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추론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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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한국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들은 소위 막장 드라마의 내용이라고 해도 심하다 싶을 정도의 충격적인 이야기들 뿐입니다. 먼 밴쿠버에서 소식을 접하는 이민자 또는 교민분들이 느끼는 허무함과 당황스러움이 이루어 말하기 힘들 정도인데, 한국에 거주하는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정도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이러려고 꼬박꼬박 세금 내며 성실히 살아왔나 하는 자괴감에 휩싸인 국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어 평화적 집회를 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절박함이 안타깝기도 하고, 동시에 그 많은 인원이 평화적이며, 쓰레기조차 남기지 않는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민의 국민성에 새삼 놀라기도 합니다.
이런 집회 소식을 매주 주말마다 접하면서 한가지 신기한 것은 경찰 쪽에서 집계한 참가 인원수와 주최측에서 발표한 인원수가 어찌도 그리 크게 다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보통 우리는 그저 시위 및 집회를 좀 더 작게 보이게 하려는 측과 자신들의 세력을 최대한 부풀려 보이고 싶어하는 측의 관점의 차이에서 생겨난 오차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몇몇의 과학자 분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해서 좀 더 논리적으로 집회 참가 인원을 산출해 냈다는 이야기가 세간의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우선 성균관 대학교 신소재 공학과의 원병묵 교수님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유동 인구에 의한 집회 인구 추산법’이라는 글을 공개하셨습니다. 원병묵 교수님이 주목하신 점은 새로운 집회의 형태였습니다. 각목과 최류탄이 오가던 기존의 다른 집회들과 달리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 수능을 끝내고 나온 학생들, 그저 평범한 우리들의 이웃이 주류를 이루는 새로운 형태의 집회가 그 집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기존의 집회 인구 산출법은 일정 면적에 있는 인원수를 전체 집회 면적에 비례한다고 보고 집계하는 방식인데, 이는 한번 집회에 참가한 인원은 끝까지 그 자리에 있는다는 가정, 즉 ‘고정인구’라는 가정하에서 계산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주말마다 열리고 있는 집회는 장시간에 걸쳐서 집회가 진행되고, 아이들을 동반한 참가자 등이 많아서 참가했다가 빠지고, 또 그 자리를 다른 참가자가 채우는, 즉 ‘유동인구’가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존재했기 때문에 그들의 유동성을 고려한 수학적 모델을 세워 계산을 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집회장면을 보여준 화면을 분석한 결과, 중심쪽은 고정인구가 자리를 잡고 있는 반면 가장자리부분에는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여, 중심부와 가장자리의 면적 비율에 따라 90%의 고정인구와 10%의 유동인구가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유동인구의 흐름은 유체역학에서 사용하는 유속( steady-state flow)의 개념을 접목시킨 수학모델(mathematical model) 방정식을 수립하여 데이터를 적용한 결과 경찰 추산값보다 약 4배정도의 많은 인원을 참가인원으로 산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추론방식을 내놓으신 분은 서울시립대학교 물리학과 박인규교수님입니다. 박인규 교수님은 실험 입자물리학을 오래 연구하신 분으로 입자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원리를 적용해서 집회 참가인원을 산출하는 방법을 제안하셨습니다. 입자물리학은 가속기를 이용해서 가속된 입자들을 서로 충돌시켜 나오는 더 작은 입자들을 연구하여 우주의 기본입자를 밝혀내는 학문입니다. 마치 호두를 서로 부딪혀 깨뜨리면, 그 내부의 작은 입자들을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입자와 입자의 충돌시 나오는 입자들은 호두를 깨뜨렸을 때 나오는 부스러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입자들이 방출됩니다. 실험입자물리 연구는 단순히 말하자면 이 엄청난 양의 입자들을 추적하고 분석하여 미지의 기본입자들을 찾아내는 것이기에 많은 실험입자물리 과학자들은 효과적으로 입자들을 찾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합니다. 박인규 교수님도 오랜 연구 경험에서 얻은 입자 추적 프로그램 방식을 응용하여 코드를 만들고, 그를 이용해서 사진 속의 촛불을 이용하여,입자를 인식하듯이 찾아내어 촛불의 개수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집회참가인원을 추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본인이 집회에 참가하여 본 경험을 바탕으로 촛불이나 핸드폰 불빛 등을 들고 계신 분들과 안들고 계신 분들이 약 1:1 ~ 1:2 비율이라 가정하여 산출하였고, 그 결과 약 50만-70만명이 참가했다는 수치를 내셨습니다.
원병묵 교수님은 이론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수학적 모델을 세워 값을 추론한 것이고, 박인규 교수님은 실험적 방법으로 실제 사진 속의 촛불의 갯수를 추적하는 방법으로 집회 참가 인원을 산출한 것인데, 두 분의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첫번째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고,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 자신들 나름대로의 가정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과학적 접근 방식을 보여주신 것 또한 매우 흥미로운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과학, 수학을 공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렇듯 어떤 분야에 관련된 문제이던 가장 논리적인 방법으로 그 답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자 함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앞으로는 이보다는 더 즐겁고, 아름다운 일들에 그 논리성이 적용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석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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