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 눈 앞에 펼쳐 진 온라인 게임 속 판타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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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크래프트'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 속 세상을 영상으로 구현해 냈다. [Legendary Picture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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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촬영 현장에는 무려 80여 개의 크고 작은 세트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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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멀캠' 기술을 통해 오크의 캐릭터의 움직임을 담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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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블록버스터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2016년 6월 개봉 예정, 던컨 존스 감독)이 베일을 벗었다. 2004년 출시돼 전 세계 1억 명이 즐긴 인기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이하 와우)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인간과 오크, 두 종족의 치열한 전쟁은 어떤 모습으로 스크린 위에 펼쳐질까. 지난해 4월 캐나다 밴쿠버 '워크래프트' 현장을 방문해 그 세계를 미리 들여다봤다. 2014년 5월에 촬영을 마쳤으니, 한창 분주할 때였다.
"블리자드(와우를 제작한 게임 회사) 관계자들이 방문해선 눈물을 흘릴 정도였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이 온다면 감동해서 까무러칠지 모르죠." 밴쿠버의 야외 세트장으로 기자들을 안내하던 홍보 담당자가 당당하게 말했다.
전 세계 수천 만 명의 '와우저(와우를 플레이하는 유저)'를 거느린 인기 게임을 실사화 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이 영화에 집중된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의 말투에는 "절대 팬들을 실망시킬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잠시 후 눈 앞에 펼쳐진 세트장의 광경은 그 말이 그저 허세만은 아님을 증명했다. 이날 공개된 야외 세트는 인간들의 삶의 터전인 스톰윈드의 시가지.
마을 입구를 지키는 동상을 시작으로 거리 양 옆으로 나란히 늘어선 각종 상점, 여관과 술집, 성으로 연결되는 다리와 계단 등이 장대한 규모로 우뚝 서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 탓에 방문 당일 야외 촬영은 없었지만, 실물 크기의 세트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영화 속에서 활기차게 펼쳐질 인간 세계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개빈 보켓은 "세트를 디자인하고 짓는데 걸린 시간만 약 7개월에 달한다"며 "세트의 60% 정도는 게임 속 내용에 충실하게 만들었고 나머지 40% 가량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테일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세트 데코레이터 엘리자베스 윌콕스는 "게임 속 분위기를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뉴질랜드, 터키, 인도,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서 자재와 소품을 사서 세트를 꾸몄다"고 덧붙였다.
실내 세트장도 경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제작진은 무려 10개의 세트장을 한꺼번에 사용하며 약 80여 개의 크고 작은 세트를 지어 사용 중이었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지하 감옥, 에너지 체임버, 왕좌의 방, 전쟁이 벌어질 밀림과 사막 등 완전히 다른 광경들이 펼쳐졌다.
세트장 한 쪽에 마련된 의상실도 영화 '워크래프트'의 규모를 가늠케 하는 공간이었다. 이번 영화 한 편을 위해 새롭게 제작된 의상만 무려 650여 벌.
전투 장면이 워낙 많다 보니 주요 캐릭터의 경우 똑같은 의상을 다섯 벌씩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제작 과정 내내 의상팀은 평균 35명, 최대 62명까지 현장에 투입돼 의상을 만들고 정비하고 있다는 게 코스튬 디자이너 메이스 루비오의 설명이었다.
루비오는 활동성과 시각적 아름다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의상을 만드는 데 총력을 쏟았다. 그는 "액션을 위해 움직이기 편한 의상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동시에 이탈리아산 가죽이나 최고급 메탈 소재로 만든 갑옷, 움직임에 따라 색상이 미묘하게 변하는 드레스 등으로 '보는 재미'도 더했다"고 전했다.
루비오는 "아무도 못 알아챌 것 같은 사소한 것들이지만, 이런 정성 하나하나가 자연히 화면에 드러나게 돼 있다"며 "촬영 감독인 사이먼 더건이 이번 의상을 특히나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3층 높이의 한 실내 세트장에서는 블랙록 밸리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 촬영이 한창이었다.
오크 종족들이 대거 등장하는 장면인 만큼 모션 캡처가 주를 이루는 상황이지만, 그린 스크린이 아닌 정교하게 지어진 세트 앞에서 실제 소품을 들고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의 모습은 일반 촬영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모든 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션 캡처 기술 덕이었다.
배우들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저장하기만 할 뿐, 현장에서 모니터가 불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그 자리에서 어느 정도 완성된 배우의 표정과 연기를 확인할 수 있게 된 점도 큰 발전이다. VFX 수퍼바이저인 빌 웨스틴호퍼는 "'사이멀캠(Simulcam)'이란 최신 기술을 통해 실사와 똑같은 환경에서 모션 캡처 촬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촬영과 동시에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거쳐 화면에 비추어질 대강의 모습으로 완성된 배우의 모습을 모니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웨스틴호퍼는 "이제껏 나온 어떤 영화보다도 배우들의 표정을 모션 캡처로 담아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화면 속 오크의 얼굴 속에서도 원래 연기한 배우의 이미지와 느낌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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