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J report] 삼성 이어 인텔 가세, 전장 넓어진 자율차 전장시장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7-03-14 01:00
본문
━
글로벌 ICT 기업들 잇단 출사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투자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화 국면에 달한 스마트폰·TV시장과 아직 완전히 꽃피지 않은 로봇·가상현실(VR) 시대 사이에서 ‘자율주행차’는 가장 손에 잡히는 성장 시장으로 꼽힌다. 업계가 공언한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은 2021년이지만, 현재 기술발전 속도대로라면 1~2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글로벌 ICT기업들은 주도적으로 자율주행 기술 업체나 전장(전자장비)·부품 업체를 인수하며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쥘 기반을 다지고 있다.
ICT 공룡들은 전장·부품사업을 지렛대로 자율주행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포석이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전장 시장은 2013년 1305억 달러에서 2025년 2721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차량 오디오 전문 전장기업인 하만(Harman)을 9조원에 인수했다. 삼성전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 계약이었다.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노린 투자였다. 인포테인먼트는 운전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음악·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전문가들이 자율주행차 시대의 최대 수혜산업 중 하나로 꼽는 분야다.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해 12월 1조원 넘게 들여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 업체인 ZKW를 인수해 전장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도 중국의 화웨이와 제휴해 자율주행 통신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구글은 아예 자율주행차 사업을 분리해 ‘웨이모’란 자회사를 만들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자율주행차의 두뇌를 놓고 경쟁한다.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15년 300억 달러에서 2020년 43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보다는 차량의 인공지능 역할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가 주목받는다. 이번에 인텔의 모빌아이 인수도 시스템 반도체 경쟁자인 퀄컴·엔비디아를 제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퀄컴의 NXP 인수 결정 이후 인텔의 자율주행차 진출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이런 위기감이 모빌아이 인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선트러스트의 윌리엄 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자율주행차는 반도체 산업 중 가장 매력적인 시장 가운데 하나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번 딜로 인텔은 자율주행과 ADAS 시장의 분명한 리더로 자리잡게 됐다”고 말했다. 애플의 경우 애플뮤직과 앱 스토어 등 디지털 서비스 사업으로 인포테인먼트 분야를 키울 계획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2월 컨퍼런스콜에서 “2016년 디지털 서비스 사업에서 매출 255억 달러를 올렸다”며 “4년 후 이 서비스 사업 매출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IT기업들은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등장에 앞서 인포테인먼트 등 자동차의 제어 시스템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양측이 각자의 강점 영역에서 협력·보완하는 전략을 추진하겠지만 향후 미래 자동차 발전에 따라 IT기업과 자동차 기업의 관계가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