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세계한인언론인대회> 세연정 속에 묻어버린 윤선도의 한(限)과 풍(風) >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밴쿠버 | <제18회 세계한인언론인대회> 세연정 속에 묻어버린 윤선도의 한(限)과 풍(風)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9-05-03 08:51

본문

한국의 3대 정원 중 하나인 보길도 세연정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 : 공동취재단 배영훈 기자] 

 

• 나도 보길도로 유배되고 싶다

 

 

보길도는 섬으로 이루어진 완도군의 서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해발 435m의 격자봉을 중심으로 말굽모양의 산줄기가 굽어 흘러 그 안의 아늑한 곳에 보길도가 펼쳐진다.

 

세계한인언론인들을 실은 배는 이른 아침 차가운 바닷바람을 제기며 보길도로 달렸다. 윤선도 원림에는 뭐가 있길래 5대양 6대주에서 달려온 언론인 글벗들은 주저하지 않고 보길도로 달려갔을까? 

 

 

아, 보길도는 섬이 아니고 그림이었다. 서해바다에서 보길도로 들어오는 바닷물과 산에서 흘러 내리는 물이 만나는 곳곳은 한 폭의 풍경화다. 바닷물은 작은 섬들을 구비구비 휘감으면서 바닷가를 파란 물감으로 채웠고, 바닷가를 잇는 골짜기는 산능성이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윤선도가 머물며 정원을 가꾸었다는 곳으로 버스는 느릿느릿 향해 갔다. 가는 길에 한옥사이로 아름진 소나무 가지는 이방인들을 탄성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버스에서 내려 윤선도가 지은 정원에 들어선 글벗님은 10분도 안돼 “나도 보길도로 유배되고 싶다”고 유배를 자청했다. 글벗님은 보길도는 유배지가 아니지만 왜 유배라고 느꼈을까?

 

그곳 풍경 속에, 늘어진 정원 마디마디 마다 슬픔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 윤선도는 왜 보길도를 택했나?

 

 

윤선도는 보길도를 처음보고 “산들이 둘러 있어 바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맑고 소쇄하며 물과 돌이 절승하니 물외의 가경”이라고 탄성했다. 섬이면서 섬 같지 않은 계곡과 산세는 망국의 한과 자포자기를 달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보길도는 다른 섬과는 달리 물 걱정이 없다. 수령 200∼300년된 소나무, 서엄나무, 밤나무, 동백나무가 보길도 땅 깊이 뿌리를 박고 있어 대지를 촉촉하게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울창한 나무들이 잡목들과 어울리며 풍부한 물을 머금고, 사시사철 푸르른 자태를 자랑하며 보길도를 지키고 있다.

싱그러운 나무와 깍아지른 절벽, 커다란 돌덩이는 발가벗고 엉덩이를 드러내고, 바닷가 모래는 뽀얀 처녀의 속살을 햇빛에 드러내고 있다.

 

 

보길도는 이렇게 윤선도의 한을 안아주고 문학의 낭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고산 윤선도는 선조 20년(1587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는 인조 조에 별시 문과를 거쳐 인조의 총애를 받으며 공조정랑을 비롯해 호조, 예조 등 관직을 두루 거친 후, 고향인 해남으로 내려와 50세 되던 해(1636년)에 병자호란을 만나게 된다.

 

 

 

윤선도는 호남 제일 갑부로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나라를 구하려 500명의 민병을 이끌고 전남 해남에서 인조 임금이 피신해 있던 강화도로 향한다. 하지만 이미 강화도는 함락되고 인조는 호남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해남으로 귀환한다. 곧이어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태종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치며 통탄한 나머지 여생을 자연 속에 은둔하기로 결심하고 제주도로 향하던 중 풍랑을 만나 보길도에 닻을 내리게 된다.

 

 

 

• 세연정 속에 묻어버린 윤선도의 한(限)

 

 

제주도에 가려던 윤선도는 왜 제주도가 아닌 보길도에 몸을 내렸을까? 수려한 자연경관보다는 나라를 잃은 한을 남몰래 풍(風)으로 토해내기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닿지 않고 알지못하는 요새와 같은 보길도. 자기 혼자만의 무릉도원을 만들어 풍류에 젖어 오랑캐에게 굴복한 왕에 대한 동정과 애환을 풍류의 흥으로 잊고자 했을 것이다.

 

 

윤선도는 보길도야말로 자신의 은둔에 최적이라고 판단하고, 세연정속에 온갖 세속 풍류를 즐길 자리를 만들어 담을 쌓고 누구든 얼씬 못하게 하고 흥에 겨워 마음껏 놀았다. 13년 간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그 일대를 ‘부용동’이라 이름 짓고, 글을 읽던 낙서재를 비롯해 회수당, 동천석실 등을 세우고 즐기면서 대표작인 ‘어부사시사’를 읆었다. 부용동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시로 만들어 자연인이 되고자 했다. 이처럼 윤선도의 보길도 생활은 온통 풍류를 위한 것이다. 

 

 

윤선도는 이곳을 부용동이라고 했다. “지형이 마치 연꽃 봉오리가 터져 피어나는 듯하여 부용(芙蓉)이라 이름 지었다”고 하며, 『고산유고(孤山遺稿)』에서 흥에 겨워 노래하고 있다. 부용동 원림은 그의 조경에 대한 높은 안목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역사문화명승이다. 윤선도는 당대 최고의 조경가이며, 이곳은 우리나라의 3대 정원으로 손꼽히고 있다. 

 

 

• 보길도 바다는 윤선도의 눈물과 바람

 

 

윤선도의 유적지에서 단순히 향락만을 위한 장소로 보길도를 구상한 것이 아닌 듯 하기에 "이건 도대체 뭐지?" 머리를 세게 맞은 듯 하다. 낙서제 서편에 대규모 구조물 흔적은 무엇인가? 수고시설, 세연정에 설치된 봉화대, 기상관측 시설은 군사 시설로 군병과 함께 살았다는 것 아닌가? 

 

 

그럼 윤선도는 자포자기 풍류객이 아니고 보길도에서 은둔처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일종의 군사 전략지라는 것인가? 윤선도의 풍류와 가무의 정원은 군사적 목적을 숨기기 위한 연막전일까?

 

고산 윤선도는 1671년 85세의 나이로 그가 지은 낙서제에서 죽을 때까지 일곱 차례나 부용동을 드나들며 생활했다. 그는 바다를 바라보며 어부사시사를 짓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울면서 노래를 부르고, 가야금을 타고, 계담에 배를 띠우고 낚시를 하기도 했다. 

 

 

5대양 6대주에서 우리 글쟁이 벗님네들은 나라를 생각하면서 보길도에 부용지를 짓고 때를 기다리는 윤선도와 다를 바 없다. 말과 문화가 다른 그곳에서 부용지를 짓고 조국을 향한 마음에 어부사시사 펜을 다시 부여 잡고 있다.

 

 

【한국(완도)=세언협공동취재단】 정선 기자

 

부족하면 원본에서 제일 하단 사진 추가

http://www.okja.org/pool/126678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Total 22,590건 401 페이지
제목
[밴쿠버] 올 만우절 어떤 거짓말이 히트했을까
올해 만우절에는 어떤 기발한 거짓말들이 화제에 올랐을까. 경찰견 대신 경찰고양이부터 UBC가 하와이에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이야기까지 다...
밴쿠버 중앙일보
04-02
[부동산 경제] 3월 밴쿠버 주택거래 30년래 최저 수준
메트로밴쿠버 한인사회의 중심지인 한인타운에는 한인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들이 40년 넘은 아파트에서 갓 지어지는 아파트까지 다양한 형태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다.(밴쿠버 중앙일보 DB)  10년 평균의 절반 수준모든형태주택 가격 하락적체 매물도 크게 ...
표영태
04-02
[캐나다] 한국 중이온가속기사업, 캐나다 기업 계약파기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 조감도.(사진=기초과학연구원 홈페이지)  정부, 차질없이 2021년 완공 예정 캐나다의 기업으로 인해 한국의 중이온가속기 사업이 차질을 빚느냐 마느냐 하고 시끄러운 일이 발생했다. 한국 한국일...
밴쿠버 중앙일보
04-02
[세계한인] 한국 고등교육 학위 대외 신인도 상승
캐나다 CICIC 같은 기관 설립  한국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유은혜)는 지난 2일(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장호성)를 국가학위정보센터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고등교육 학위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의 설립을 의무사항으로 규...
밴쿠버 중앙일보
04-02
[밴쿠버] BC변호사, 'ICBC 소송제한' 위헌신청
  캐나다 인권자유헌장 위배의료인 의견 등 필연성 주장 ICBC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주정부가 비용 절감을 위해 작은 부상에 대한 소송을 제한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해 BC주 변호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BC법정변호사협회(T...
표영태
04-01
[캐나다] 재외캐나다인 참정권 회복
외국에 거주하는 캐나다인의 재외투표가 까다로워 많은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CBC는 미국에 거주하는 캐나다인...
밴쿠버 중앙일보
04-01
[캐나다] "휴대폰 사용료 5천달러라니..."
알버타주 에드몬튼에 사는 주부가 휴대전화 요금으로 5000달러가 넘는 고지서를 받았다. 이 주부는 이동통신사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nb...
밴쿠버 중앙일보
04-01
[밴쿠버] 릿지메도우, 공중감시 새 수단 도입
 열기구, 비용절감 은밀하게 범죄 감시 메이플릿지와 핏메도우 지역을 관할하는 RCMP가 범죄에 대한 공중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아주 색다른 수단을 도입했다.  릿지메도우(Ridge Meadows) RCMP는 연방공중정찰범죄대응(Fede...
표영태
04-01
[캐나다] 에어캐나다 한국도심공항터미널 서비스 종료
 5월 1일 이후 인천공항만 수보잉맥스 운항 중단 대안 안내 에어캐나다는 5월 1일부터 한국도심공항터미널에서 제공되는 에어캐나다 탑승수속 서비스가 계약만료로 인하여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월 1일부터 인천공항에서만 탑승 수속이 가능하게 됐다....
표영태
04-01
[세계한인] 캐나다 우수 젖소 씨 한국 간다
178농가 17종 정액 추천체형 능력 개량 기대 한국의 논총진흥청은 체형이 좋은 젖소를 보급하기 위해 캐나다와 미국 젖소의 정액을 한국 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청장 김경규)은 체형이 좋은 젖소의 정액 1만 220개를 ...
밴쿠버 중앙일보
04-01
[세계한인] 러시아서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기념관 개관식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3월 28일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열린 최재형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테이프 컷팅을 했다. 이후 피 처장은 참석자들과 기념관 관람을 했다. 또 피 처장은 조 바실리 러시아 고려인 연합회장과, 김 니꼴라이 연해주 고려인...
밴쿠버 중앙일보
04-01
[밴쿠버] 랠스톤 장관, 한국 방문 성과 한인사회에 알려
29일 본사를 방문한 랠스톤 직업무역기술부 장관(중)과 크리스탈 톰슨 장관보좌관(우), 그리고 조난 챙 홍보담당자(좌)가 한국 방문 성과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 통상외교 방문 성과 대해 설명SK텔레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6일간 통상외교차&nbs...
표영태
03-29
[밴쿠버] 주정부, 의료보험(MSP) 프리미엄 폐지 법안…
 BC서비스카드 발급 받아야 BC주 정부가 내년부터 일반의료보험료를 없애기로 한 공약을 지키기 위한 첫 시도가 이루어졌다. NDP 주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BC주의료보험(Medical Services Plan, MSP) 프리미엄 (보험료)...
표영태
03-29
[밴쿠버] 대중 앞에서 욕 최다 목격 무례 행위
어린이의 나쁜 행동도 많아좋은 매너는 문 잡아주기캐나다에서 가장 많이 목격되는 매너에 어긋나는 짓은 남들 앞에서 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설문전문조사기업인 Research Co.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사이에 사람들 앞에서 욕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답...
표영태
03-29
[밴쿠버] 4월 자동차 범죄 예방의 달
주 전체 경찰병력 합동집중단속4월 본격적인 봄나들이철이 되면서 자동차 관련 범죄도 증가함에 따라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BC자동차 범죄 관련 경찰병력과 ICBC는 4월이 자동차 범죄 예방의 달이라며 범죄 예방을 위한 4월 1일부터 캠페인에 들어간다고 29일 ...
표영태
03-29
[밴쿠버] 노인회 시무식 한인사회 대표단체 다짐
 지난 16일 밴쿠버노인회 총회에서 제 43대 이사와 감사 등으로 선출된 이사진들의 시무식이 29일 오전 11시 30분 정기이사회를 시작으로 진행됐다. 최금란 노인회장을 비롯해 이날 이사회에는 18명의 임원과 이사진이 참석했다. 또 정병원 총영사 등도 자리를 ...
표영태
03-29
[밴쿠버] 중국 기업, 밴쿠버 고층건물 2년 만에 되판 …
밴쿠버 다운타운의 대형 빌딩 단지 주인이 바뀌었다. 4개 건물로 이뤄진 벤털센터(Bentall Centre) 소유주가  브랙스톤 프로퍼...
밴쿠버 중앙일보
03-29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 취항한 와우 에어 끝내 날개 …
아이슬란드 저비용항공사 와우(WOW) 에어가 경영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갑작스러운 운항 중단 발표로&nbs...
밴쿠버 중앙일보
03-29
[세계한인] 한국, 인구 감소 불구 재외국민 도외시
 2067년 총인구 3929만명으로 감소  한국 통계청이 초저출산으로 향후 약 50년간 인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지만, 750만에 달하는 재외국민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 통계청은 '장래인구특별추계: 2...
표영태
03-29
[밴쿠버] 경찰 인질사건 진압 중 인질범·인질 모두 사망
 29일 써리 한 주택서 밤새 대치응급대응팀 협상실패로 진입 후  써리에서 한밤중에 한 주택에서 경찰이 인질범과 대치 중 총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써리 RCMP는 28일 오후 9시 30분에 98에비뉴의 13300블록의 한 주택에서...
표영태
03-29
[세계한인] 한국, 외국국적동포 등록증 한글성명 병기
  법무부(장관 박상기)는 오는 4월 11일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동포 등의 외국국적동포와 재한화교에 대한 포용과 생활편의 향상 그리고 이들에 대한 호명에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표영태
03-29
[밴쿠버] 한국 21대 총선, 재외국민 내년 4월 1~6…
  선거법 개정, 비례대표 투표 중요선관위, 재외 지역 분위기 파악 한국의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외유권자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중앙선관위가 재외동포 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려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재외선거 ...
표영태
03-28
[밴쿠버] 청소년들 교통사망사고 노출 위험
한인 10대 소녀들이 사망하고 부상당한 교통섬이 있는 사고 현장 모습(CBC 홈페이지에 올라온 Shane MacKichan 촬영사진 캡쳐)  써리 10대들 교통사고 발생어머니 두 아들 사망사고도한인 13세 소녀 사고차에 사망  지난 ...
표영태
03-28
[밴쿠버] 한인사회가 그렇게 무섭습니까!
지난 버나시-사우스 연방하원 보궐선거에서 자그밋 싱 NDP 후보를 위해 한인언론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던 션 리 후보.(밴쿠버 중앙일보 DB)  NDP 포트무디-코퀴 당내 경선한인 후보 대상 흑색 선전물투표 하러 오지 말라고 협박 캐나다 연...
표영태
03-28
[밴쿠버] [유학생 인턴의 밴쿠버 이야기]SNS 유행 스…
  #스타벅스시크릿메뉴, #핑크드링크, #퍼플드링크 얼마 전 SNS에서 유행했던 스타벅스 시크릿메뉴인 ‘핑크드링크’, ‘퍼플드링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핑크드링크는 스트로베리 아사이 리프레셔에 코코넛 밀크를 추가한 메뉴이다. 전에는 ...
이예림 인턴
03-28
게시물 검색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