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조선인' 800명 낙인..태극기 지지 않는 섬마을 >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세계한인 | '불량한 조선인' 800명 낙인..태극기 지지 않는 섬마을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9-03-02 07:28

본문

전남 완도군 ‘소안항일운동기념관’에 설치된 소안도 출신 독립운동가들 조형물. 소안도에서는 항일 독립운동가 89명이 배출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섬 곳곳 태극기 1500개 ‘항일의 섬’  

‘일제가 소안학교를 강제 폐교하자 소안도민은 거세게 항거했다. 당시 주민 800명은 불령선인(不逞鮮人)이란 낙인이 찍힌 채 감옥에 갇히거나 감시를 받았다.’

3·1운동 기념일을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전남 완도군 소안도. 23㎢ 면적인 섬 안쪽에 자리한 소안항일운동기념관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문구들이 보였다. 1927년 5월 10일 강제 폐쇄된 소안학교의 역사를 다룬 당시 언론보도와 논문 내용이다.

일제는 항일운동의 거점이라는 이유로 소안학교를 폐교했다. 이에 주민들은 학교 문을 열기 위해 서명운동에 나섰다가 ‘불령선인’이 됐다. 불령선인은 일제에 반발하는 ‘불온하고 불량한 조선인’을 말한다. 
섬 전역에 태극기 1500개가 365일 휘날리는 전남 완도군 소안도 마을 전경과 어린이들. 프리랜서 장정필


부산 동래 등과 ‘항일운동 3대 성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항일운동 거점이던 작은 섬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내내 격렬하고 조직적인 항일운동이 전개된 완도 소안도다. 당시 800명에 달했던 불령선인은 소안도 주민의 기개를 보여준다. 1920년대 소안도 주민이 600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집이 조선총독부의 감시를 받았다.

완도에서 18㎞ 떨어진 소안도에서는 1800년대 후반부터 광복 때까지 항일운동이 이어졌다. 당사도 등대 습격(1909년)과 완도 3·1운동 주도(1919년), 소안학교 투쟁(1927년)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 동래·함경도 북청과 함께 항일운동 3대 성지로 꼽히는 섬에선 항일 독립운동가 89명이 배출됐다. 이중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받은 인사만 20명에 달한다.

전남 완도군 ‘소안항일운동기념관’에 설치된 소안도 출신 독립운동가들과 태극기 조형물. 소안도에서는 항일 독립운동가 89명이 배출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 
1909년 日등대 습격…항일운동 ‘불길’ 
소안도의 가장 큰 특징은 1년 내내 섬 전역에 태극기가 나부낀다는 점이다. 태극기는 섬 입구인 소안항을 시작으로 도로와 거리, 마을·상가 일대에 1500여개가 걸려 있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을 중심으로 섬 전역에 휘날리는 태극기들에는 100년 전 3월의 분위기가 남아있다.

이 섬에서는 3·1운동보다 10년 먼저 무장 항일운동이 시작됐다. 1909년 2월 소안 출신 동학군 이준하 선생과 마을 청년 5명이 당사도 등대를 습격한 사건을 통해서다. 일본이 만든 당사도 등대는 조선에서 수탈한 물자를 실어 나르던 일본 상선의 뱃길을 밝히는 역할을 했다. 당시 주민들은 이 등대를 지키던 일본인 4명을 처단함으로써 항일의지에 불을 댕겼다. 당사도는 직선거리로 3.7㎞ 떨어진 소안도의 부속 섬이다.

10년 뒤 3·1운동이 발발했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또다시 일어섰다. 당시 소안도 독립운동가들은 1919년 3월 15일 완도읍 장날에 열린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서울에서 3·1운동이 일어난 후 14일 동안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등사하는 등 치밀하게 거사를 준비한 결과다. 당시 1000여 명이 참여한 3·15 만세운동은 남해안 일대의 항일의지를 결집하는 역할을 했다. 소안도에서는 올해도 3월 15일 만세운동이 열린다.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운동의 거점이던 전남 완도읍 소안도에 설치된 3·1운동 기념 조형물. 프리랜서 장정필


“폐교 막자” 서명운동에 ‘불령선인’ 낙인
3·1운동 8년 뒤인 1927년에는 소안학교 폐교를 둘러싼 집단 항거운동이 촉발됐다. 일제는 당시 복교운동을 한 주민을 집중적으로 감시·통제했다. “교육을 통해 독립을 해야 한다”는 주민의 의지가 한 섬에서만 무려 800여 명의 불령선인을 만든 요인이 됐다. 이대욱(65) 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장은 “태극기 게양과 무궁화 심기는 선인들의 독립 정신을 되새기려는 일”이라며 “소안도의 항일 역사를 전 국민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소안도 항일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송내호 선생이다. 소안도에서 태어나 서울 중앙학교를 졸업한 뒤 1919년 3월 완도에서 진행된 만세운동 등을 주도했다. 소안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그는 34세의 나이로 옥사했다.

주민 정순옥(55·여)씨는 “소안 주민은 감옥에 갇힌 사람을 생각하며 추운 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을 만큼 항일의식이 높았다”며 “마을 곳곳의 태극기를 볼 때마다 당시의 아픔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완도=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Total 22,578건 416 페이지
제목
[밴쿠버] 13대 OKTA밴쿠버지회장에 황선양 회장 재선…
지난 1월 26일 열린 OKTA 밴쿠버지회 총회에서 지회장으로 재선출된 황선양 회장이 최오용 전임 회장으로부터 지회기를 건네 받았다. 한인무역네트워크 신입회원 참여 요청차세대 지원 통해 한인경제영토 확장  전세계 한인무역인의 단체로 한국정부의...
표영태
01-31
[밴쿠버] 메트로밴쿠버 중 어느 도시가 가장 빠르게 인구…
코퀴틀람시청 건물(코퀴틀람시 페이스북 사진)  밴쿠버·버나비 증가 둔화써리시 인구증가율 최고  BC주의 중심지역인 메트로밴쿠버가 2011년 이후 꾸준하게 인구가 증가해 왔는데, 그 중에서도 써리가 가장 빠르게 증가세를 보였다.&nbs...
표영태
01-31
[밴쿠버] 대중교통경찰, 전철역 승차장에서 총격 받아
경찰이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한 CCTV 동영상에서 캡쳐한 용의자 모습  써리 스캇로드역에서 발생  대중교통경찰이 써리의 스카이트레인역의 승차장에서 근무 중 한 남성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n...
표영태
01-31
[밴쿠버] 나나이모 보선 NDP 압도적 승리-주정부 당분…
  메인스트리트 여론조사와 정반대2839개 우편투표 개봉결과와 무관 나나이모 주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유당이 압승을 할 것이라는 정치여론조사기관의 결과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 캐나다에서도 의도적으로 여론조사기관이 자신의 성향을 반영하는 믿지 못...
표영태
01-31
[교육] BC공립학교 학생 당 연간 11,656달러 지…
  10년간 증가액 교사 보상 때문 캐나다 전체적으로 공립학교 학생당 정부 지출 비용이 10년간 꾸준하게 증가하며 17.3%가 늘어나는 동안 BC주는 자유당 정부가 같은 기간 교육재정 동결 후 법원 판결로 한꺼번에 인상을 하는 양상을 보였다....
표영태
01-31
[세계한인] 설 연휴 대비 정부와 여행업계 간 안전간담회 …
 한국정부는 지난 1월 31일(목) 이상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 주재로 설 연휴 해외여행 성수기 대비 여행업계와의 안전간담회를 개최하여, 감염병 예방수칙을 비롯한 해외여행 안전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 자리...
밴쿠버 중앙일보
01-31
[밴쿠버] [유학생 인턴의 밴쿠버 이야기] 특별한 날 화…
  흔한 곳은 싫고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밴쿠버에서 자주 찾는 곳이 있다면 바로예일타운 일 것이다. 예일타운은 잘 알려지지 않은 로컬 맛집들이 가득한 곳이다. 그 중에서도 높은 천장과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길을 사로 잡고, 메뉴로 또 한번 더 눈길을 ...
박예린 인턴
01-31
[밴쿠버] [UBC 한인학생 기자단의 눈] Vantage…
 현재 캐나다 BC주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교(이하 UBC)에서 시행하는 Vantage College Program이 캐나다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교내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Vantage College는 단과대학으로서 영어 점수가 기준 미달인 학생들을 선...
하늬바람 기자단 이기범 인턴
01-31
[밴쿠버] ' 처음처럼 오리지널' 750ml 밴쿠버 출시
2월 1일 캐나다 전역 동시 판매 주류유통업체 코비스 엔터프라이즈(대표 황선양)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오리지널 소주 750ml (17.5도)'를  2월 1일부터 캐나다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알칼리환원수로 만든 처음처럼 오리지...
밴쿠버 중앙일보
01-31
[밴쿠버] 밴쿠버 가로수 누가 자꾸 벌목하나
밴쿠버시의 가로수가 잇단 수난을 겪고 있다. 이번에는 랑가라 골프장 주변의 나무 수십 그루가 잘려나갔다. 밴쿠버공원관리위원회(VPB)는 ...
밴쿠버 중앙일보
01-30
[캐나다] 남극보다 더 추운 위니펙
체감온도 영하 50도전국 곳곳에 블리자드・한파경보 캐나다와 미국에 극한 수준의 한파가 닥쳐 피해가 막대하다. 이번 추위는 상상을 초월할 ...
밴쿠버 중앙일보
01-30
[캐나다] 캐나다 대기업 본사 밴쿠버에 239개
밴쿠버에 본사를 둔 HSBC 본사 건물(사진출처=HSBC CANADA 페이스북)   전국적으로 2729개 본사 존재토론토 696개 전국 최다 유치 캐나다에서 전국적으로 여러 개의 사무실을 두고 있는 대기업의 본사가 대도시 인구 비율에...
표영태
01-30
[캐나다] 작년 11월 기준, 캐나다 평균주급 1011.…
  BC주는 983.05달러, 5위숙박요식업 414.82달러 불과  캐나다 전체로 노동자의 평균주급이 전달에 비해서나 전년에 비해서 꾸준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방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18년도 11월 주급 통계 ...
표영태
01-30
[밴쿠버] 버나비 RCMP 역세권 치안 대책 필요
 2018년 7월 26일 패터슨역에서 조이스역으로 이어지는 스카이트레인에 바로 붙어 있는 버나비 센트럴파크의 산책로에서 한 남성이 자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해 다음날까지 경찰차가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통제하고 있다.(밴쿠버중앙일보 DB)  로얄...
표영태
01-30
[캐나다] BC주, 미 워싱턴주와 통합 해야 하나!
  72% 서부주민 "연방정부 차별한다"74%, "서부만의 고유 특징이 있다"BC주 "워싱턴주와 공통점이 많다?" 영국에서 스코틀랜드가 독립투표를 하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가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등 국내 갈등을 유발했고, 캐나다도 퀘벡주가 독...
표영태
01-30
[밴쿠버] 총영사관, 상반기 한국어능력시험 5월 18일 …
 밴쿠버·애드몬튼에서 동시 실시응시기간은 2월 4일부터 26일  주밴쿠버총영사관은 2019년도 상반기 제64회 한국어능력시험을 밴쿠버와 에드몬틍에서 5월 18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시험 응시기간은 2월4일부터 26일까지이다.&nbs...
밴쿠버 중앙일보
01-30
[세계한인] [신간안내] 알라딘 한국에세이가 주목 하는 조…
상투적 인식을 쉴 새 없이 깨트리는 전복적 상상력까다로운 실감을 놓치지 않는 진술의 미덕무엇보다 서술자의 눈빛을 늘 낮은 곳에 두는 자의 겸양에세이의 새로운 시작우리 주변에는 아마추어 같은 프로가 있고 프로 같은 아마추어가 있다. 수필가 조성자는 늘 아마추어의 자리를 ...
밴쿠버 중앙일보
01-30
[밴쿠버] 토론토 연쇄살인범 유죄 시인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르다 1년 전 체포된 브루스 맥아더가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2010년에서 2017년 사이에&...
밴쿠버 중앙일보
01-29
[밴쿠버] 밴쿠버항 크레인 붕괴... 사상자 없어
밴쿠버항의 화물을 싣고 내리는 초대형 크레인이 붕괴했다. 그러나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다고 밴쿠버항 측은 전했다. 밴쿠버항만공사는&nb...
밴쿠버 중앙일보
01-29
[캐나다] Crisp & Delicious 브랜드 가슴살…
살모넬라균이 감염돼 리콜 명령을 받은 Crisp & Delicious 브랜드 가슴살 너겟 제품(사진=캐나다식품검역소 보도자료)식품검역소 살모넬라균 보고BC주 4명 등 전국 54명 감염 검역 당국이 가슴살 제품이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보고가 나옴에...
표영태
01-29
[밴쿠버] 31일 보선, BC주 소수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나나이모 보선결과 여야동석가능자유당이 당선되면 정부해산가능2017년 BC주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면서, 단기간 자유당 정부가 들어섰다가, 다시 NDP와 녹색당가 손잡으면서 NDP 정부가 들어섰는데, 1개의 의석을 놓고 30일 치러지는 나나이모...
표영태
01-29
[캐나다] 美, 화웨이 부회장 인도 요청... 캐나다 결…
 미, 멍 부회장 13개 혐의로 기소 미국이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결국 기소했다. 보석으로 풀려나 밴쿠버에 머물고 있는 멍완저우&nb...
밴쿠버 중앙일보
01-29
[밴쿠버] BC질병당국, 미 워싱턴주 홍역 확산에 경계 …
 BC주 이미 1명 발병 보고필리핀·인도·유럽도 예외없어워싱턴주 35명 확진환자 발생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 후진국 가릴 것 없이 홍역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확진 환자가 증가하고 BC주에 접한 워싱턴주에서도 35명의 확진환자가 ...
표영태
01-29
[밴쿠버] BC주 기업 세금 부담 전국에서 최악?
프레이저연구소 주장BC주가 세금에 있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특히 법인세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보수적 싱크탱크인 프에이저연구소(Fraser Institute)는 29일 발표한 BC주 세금경쟁력보고서를 통해 BC주가 전국에서 한계유효세울이 가장 높다고 나왔...
표영태
01-29
[이민] 밴쿠버이민자 주택소유 빈익빈 부익부
  전체 이민자 단독주택 소유비율 낮아고가 단독주택 소유비율 상대적 우위  밴쿠버에서 이민자들이 대체적으로 비싼 단독주택 소유비율이 캐나다 출생자에 비해 낮지만, 고가 단독주택의 소유 비율은 오히려 이민자의 소유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표영태
01-29
게시물 검색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