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 매출 80조 캐나다 최대 유통업체 회장, 인구 5만 하동군의 녹차밭 찾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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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하동 명예군민이 돼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시죠.”
30일 부터 1박 2일 임원 6명과 방한
경남 30개 업체 수출 상담회 열어
지난해 10월 5일 캐나다 밴쿠버의 짐 패티슨 그룹 본사 회장 집무실. 경남 하동군 윤상기(62) 군수가 짐 패티슨(89) 회장에게 “하동 명예군민이 돼 주시면 좋겠다”고 하자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패티슨(左), 윤상기(右)
윤 군수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설명했다. “현재 하동군민과 하동 출신 국내외 인사를 합치면 원래 50만 명이었는데 제가 이곳에 오던 날 한 분이 돌아가셔서 현재 49만9999명이 됐다. 그 자리를 회장님이 채워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패티슨 회장은 윤 군수의 재치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하동군민 숫자는 윤 군수가 지어낸 것이다.
“저를 그렇게 생각 해주신다니 정말 기쁘다”며 패티슨 회장은 흔쾌히 명예군민증을 받았다. 집무실에는 삼성 이건희 회장과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두 사람은 한국의 경제인 이야기 등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신뢰감을 쌓았다. 윤 군수는 “하동을 한번 꼭 방문해달라”고 요청해 약속도 받아냈다.
짐 패티슨 그룹은 국내 홈플러스 규모의 슈퍼체인 545개를 둔 캐나다 최대 유통회사다. 직원 3만7000여 명에 연간 매출액이 80조원에 이른다. 앞서 하동군은 지난해 5월 이 그룹과 딸기·단감·곶감·밤·매실식초 등 13개 품목의 농특산물을 납품키로 계약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150만달러어치를 납품했다.
이런 세계적 그룹의 회장을 윤 군수는 어떻게 만났을까. 그는 어떻게 하면 캐나다에 보다 많은 하동 농특산물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패티슨 회장을 명예군민으로 위촉해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러나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세계적 기업의 회장이 인구 5만 명의 ‘시골군수’를 쉽게 만나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회장 비서실에 교포 2세가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를 통해 겨우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패티슨 회장은 약속에 따라 전용기로 여수공항을 통해 입국해 30일부터 10월1일까지 하동을 방문한다. 그것도 데이브 콥 그룹 상무이사, 윌리엄 스틴슨 그룹 선박 물류회사 대표, 돈 캐이너 그룹 목재사업단 대표, 빌 하보틀 그룹 자동차 부문 대표, 블랜드 스콧 그룹 식품계열사 부사장, 윌슨 캄 아시아 식품구매총괄 사장 등 그룹 임원을 대거 대동하고서다.
윤 군수는 다시 아이디어를 냈다. 조규일 경남도 서부부지사가 참석하는 대대적 환영행사를 열고 경남도와 함께 회장과 일행의 숙소인 캔싱턴 리조트에서 30일 경남지역 수출상품 상담회를 열기로 했다. 상담회에는 하동 10개 업체와 창원·통영·사천·김해 등 11개 시·군의 20개 업체가 지역의 우수 농특산물을 패티슨 회장 일행에게 소개한다.
회장 일행은 1일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소설 토지의 무대인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등 명소와 명품 녹차생산을 연구하는 하동녹차연구소 등을 둘러본다. 윤 군수는 “세계적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행정을 편 결과”라며 “경남의 농특산물을 판매하고 하동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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