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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제 | ‘죽음의 소용돌이’ 빠진 유가 … 30달러 무너졌다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6-01-0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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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30달러 선이 무너졌다. 국제 유가가 자유낙하를 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중동시장에서 두바이산 원유는 하루 전보다 7.25% 추락한 배럴당 29.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04년 3월 이후 11년10개월 만에 최저다.

 

두바이유 12년 만에 20달러대
사우디·이란 갈등, 중국 불황
올해 30% 더 떨어질 수도
에너지인 동시에 금융상품
값 하락 땐 채권·주가도 동조


 미국 서부텍사스유(WTI)와 영국 브렌트유 등 다른 유종 가격도 이날 6~7%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자산 가격이 하루 5% 이상 떨어지면 폭락으로 부른다.

 이날 두바이산 원유 가격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이 “최악의 경우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지난해 하반기 우려했다. 바로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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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슨로이터 등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미국 원유 공급이 줄기는커녕 늘어나는 바람에 국제 원유시장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가는 수퍼 사이클(대세 상승:2002~2008년) 기간의 최고치인 배럴당 141.3달러보다 78.8% 정도 낮다. 고점과 견줘 4분의 1 토막 수준도 안 된다.

 현재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이 해결될 기미가 없다. 지난해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지역 갈등이 격해지면서 두 나라는 원유 생산을 더 늘릴 태세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마저 부진하다.

 저유가가 종전에는 한국 같은 원유 수입국엔 횡재로 여겨졌다. 영국 싱크탱크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정도 떨어지면 글로벌 소비자들에게는 1조3000억 달러(약 1547조원) 정도 보조금이 지급되는 셈”이라고 했다. 한국의 4년치 예산에 버금가는 돈이다.

 유가 하락은 비산유국 경제성장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 원유 가격이 20달러 하락하면 원유 수입국의 평균 성장률이 6~9개월 안에 0.4%포인트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다.

 그런데도 정작 글로벌시장은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국·유럽 등 주요 증시가 크게 떨어졌다. 저유가 덕분에 경제가 활성화되면 기업 실적과 주가에 좋을 텐데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 1월 보고서에서 “원유시장이 놀랍게도 금융화됐다”며 “원유와 주식·채권·파생상품 가격의 동조화가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원유의 성격이 에너지이면서 금융상품이란 얘기다.

 WB에 따르면 각종 펀드와 투자은행 등은 2004년 이후 자산 포트폴리오(바구니)에 원유와 구리 등을 대거 포함시켰다. 포트폴리오 내 한 자산이 떨어지면 다른 자산의 가격도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영국 옥스퍼드대 에너지연구소(OIES)의 바삼 파토 박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화 때문에 원유 값이 하락하면 주식이나 채권 값이 떨어지는 게 잦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 분석회사인 WTRG는 “1970년 이후 국제 원유의 장기 평균 가격은 배럴당 34.8달러 선”이라고 했다. 6일 현재 두바이산이나 WTI 모두 장기 평균 가격을 밑돌고 있다. 미 경제학자 고(故) 하이먼 민스키의 모델에 따르면 원유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이 원유 보유량을 투매하는 단계를 지나 ‘좌절’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켓워치는 7일 전문가의 말을 빌려 “사우디-이란 갈등과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국제 유가가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에 걸려들었다”고 진단했다. 원유 가격이 당분간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역사적으로 추락한 유가는 빠르게 회복하지 못했다. 90년대에도 저유가가 내내 이어졌다. 당시 유가는 배럴당 9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국의 원유 수출 재개와 산유국의 시장점유율 쟁탈전 등이 올해 더 치열하게 벌어져 유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골드먼삭스 등 투자은행은 올해 안에 유가가 앞으로 30% 더 하락해 배럴당 20달러까지 미끄러질 수 있다고 봤다. 국제 유가가 장기 횡보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하이먼 민스키 버블모델=민스키(1919~99년) 전 워싱턴대 교수가 만든 주식시장 등의 거품 분석모델. 그는 대중이 고수익에 취해 불나방처럼 몰려들면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합리화 논리가 만들어진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자산 가격이 정점에 이른 뒤 추락하면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투매와 좌절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후 자산가격은 서서히 회복해 장기 평균 가격에 가까워진다. 회복 속도는 자산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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