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얘들아 PC방 모여” 스타 재출시에 설레는 3040 아재들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7-03-2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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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윤호(32)씨도 스타 리마스터 소식에 15년 전 기억에 잠겼다. 친구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유튜브의 관련 영상이 카카오톡으로 공유됐다. 김씨는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몰래 PC방에 가서 친구들과 ‘스타’를 하던 추억이 어제 같다. 그때 그 멤버 그대로 PC방에 모여 스타도 하고 소주도 한잔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타처럼 10~20년 전 인기를 누린 온라인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재등장이 잇따르면서 ‘마니아의 추억’을 되살리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8일 리지니의 모바일 버전 ‘리니지M’의 출시를 발표했다. 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신드롬을 이끌었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는 영화로 재개봉돼 관심을 모았다.
현재 30~40대가 처한 각박한 현실이 이런 현상을 가속화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대중문화의 목표 중 하나가 현실도피이기 때문에 그 세대가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도 레트로 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의 기억을 소환해 즐기는 과거 게임·영화 리마스터가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승산이 있는 시도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게임에 열광했던 10대가 구매력을 갖춘 나이에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택광 교수는 “스타·공각기동대 등은 학창 시절을 이들과 함께 보낸 세대들이 구매력을 갖출 무렵 이들을 타기팅해 재탄생한 노스탤지어 상품이다”고 분석했다.
스타는 한국에서만 450만 장 이상 팔릴 정도로 성공을 거둔 게임이다. 진흥 법률까지 만들어진 e스포츠의 역사도 스타의 성공에 기반을 뒀다. 최초의 게임방송 채널 ‘온게임넷’ 역시 스타 방송에서 유래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스타는 학생들의 대화 소재는 물론 행동 패턴에도 영향을 끼쳤다. e스포츠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그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승부 조작 사건 등 악재가 겹치며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스타가 과거처럼 전성기를 누리게 될지는 미지수다.
김민관·윤재영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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