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빌딩 풍년 … 서울 도심 사무실 6개 중 1개 비었다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7-05-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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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차의 역설’을 극복하지 못하고 요즘 빈 사무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이 있다. 서울 종로·중구 등 도심권과 여의도 의 상황이 심각하다.
부영이 지난해 1월 사들인 서울 태평로2가 부영 태평빌딩(옛 삼성생명 본관)은 공실률이 70%가 넘는다. 삼성생명이 서초사옥으로 이전한 지 반년이 지났는데도 그렇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변에 새로 짓는 빌딩이 많아 빈 사무실을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신규 오피스 빌딩이 많이 들어선 게 주요 원인이다. 강북 도심권에선 지난해 IBK파이낸스타워(을지로2가·연면적 4만7964㎡)와 신한L타워(을지로2가·3만823㎡)가, 올 초엔 수송스퀘어(수송동·5만313㎡)가 잇따라 준공됐다. 여의도권의 경우 국제금융센터(IFC)의 공실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K타워(4만7388㎡) 등이 들어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심 오피스 공급이 크게 감소한 뒤 3~4년 전부터 도심의 낡은 건물들을 허물고 다시 짓는 도심 재개발이 활발했다. 사무실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빌딩을 지으면 충분히 임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앞다퉈 뛰어들었다. 이때 착공에 들어간 오피스들이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3~4년이 지난 현재 예상은 빗나갔다. 유명한 컬리어스 리서치파트장은 “도심에 재개발 사업 등으로 오피스 공급이 계속 늘고 있어 수급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임차 수요는 줄고 있다. 주요 임차인인 대기업들이 잇따라 도심이나 여의도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서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생명(태평로)과 삼성화재(을지로)가 서초동 사옥으로 이전했다. 대신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들이 여의도를 떠났다. 대부분 사업 재편,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사옥을 옮겼다.
임대업자들은 새 건물이라는 이유로 도심 사무실의 임대료를 올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으로 도심 임대료는 3.3㎡당 9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5% 상승했다. 경기가 위축돼 창업하는 업체도 많지 않은 데다 창업을 하더라도 도심을 피하고 있다.
유명한 파트장은 “창업을 해도 요즘은 도심보다는 강남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공실률이 오르자 도심 오피스 투자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도심 오피스 수익률은 1.66%로 1년 전(1.78%)보다 0.12%포인트 떨어졌다. 여의도(1.66%)도 0.03%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김정은 세빌스코리아 이사는 “여의도권은 공급이 많고 기업의 본사 이전도 적지 않아 공실률이 상승하겠지만 도심권은 기업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공실률이 그렇게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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