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 넬리 신 당선, 밴쿠버 한인 긍정의 힘이 만든 기적
본문
21일 개표 중에 한인자원봉사자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넬리 신 하원의원 당선자 모습(표영태 기자)
한인사회도 모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심어
정치사회적으로 이민 사회에 한인 목소리도 키워
지난 21일 한인 최초의 연방하원의원으로 넬리 신이 당선되는 순간 개표를 바라보던 현장에는 넬리 신의 어머니 신숙희 씨를 비롯해 많은 한인들이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넬리 신 당선자가 처음 밴쿠버에 43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모습을 보인 것은 작년 말이었다. 광역토론토에 속한 리치몬드힐 선거구에서 보수당 당원으로 그녀는 당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해당 지역구에서 출마를 결심했었다. 하지만 보수당에서 리치몬드힐에서 2011년에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2015년 선거구 조정으로 오로라-오크릿지-리치몬드힐에 보수당 후보로 나왔지만 낙선했던 코스타스 메네가키스를 전략 공천하면서 신 당선자는 오랜동안 공들여 오던 지역구에서 경선의 기회마져도 갖지 못했다.
결국 신 당선자는 사회생활 때 잠시 거주를 했던 BC주의 한인들이 많은 트라이시티의 포트무디-코퀴틀람을 선택하고 작년 말 아무런 정치적 기반도 없던 코퀴틀람으로 이사를 왔다. 신 당선자는 어렵게 한인사회부터 얼굴 알리기를 위해 언론사를 찾아 인터뷰도 하고, 각종 한인행사에 참석도 했지만 토론토에서 온 낯선 한인으로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연아 마틴 상원의원의 보좌관이었던 매튜 세바스챤이 보수당 경선 후보로 나오며 그 동안 마틴 상원의원을 도와 한인사회에도 많이 기여한 매튜와 신 당선자의 경선이 한인사회에는 약간은 껄끄럽게 됐다.
이때 트라이시티의 독점적인 영자신문인 트라이시티 뉴스는 넬리 신이 토론토에서 지난 3월 낙하산타고 온 인물(Shin was parachuted into the riding last March)라는 기사를 올리며 신 후보에게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렇게 당내 경선이 외부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자 보수당 중앙에서 결국 교통정리를 하고 신 당선자를 단독 후보로 지명했다.
이때 같은 지역구에서 NDP 소속의 션 리가 경선 후보로 나왔으나 편파적인 운영으로 션 리가 NDP 후보를 하지 못하면서 결국 한인사회는 캐나다 최초의 한인 연방하원의원으로 신 당선자만을 지지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신 당선자는 버퀴틀람역이 있는 쇼핑몰에서 선거사무소를 열고 지난 8월 17일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이날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많은 한인들이 참석을 하고 자신의 거주지와 상관없이 정치적 후원금을 내놓으며 그녀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연아 마틴 상원의원도 참석을 해 BC주에서 한인 최초의 하원의원을 당선시키는 캐나다 속 새 한인 역사를 쓰자며 넬리 신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에 동참을 했다.
토론토에서 민주평통위원과 한인상위원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어머니 신숙희 씨도 딸의 당선을 위해 한국어가 부족한 신 당선자를 위해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에 적극 나섰다.
이를 기화로 밴쿠버 한인사회의 각 단체도 한인후보의 당선을 위한 자원봉사 후원회를 구성해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선거운동과 각 종교 단체 등에서도 소중한 유권자의 표를 행사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한인사회의 노력의 결과로 마침내 333표 0.6% 포인트의 값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 동안 '한인이 몇 명이나 살고 있다고 당선이 되냐'며 '떨어질게 뻔한데 뭐하려 귀찮게 투표하러 가느냐'며 캐나다 주인의 권리를 포기하는 일이 많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혹시나 한인표가 모이면 기적도 이룰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이 발현되며 많은 한인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선거구에 거주하는 한인자원봉사자 뿐만 아니라 타 선거구에 있는 한인까지 나와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통편이 없는 유권자들을 위해 차로 투표장까지 차를 태워주는 자원봉사를 21일 하루 종일 했다.
이번 넬리 신의 당선은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인들이 캐나다에서 뭉치면 한인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한인들이 참정권을 행사하고 한인이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을 보게 된 주류 정치계는 앞으로 더 한인사회에 관심을 얻기 위해 한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한인이 원하는 일을 돕기 위해 나설 수 있는 효과도 생긴다. 단지 정치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모든 분야에서 이제 한인이 방관자가 아니라 캐나다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도 받아 들여지게 됐다.
표영태 기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