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건강한 당신] 혈당 관리한 환자와 약만 먹는 환자, 똑같은 당뇨라도 ‘삶의 질’ 차이나죠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7-04-1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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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봉수 교수의 건강 비타민
이씨보다 두 살이 적은 고모(64·서울 구로구)씨도 20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꾸준히 약을 먹었고 인슐린 주사도 맞는다. 그의 당화혈색소는 9.9%로 매우 높다. 혈당 관리가 엉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술이다. 그는 당뇨병 약을 다섯 가지 먹으면서도 일주일에 2~3회 소주 한 병씩을 마신다.
먼저 ‘보건복지부 지정 제2형 당뇨병임상연구센터(KNDP)’의 연구다. 혈당 관리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환자 4265명에 대한 연구팀 논문(2011년)에 따르면 당화혈색소가 7%를 기준으로 1%포인트 오를 때마다 합병증이 30~40% 늘었다. 혈당을 잘 관리하면 미세혈관 합병증뿐 아니라 당뇨병 환자 사망 원인의 50~60%를 차지하는 관상동맥 질환도 예방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연구는 당뇨병 진단 초기부터 혈당 조절을 적극적으로 하면 효과가 20~30년 뒤까지 이어지는 ‘유산 효과(legacy effect)’를 밝혀냈다. 영국에서 1977년부터 제2형 당뇨병 초기 환자 5102명을 20년간 추적조사했다. 혈당 조절을 적극적으로 한 그룹(평균 당화혈색소 7%)은 그렇지 않은 그룹(7.9%)에 비해 미세혈관 합병증 발병률이 25% 낮았다. 이들을 10년 뒤에 다시 조사해 2008년 그 결과를 발표했다. 혈당을 잘 관리한 그룹은 심근경색증 발병률이 15~33% 낮았고, 사망률은 13~36% 적었다.
당뇨병 환자는 고혈압·고지혈증 같은 만성 질환을 함께 가진 경우가 많다. 이들이 만성질환까지 적극 관리했을 때엔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57% 낮았다(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2008).
통계청의 2015년 통계에 따르면 당뇨병은 암·심혈관 질환·뇌혈관 질환·폐렴·자살에 이어 6위다. 잘 관리하면 자연 수명을 다할 수 있는 시대에 당뇨병으로 매년 1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거나 발을 자르고 신장 투석을 하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혈당을 관리하라. 고혈압·고지혈증이 있으면 혈압과 콜레스테롤도 잘 관리하라.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고 좌절할 필요 없다. 그 시간에 주치의를 만나 어떻게 관리할지 상의해 실천하자.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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