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도의 캐나다, 미국에 ‘불편한 이웃' 될 가능성 크다 >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캐나다 | 트뤼도의 캐나다, 미국에 ‘불편한 이웃' 될 가능성 크다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6-04-25 07:21

본문

기사 이미지
 
개방·관용·다양성으로 살맛 나는 캐나다 만드는 젊은 리더
테러로 보수화된 미국과는 노선이 살짝 달라...
 

2015년 11월 4일 캐나다 23대 총리에 오른 쥐스탱 트뤼도는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43세라는 젊은 나이에 한 나라의 최고 정치지도자가 됐다는 것 자체가 주목거리다.

캐나다의 이웃나라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54) 대통령도 2009년 48세에 권좌에 올랐다. 이에 따라 북미의 두 나라인 미국과 캐나다가 나란히 젊은 지도자를 두게 된 것도 전 세계의 관심을 부를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젊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국제정치에서 입장은 사뭇 다르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자유당 소속의 트뤼도는 지난해 10월 19일 총선에서 승리하며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다음날부터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총선 승리 다음 날인 20일 중동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 공습을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에 투입된 자국 전투기 CF-18(미국 F-18의 캐나다 버전) 6대를 철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트뤼도가 이전 10년간의 캐나다와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은 외교정책뿐만이 아니다. 난민문제에서도 보수당과 완전히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수당의 캐나다는 시리아 난민 수용을 거부했지만 트뤼도는 아예 총선 공약으로 올해 안에 2만5000명을 받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2일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는 보트에서 떨어져 숨져 전 세계에 인도주의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알란 쿠르디(3)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40)를 비롯한 시리아 난민이 캐나다에 도착했다.

트뤼도는 “더 많은 희생자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이 캐나다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며 “인정 많은 캐나다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캐나다를 따뜻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트뤼도는 난민 개방을 하면서 기존에 있던 시민권·이민 담당부에 난민 관리 역할도 추가 부여했다. 전투기 철수와 이민 개방은 트뤼도의 캐나다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담당할 역할을 잘 보여준다.

성·종교·인종·계층 뛰어넘는 사회통합 내각 세워
 

기사 이미지

자유당 대표 시절 한 이슬람계 여성과 포즈를 취한 쥐스탱 트뤼도총리. 그는 시리아 난민 2만5000명을 받아들이겠다고 공약했다.


트뤼도는 역대 캐나다 총리의 후손으로 총리 자리에 오른 첫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1919~2000)는 1968~79년과 80~84년, 총 16년간 총리를 지냈다. 현대 캐나다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 아버지의 뒤를 이은 그 역시 ‘트뤼도 매니어’(아버지 트뤼도의 열성팬) 현상이 다시 살아났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개각부터 파격적이었다. 야당 시절 그림자 내각에서 젊은이·이민·다문화 등의 정책을 주로 맡아온 경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소수 종교 신자, 원주민,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동성애자) 정치인, 장애인 등 캐나다 국민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인물들로 첫 내각을 구성했다. 성·종교·인종과 사회계층의 구분을 뛰어넘는 총천연색 사회통합 내각이다. 사회통합을 통해 캐나다를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고 더 나아가 국민이 살만한 나라, 외국 인재가 이민 가서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우선 캐나다 사상 최초로 남녀 15명씩 동수 내각을 구성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지금은 2015년이니까”라고 대답해 화제가 됐다. 거기에 무슬림과 시크교도를 처음으로 장관에 앉혔다. 소수자를 단순히 고명으로 앉힌 게 아니었다. 여성이자 검사 출신의 조디 윌슨-레이보울드(44)를 법무장관에 앉혔는데, 그는 캐나다의 첫 원주민 출신 법무장관이다.

상대적으로 소외 받던 에스키모 등 원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인사다. 헌터 투투 어업장관도 북극권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출신이다. 그는 취임식 때 부족을 상징하는 물개가죽 타이를 하고 나왔다.

서구 국가로는 드물게 종교적 다양성도 반영했다. 기독교가 주류인 캐나다에서 첫 시크교도 장관이 두 사람이나 동시에 탄생한 데 이어 첫 무슬림 장관도 나왔다. 인도 펀잡주 태생으로 5세 때 이민 온 시크교도 하지크 싱 사잔(45)을 국방장관에 임용한 것이다.

혁신과학경제개발장관 역시 토론토 출신의 이민 2세 시크교도인 나브디트 싱 바인스(38)를 임명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으로 11세에 캐나다에 정착한 뒤 아프간 여성 인권 문제를 전 세계에 알려왔던 메리엄 몬세프(30)는 민주제도장관에 앉혔다. 트뤼도 내각 최연소일 뿐 아니라 캐나다 역사상 첫 무슬림 장관이다. 스캇 브라이슨(48) 재무위원장은 2002년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다.

트뤼도 총리는 이 같은 개각과 정책을 통해 ‘매력적인 캐나다’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종교·사상·배경을 지닌 사람도 쉽게 이민 와서 함께 적응하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개방적인 캐나다를 만들려는 의도다.

그의 측근이기도 한 윌슨-레이보울드 법무장관은 트뤼도 내각의 다양성에 대해 "실질적 토론과 대화에 새로운 목소리와 다른 시각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 해결을 찾기 위한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성은 존중하면서 비로소 하나로 합쳐져 국민통합으로 이어지고 이는 새로운 캐나다의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것이 바로 트뤼도 총리의 지향점이다.

그는 개방과 관용으로 캐나다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정신은 자신의 몸에 새긴 문신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잘생겼을 뿐 아니라 왼쪽 어깨에 커다란 문신까지 있어 사람들 눈에 쉽게 띈다. 까마귀 문양 안에 지구가 그려진 모양인데 이는 캐나다 에스키모 부족인 하이다족의 문양이다. 23살 때 지구 문신을 그렸고, 40번째 생일 때 까마귀 모양을 추가했다고 한다.

그는 1976년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 서부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명예 하이다족이 된 인연이 있다. 이 문신은 그가 자선 복싱 경기에 출전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런 배경을 가진 문신처럼 트뤼도도 어떠한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당당하게 새로운 캐나다를 건설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북미 대륙에 진보적인 유럽식 개방국가가 자리 잡은 것은 세계 정세에도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분고분하지도, 만만하지도 않은 트뤼도의 캐나다는 미국에 ‘불편한 이웃’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지원 자유기고가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Total 22,612건 696 페이지
제목
[부동산 경제] 캐나다 쇼핑 몰 수익성, 퍼시픽 센터와 오크릿…
  10위권 몰 사이에도 큰 수익성 격차 나타나   부동산 회사 애비슨 영 커머셜(Avison Young Commercial Real Estate Inc.)가 캐나다 쇼핑 몰들의 2015년 수익성(Profita...
이지연기자
03-31
[밴쿠버] 클락 수상, "학교 폐쇄, 예산 부족이 아니라…
  "학생 인구 증가와 학교 운영비 절감이 해결책"   지난 3월 29일과 30일, 오카나간 남부 지역에서 폐교 위기에 처한 네 학교 학부모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
이지연기자
03-31
[밴쿠버] 클락 수상, "학교 폐쇄, 예산 부족이 아니라…
  "학생 인구 증가와 학교 운영비 절감이 해결책"   지난 3월 29일과 30일, 오카나간 남부 지역에서 폐교 위기에 처한 네 학교 학부모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
이지연기자
03-31
[밴쿠버] 다음 주부터 컴퍼스 카드 태핑 없이 역 출입 …
스타디움 역의 컴퍼스 카드 서비스 센터 앞에 줄 선 사람들   트랜스링크, "카드 사용 인구 이미 70만 기존 티켓 교환 서비스는 계속 제공"   다음 주부터 스카이트레인 역들의 자동 개찰구가 일제히...
이지연기자
03-31
[밴쿠버] 다음 주부터 컴퍼스 카드 태핑 없이 역 출입 …
스타디움 역의 컴퍼스 카드 서비스 센터 앞에 줄 선 사람들   트랜스링크, "카드 사용 인구 이미 70만 기존 티켓 교환 서비스는 계속 제공"   다음 주부터 스카이트레인 역들의 자동 개찰구가 일제히...
이지연기자
03-31
[밴쿠버] 나나이모, 대형 화재 발생 큰 피해
  오래된 건물, 원인인 듯   지난 달 30일(수) 저녁, 밴쿠버 아일랜드의 나나이모 다운타운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저녁 6시 반 즘 발생한 화재는 다음 날 오전이 되어서야 진압 ...
이지연기자
03-31
[밴쿠버] 나나이모, 대형 화재 발생 큰 피해
  오래된 건물, 원인인 듯   지난 달 30일(수) 저녁, 밴쿠버 아일랜드의 나나이모 다운타운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저녁 6시 반 즘 발생한 화재는 다음 날 오전이 되어서야 진압 ...
이지연기자
03-31
[이민] '탈북민 추방, 이젠 멈춰 주기를'
캐나다탈북인총연합회 ‘호소문’ 발표 한인단체들도 ‘한목소리’ 캐나다탈북인총연합회(대표 김록봉)를 주축으로 한인사회 주요 단체들이 국내에 있는 탈북민들에 대한 추방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
dino
03-30
[캐나다] 캐나다도 북한 ‘돈줄’ 차단 추진
‘39호실’ 제재대상 지목  캐나다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해 김정은의 돈줄을 막는 조치를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잇따른 장거리 로켓 발사를 규탄하고 이전보다 강...
dino
03-30
[이민] 정승진씨 뉴욕주 1호 아시안 상원의원 재도전
토비 앤 스타비스키 의원과 재대결 모금음악회 개최   정승진 전 민권센터 회장이 뉴욕주 최초 아시안 상원의원에 재도전한다. 지난 2014년 첫 도전에서 아쉽게 탈락한 정승진 후보는 올 뉴욕 16선거구에 현역 토비 앤 스타비스키 의원에 도전장...
dino
03-30
[이민] 현대 소나타·기아 옵티마, 美 헤드라이트 성능…
    야간에 운전을 할 때 전방의 물체를 잘 식별하지 못하는 이유는 운전자의 시력 때문이 아니라 헤드라이트(전조등)의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고속도로 안전을 위한 보험연구소'(IIHS)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
dino
03-30
[밴쿠버] 린 캐니언 사망 10대, 포트 코퀴틀람 주민 …
급류로 인해 시신 수습 작업 난항   지난 28일(월), 노스 밴쿠버 린 캐니언 브릿지(Lynn Canyon Suspension Bridge)에서 추락해 사망한 남성이 포트 코퀴틀람에 위치한 테리 폭스 고등학교(Terry F...
이지연기자
03-30
[밴쿠버] 린 캐니언 사망 10대, 포트 코퀴틀람 주민 …
급류로 인해 시신 수습 작업 난항   지난 28일(월), 노스 밴쿠버 린 캐니언 브릿지(Lynn Canyon Suspension Bridge)에서 추락해 사망한 남성이 포트 코퀴틀람에 위치한 테리 폭스 고등학교(Terry F...
이지연기자
03-30
[밴쿠버] 학교 4 곳 폐교 위기 오카나간, 학부모 대규…
30일(수), 67번 교육구의 교육청 건물 앞 시위 모습   29일(화), 53번 교육구의 교육청 건물 앞 시위 모습     학부모들, "폐교는 안돼. 주정부가 예산 문제 해결해야" ...
이지연기자
03-30
[밴쿠버] 학교 4 곳 폐교 위기 오카나간, 학부모 대규…
30일(수), 67번 교육구의 교육청 건물 앞 시위 모습   29일(화), 53번 교육구의 교육청 건물 앞 시위 모습     학부모들, "폐교는 안돼. 주정부가 예산 문제 해결해야" ...
이지연기자
03-30
[밴쿠버] 밴쿠버, "새 스카이트레인 역 개발 회사가 짓…
  새 역이 들어올 자리의 현재 모습     메그 시의원, "개발자에게도 도움되는 일"     메트로 지역 시장들이 ‘대중교통 증진 10년 계획’의...
이지연기자
03-30
[밴쿠버] 밴쿠버, "새 스카이트레인 역 개발 회사가 짓…
  새 역이 들어올 자리의 현재 모습     메그 시의원, "개발자에게도 도움되는 일"     메트로 지역 시장들이 ‘대중교통 증진 10년 계획’의...
이지연기자
03-30
[밴쿠버] UBC 교수 회의, 이사진 불신임 투표 '불신…
  대학 이사진, "효력 없는 투표, 그러나 결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     지난 8월에 있었던 아빈드 굽타(Arvind Gupta)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이후 불거진 UBC 대...
이지연기자
03-30
[캐나다] 캐나다 퀘벡 인근 경비행기 추락…전 장관 등 …
  캐나다 퀘벡 인근에서 29일 경비행기가 추락해 가족 장례식을 향하던 일가족을 포함해 7명이 숨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7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미쓰비시 터보 프로펠러 항공...
온라인중앙일보
03-29
[밴쿠버] 메트로 지역 곰 전문가들, "곰의 인가 출현 …
지난 해 포트 무디의 주택가에 출현한 곰   음식물 쓰레기 관리 주의, 한번 출몰한 곳은 다시 찾을 가능성 높아   올 2월, BC 야생동물청(WildSafe BC)이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곰들이 예년보다 일...
이지연기자
03-29
[밴쿠버] 메트로 지역 곰 전문가들, "곰의 인가 출현 …
지난 해 포트 무디의 주택가에 출현한 곰   음식물 쓰레기 관리 주의, 한번 출몰한 곳은 다시 찾을 가능성 높아   올 2월, BC 야생동물청(WildSafe BC)이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곰들이 예년보다 일...
이지연기자
03-29
[밴쿠버] 써리, 'L' 운전자가 피트니스 클럽 들이받는…
    소방서 측, "주차 시도하던 중 발생한 기어 조작 실수가 사고 원인"   지난 28일(월), 써리에서 승용차 한 대가 피트니스 클럽을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nbs...
이지연기자
03-29
[밴쿠버] 노스밴, 린 캐니언 브릿지에서 다이빙한 10대…
  경찰, "과거에 사망한 사람들이 남긴 교훈 잊지 말라"며 다이빙 자제 당부   이스터 먼데이(Easter Monday)였던 지난 28일(월), 노스 밴쿠버의 린 캐니언 브릿지(Lynn Canyon Suspe...
이지연기자
03-29
[밴쿠버] 노스밴, 린 캐니언 브릿지에서 다이빙한 10대…
  경찰, "과거에 사망한 사람들이 남긴 교훈 잊지 말라"며 다이빙 자제 당부   이스터 먼데이(Easter Monday)였던 지난 28일(월), 노스 밴쿠버의 린 캐니언 브릿지(Lynn Canyon Suspe...
이지연기자
03-29
[밴쿠버] 밴쿠버 관광업계, "4월 호황 기대 중"
  크루즈 시즌 시작 1만 명 이상 불러드리는 대규모 행사들도 잇따라     캐나다 루니 약화의 잇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밴쿠버 관광업계가 “올 4월도 많은 방문자들로 북적이는 밴쿠버가 될 것&r...
이지연기자
03-29
게시물 검색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