스 씨는 설명했다. 에이버리 양은 불안, 사회성,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리치몬드에 있는 사립 초이시스 영재학교에 다니며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이는 5인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UTP 프로그램 학생, 졸업생, 학부모 1,600여 명은 청원을 통해 밴쿠버교육청에 신입생 모집 재개를 요구하며 가족과 아이들을 배제하는 과정을 비판했다.
UTP 졸업 후 15살에 약대에 입학한 조너선 찬 군(16)은 "갑작스러운 신입생 모집 중단은 모두에게 충격이었고 프로그램의 미래를 알 수 없어 재학생들에게 정신건강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유한 부모는 여전히 과외와 사립학교로 자녀 교육을 풍성하게 할 수 있겠지만 형편이 어려운 부모에게는 기회의 평등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엠버 리 양(15)을 포함한 UTP 재학생과 졸업생 60명은 데이비드 에비 주수상에게 서한을 보내 호소했다.
"영재 학습자들은 중퇴율이 높고 불안, 우울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며 "내년에 신입생을 받지 않으면 일부 아이들은 프로그램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BC주 영재아동협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주정부 3당과 만나 신입생 모집 중단 이유와 감사 목적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모린 맥더미드 협회 이사는 "사회정서적 지원에 문제가 있다면 프로그램에서 그것을 제공해야 한다"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신입생 모집이 신속히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맥더미드 이사는 주 전역에서 영재 학생 지원 프로그램들이 폐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밴쿠버교육청은 IQ가 높은 아이들을 위한 복식학급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시작했고, 보고서에서 "영재로 지정된 학습자들을 분리하는 것은 전인적 학생 육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포용 정책으로의 전환과 능력별 학생 '분리'로부터의 탈피가 일반 교실에서 이들의 필요를 수용할 수 없다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영재 학생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또래들과 함께 있을 때 사회정서적 필요가 충족되고 번창한다"고 덧붙였다.
앨리슨 오그덴 밴쿠버교육청 부교육감은 UTP 학생, 교직원, 학부모들이 제기한 우려사항의 성격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공유할 수 없다며, 신입생 모집 중단은 교육청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교육부, UBC와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교육청 관내 영재로 지정된 학생들은 일반 교실 내에서 가속학습이나 개별교육계획을 수립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 보고서는 6월 말 나올 예정이며 프로그램의 미래에 대한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오그덴 부교육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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