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한 법정에 선 롯데 일가 5명, 고함치고 외면하고 눈물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7-03-20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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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상동)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의 시발점은 ‘왕자의 난’이었다. 뒤이어 롯데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돼 두 당사자인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기소됐고 이날 3분 간격으로 법정에 나왔다.
이날 서미경씨는 36년 만에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스롯데 출신의 인기 모델이었던 서씨는 1981년 은퇴를 하고 2년 뒤 신 총괄회장과의 사이에서 딸 유미씨를 낳았다. 서씨는 딸과 함께 롯데로부터 급여로 117억원을 받고, 신 이사장과 함께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받아 770억여원을 번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재판 시작 20분 뒤 신격호 총괄회장이 나오면서 법정 분위기가 돌변했다. 거동이 불편한 신 총괄회장은 휠체어에 앉아 무릎 담요를 덮고 옆에는 비서와 의료진 등이 대동했다. 그는 재판장이 생년월일 등 기본 인적 사항을 확인하려 하자 “여기가 무슨 자리냐”고 동문서답을 했다. 변호인이 “회장님이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검찰이 기소해서 재판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내가 왜 횡령을 했다는 거냐” “저 사람들은 누구냐”고 연신 질문을 했다. 재판부의 질문에는 “어?”라고 되물으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신 총괄회장은 근처에 앉아 있던 신동빈 회장을 향해 일본어로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 일본어로 답하던 신 회장은 대화가 통하지 않자 종이에 글을 써서 필담을 나눴다. 신 총괄회장의 비정상적인 혼잣말이 계속되자 재판부는 퇴정을 허락했다. 법원 직원 등이 휠체어를 밀며 이동하려 하자 신 총괄회장은 “할 말이 있다. 빠꾸(후진)시키라”고 한 뒤 “롯데는 내가 다 만든 회사다. 내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누가 나를 기소했느냐”고 소리쳤다. 재판부에 삿대질을 하기도 하고 지팡이로 피고인석 책상을 내리쳤다.
결국 신 총괄회장은 법정 출석 30분 만에 먼저 자리를 떠났다. 이 모습을 보던 신동빈 회장은 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신 이사장도 흐느끼며 두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서씨 역시 안경을 벗고 훌쩍였다. 앞서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8월 신 총괄회장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보고 한정후견 개시를 결정했다.
서씨의 변호인도 “신 총괄회장에게 ‘수익성 있는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고 사업권을 받는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이사장 측도 “영화관 매점 임대 사업은 시작부터 유지 관리까지 신 총괄회장의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신 총괄회장의 변호인은 “정책지원본부에 ‘잘 검토해보라’는 차원의 말만 했을 뿐 구체적인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글=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사진=김상선·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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