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아이들,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교육 | 운동하는 아이들,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6-01-04 00:22

본문

 
기사 이미지

프랭크 브루니
NYT 칼럼니스트

 

미국 콜로라도대의 질병학자 돈 콤스톡은 청소년 운동선수들의 뇌진탕 연구 권위자다. 그에 따르면 운동 도중 머리를 심하게 부딪힌 운동선수가 제대로 치료도 받지 않고 경기에 복귀하는 사례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한다. 미 고교 미식축구팀의 절반 이상이 전일제 트레이너를 고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경기 도중 선수가 부상당했을 때 구급조치를 즉각 취해 주기 어렵다. 선수들의 부상이 잦은 미식축구를 제외한 다른 종목 코치들이 선수들의 몸상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테니스 뺀 전 종목 뇌진탕 발생
치어리더조차 머리 부상 가능성
부모, 자녀의 운동 안전엔 무관심
적성·안전 최우선해 운동시켜야


 학부모들도 문제가 많다. 아이들의 운동코치를 고를 때 유치원이나 학교를 선택할 때처럼 충분히 시간을 들여 알아보는 이는 찾기 어렵다. 교사나 소아과 의사가 아이를 잘못 다룬다고 여겨지면 당당하게 항의하는 학부모들이 운동코치 앞에선 눈치만 보기 일쑤다.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컨커션(Concussion)’은 반복적인 머리 부상으로 고통받는 축구와 미식축구선수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가 인기를 끈 건 선수들이 늘 겪는 치명적인 뇌 부상에 대해 일반인도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다. 특히 뇌진탕의 악영향은 소년보다 소녀 축구선수에게 더 크게 미친다.

 그럼에도 “선수는 굳세야 한다”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스포츠에 입문한 청소년들의 부상 위험이 간과되고 있다. 요즘 미국 부모들은 자녀들이 부상이 잦은 미식축구만 안 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다른 종목에서도 치명적인 부상 위험은 엄연히 존재한다.

 
기사 이미지
 
 경기장 바깥에서 응원만 하는 치어리더에게도 부상은 일어난다. 세 건 중 한 건이 뇌진탕이다. 아스팔트가 깔린 주차장이나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에서 연습하기 때문이다. 잔디밭이나 매트 위에서 연습하면 부상의 위험성이 크게 준다. 하지만 코치나 학부모들은 이런 지적을 무시하기 일쑤다.

 미국 스포츠의학저널에 따르면 대학생 운동선수들 가운데 뇌진탕이 가장 흔한 종목은 1위가 레슬링, 2·3위가 남녀 아이스하키였다. 미식축구와 여자 축구, 여자 농구도 뇌진탕 위험이 큰 종목으로 꼽혔다. 하지만 다른 종목들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콤스톡 교수가 조사한 22개 스포츠 종목 가운데 뇌진탕이 보고되지 않은 종목은 단 한 개, 테니스뿐이었다. 심지어 수영에서도 뇌진탕이 발생한다. 정신없이 수영하던 아이가 풀장 벽에 머리를 박거나 반대 방향에서 헤엄치는 사람과 머리를 부딪히기 때문이다.

 미식축구는 뇌진탕 사고가 많이 일어나기로 악명 높다. 하지만 머리 부상은 미식축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위험 중 하나일 뿐이다. 또 가장 큰 위험도 되지 못한다. 미식축구선수들이 운동 중 목숨을 잃는 주된 원인은 머리 부상 같은 직접적 외상이 아니다. 열사병·심장마비 등 간접 외상이다. 코네티컷대의 연구에 따르면 미식축구선수들 가운데 간접 외상으로 숨진 사람과 직접 외상으로 숨진 사람의 비율은 108대 41로 나타났다.

 열사병은 코치가 선수들의 운동강도를 서서히 높이고 자주 휴식을 취하게 하면 거의 100%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이렇게 선수를 배려하는 코치는 찾기 힘들다. 지난여름 뉴욕에선 16세 미식축구 지망생이 연습 도중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그는 응급차로 병원에 실려 갔지만 체온이 42.2도까지 올라 신장이 크게 훼손됐다. 선수들이 운동 중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도 부상을 예방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연구는 별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들의 운동을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 미국은 지방·당분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과 가까운 거리도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문화 때문에 비만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워낙 많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운동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운동할 때 겪을 수 있는 부상에 대해 학부모와 코치, 학교 모두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자녀를 하버드나 예일대 같은 아이비리그에 입학시키기 위해 고교 시절 적성도 따지지 않고 운동팀에 집어넣고, 팀이 우승해 자녀의 스펙이 높아지기 바라면서도 운동 중 안전수칙에 대해선 무지한 학부모가 많다. 아이에게 주어진 숙제가 너무 많다고 교사에게 항의할 줄은 알면서도 아이가 섭씨 35도 땡볕 아래 운동장을 수십 바퀴 뛰도록 명령하는 코치에겐 한마디도 못하는 부모도 많다. 부상당한 자녀가 하루빨리 팀에 복귀해 뛰게끔 하려고 일부러 환자에게 엄격하지 않은 의사를 찾아다니는 부모들까지 있다. 팀이 우승하면 자녀의 아이비리그 합격이 용이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녀의 몸이 망가져 가는데도 일류대에 합격만 하면 그만일까?

 미국에서 스포츠는 신격화된 지 오래다. 그 이면에 매일 부상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양산되고 있다. 문제는 뇌진탕이나 골절·열사병이 아니다. 어른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스포츠를 숭배하고 아이들에게 ‘파이팅’만을 요구하기에 젊은 선수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프랭크 브루니 NYT 칼럼니스트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Total 22,378건 696 페이지
제목
[밴쿠버] 트루도 총리와 수상들, 밴쿠버에 모인다
'총리의 리더쉽 시험 무대 될 것'   이번 주, 캐나다 정계 시선이 밴쿠버를 향하고 있다. 저스틴 트루도(Justin Trudeau) 총리와 각 주 수상들이 밴쿠버에서 모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자원 활용과 환경 문제...
이지연기자
02-29
[밴쿠버] 트루도 총리와 수상들, 밴쿠버에 모인다
'총리의 리더쉽 시험 무대 될 것'   이번 주, 캐나다 정계 시선이 밴쿠버를 향하고 있다. 저스틴 트루도(Justin Trudeau) 총리와 각 주 수상들이 밴쿠버에서 모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자원 활용과 환경 문제...
이지연기자
02-29
[밴쿠버] BC주 북부 보건부, '1989년 이전 집들,…
옛날식 수도 파이프 때문, 보건소에서 안전성 검사받을 수 있어                지난 주말, BC주 북부 보건부...
이지연기자
02-29
[밴쿠버] 트왓센 고등학생, 백악관에서 봉사활동 공로장 …
(나탈리 버트-캐롤 양(왼쪽에서 두번 째)) (백악관에서 수여한 봉사활동 공로장)   해외 파병 미군들에게 편지와 선물 보낸 학생, "그들에게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     ...
이지연기자
02-29
[밴쿠버] 트왓센 고등학생, 백악관에서 봉사활동 공로장 …
(나탈리 버트-캐롤 양(왼쪽에서 두번 째)) (백악관에서 수여한 봉사활동 공로장)   해외 파병 미군들에게 편지와 선물 보낸 학생, "그들에게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     ...
이지연기자
02-29
[밴쿠버] RCMP, '캐나다 데이 테러' 추적에 90만…
배심원단 유죄 판결 후 담당 판사는 경찰 과오 지적, 최종 판결은 아직                2013년 7월 1일, &lsq...
이지연기자
02-29
[교육] [총영사관] 제19기 재외동포재단 초청장학생 …
오는 3월 30일까지 모집    주밴쿠버총영사관(총영사 이기천)이 재외동포재단이 주관하는 '제19기 재외동포재단 초청장학생' 모집 공고를 발표했다. 지원신청은 만 40세 미만의 ▲캐나다 국적 보유자 ▲캐나다 ...
조현주기자
02-29
[캐나다] 캐나다 의회서 울린 "대한민국 만세"…3·1절…
캐나다  연방의원인 알리 에사시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연방의회에서 한국의 3·1절을 소개하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유튜브 캡처) © News1 ...
온라인중앙일보
02-29
[이민] 홍석현 회장 "송무백열…중국의 부상, 미국이 …
홍석현 중앙일보ㆍJTBC 회장이 25일(현지시간) 태평양세기연구소(PCIㆍPacific Century Institute)로부터 ‘PCI 빌딩 브릿지스 어워드’를 수상했다.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시상식은 이날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
dino
02-26
[밴쿠버] 인종차별 욕설, 여성 체포
밴쿠버 경찰(VPD)이 찾던 여성 용의자, 코퀴틀람 거주자로 밝혀져     지난 해 가을, 밴쿠버 다운타운의 스카이트레인 역에서 인종차별 욕설과함께 타인을 폭행한 여성들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본지 2...
이지연기자
02-26
[밴쿠버] 인종차별 욕설, 여성 체포
밴쿠버 경찰(VPD)이 찾던 여성 용의자, 코퀴틀람 거주자로 밝혀져     지난 해 가을, 밴쿠버 다운타운의 스카이트레인 역에서 인종차별 욕설과함께 타인을 폭행한 여성들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본지 2...
이지연기자
02-26
[밴쿠버] BC 하이드로, '전기세 1년 동안 4% 인상…
맥도날드 CEO, "광산업계 변화가 원인"   지난 2015년 4월에 전기세를 6% 인상했던 BC 하이드로가 ‘1년 동안 일시적으로 4% 인상’하는 안건을 추진 중이다.   확정될 경우 BC...
이지연기자
02-26
[밴쿠버] 캐나다인 2/3, '부동산 시장, 정부 개입'…
밴쿠버, 토론토 제외하고도 과반이 집 값 비싸다고 느껴                캐나다인의 2/3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
이지연기자
02-26
[밴쿠버] 5월부터 적용, 주류 최저가 기준 확정
주정부, '저가 주류 과소비 예방 차원'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될 BC주&nb...
이지연기자
02-26
[밴쿠버] 5월부터 적용, 주류 최저가 기준 확정
주정부, '저가 주류 과소비 예방 차원'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될 BC주&nb...
이지연기자
02-26
[캐나다] 대마초 개인도 재배할 수 있다
  연방대법원 판결    연방정부의 합법화를 앞두고 대마초 시장을 놓고 기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개인도 재배를 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24일 ...
dino
02-25
[밴쿠버] 로히드 몰 재개발, 어떻게 될까
버나비 노스 로스에 위치한 로히드 몰(Lougheed Mall)을 중심으로 한 재개발 공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3일(화), 저녁 7시 버나비 시청 회의실에서 로히들 몰 재개발 관련 공청회(Public hearing)가 열렸다....
dino
02-25
[밴쿠버] 로히드 몰 재개발, 어떻게 될까
버나비 노스 로스에 위치한 로히드 몰(Lougheed Mall)을 중심으로 한 재개발 공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3일(화), 저녁 7시 버나비 시청 회의실에서 로히들 몰 재개발 관련 공청회(Public hearing)가 열렸다....
dino
02-25
[캐나다] 국내 20~30대, 부모들보다 자산 많다
  연방재무성 자료공개    캐나다의 28~34세 연령층이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부모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연방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그러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nb...
dino
02-25
[밴쿠버] 밴쿠버 교육청 vs BC 교육부, 예산 문제 …
 '주정부 만성적 지원 부족' VS '교육의원 대책 없다'   이 달 중순, 한동안 잠잠했던 BC 공립교사연합(BC Teachers’ Federatioin)과 주정부 교육부 ...
이지연기자
02-25
[밴쿠버] 밴쿠버 교육청 vs BC 교육부, 예산 문제 …
 '주정부 만성적 지원 부족' VS '교육의원 대책 없다'   이 달 중순, 한동안 잠잠했던 BC 공립교사연합(BC Teachers’ Federatioin)과 주정부 교육부 ...
이지연기자
02-25
[밴쿠버] '핑크셔츠 데이', BC주 곳곳 핑크 색 물결…
'집단 따돌림'(bullying) 반대 상징이 된 핑크   지난 24일(수)은 BC주의 ‘핑크셔츠 데이(Pink Shirt Day)’였다. 핑크색 셔츠를 입고 ‘집단 따돌림에 반...
이지연기자
02-25
[밴쿠버] 랭리 타운쉽 북부, 혼다 사 차량 대량 도난
RCMP,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 우려'     이달 초, ‘메트로 밴쿠버 곳곳에서 자동차 도난 및 차량 내 물품 도난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본지 5일(금)...
이지연기자
02-25
[밴쿠버] 랭리 타운쉽 북부, 혼다 사 차량 대량 도난
RCMP,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 우려'     이달 초, ‘메트로 밴쿠버 곳곳에서 자동차 도난 및 차량 내 물품 도난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본지 5일(금)...
이지연기자
02-25
[교육] 서울대 최종합격자 가장 많은 학교, 용인외고·…
상위 50위내 고교 중 자사고 18곳, 외고·국제고 13곳 서울 일반고 10곳 모두 강남·목동 등 '교육 특구' '비서울', 평준화 일반고는 신성·낙생고 2곳 뿐   ...
온라인중앙일보
02-25
게시물 검색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