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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직원 뽑을 땐 창업 실패자 선호 … 대학만 나온 사람보다 낫다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5-05-24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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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만 켤레 신발 기부한 탐스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24012952.jpg“요즘 뭐가 제일 기쁘냐”고 마이코스키에게 물었더니 “6개월 전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태어나 아빠가 된 게 가장 기쁘다”고 답했다.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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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TOMS)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주시하는 롤모델 회사다. 창립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38)의 공식 직함은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 ‘최고 신발 공여자(Chief Shoe Giver)’다. 2006년 맨발인 아르헨티나 어린이들을 보고 신발 회사를 만들었다. 비즈니스 모델은 ‘원포원(One for One)’이다.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준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신발 3500만 켤레를 기부했다. 또 탐스 안경을 사면 안경을, 그가 쓴 『탐스 스토리』(2012·아래 작은 사진)를 사면 책을 기부한다. 2014년부터는 커피 한 봉지를 팔 때마다, 오염된 식수 때문에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전달한다. 좋은 일을 하다 보니 명예가 따랐다. 탐스는 2013년 경제전문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영감을 주는 25대 기업’ 중 10위로 선정됐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를 18일에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을 기고문 형식으로 다음과 같이 재구성했다. 

기업가들은 몇 가지 특질을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두 개를 꼽자면 호기심과 ‘문제해결 지향성’이다. 기업가란 ‘문제나 개선점을 발견하면, 솔루션을 찾아내 이를 사업화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기업가 기질은 어느 정도 타고 나는 것이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기업가 자질이 계속 발전한다. 

내 경우 어머니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작가인 어머니는 자비 출판으로 꽤 많은 책을 팔았다. 어머니를 통해 아이디어가 어떻게 사업이 되는지 배웠다. 대학을 2년 다니다 중퇴했다. 대학 경험보다 더 큰 도움이 된 것은 내가 테니스 선수였을 때 익힌 것들이다. 테니스는 팀이 아니라 개인 종목이다. 테니스를 통해 나는 ‘오로지 나 스스로에게 의존하는 법’을 배웠다. 좀더 나아지려면 좀더 노력해야 했다. 이 점에서 테니스 선수는 기업가와 같다. 

물론 축구·배구 같은 종목의 팀 플레이도 중요하다. 하지만 비즈니스 초창기에는 ‘나 홀로’ 느끼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감흥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해야 한다. 

나는 독서광·여행광이다. 여행과 독서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는다. 지난 20일동안 9개국을 방문했다. 다른 문화를 접하면 이런 생각이 든다. ‘문화는 왜 다를까. 이 문화를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여행은 자연스럽게 역사의 세계로 이끈다. 궁금한 차이점을 발견하면 전문가들에게 묻는다. 

책 중에서는 전기(傳記)를 좋아한다. 비즈니스나 세상에 대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가수 어맨다 파머의 자서전이다. 파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앨범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 

스타벅스·파타고니아·월마트 창업자의 전기에서도 많은 것을 건졌다. 자서전의 고전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전기(電氣) 연구를 포함해 그를 유명하게 만든 모든 일은 그가 40세가 넘어 성취했다는 것이다. 38세인 나로서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은 아직 착수조차 못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까지 내가 성취한 것에 대해서도 나는 자랑스럽다. 원포원(One for One)은 미국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인류보편적·인간적인 아이디어다. ‘나와는 달리 구매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전염성이 크다. 지극히 사람다운 욕구에 기반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원포원 아이디어를 복제하는 기업도 있다. 많이 복제되고 실천될수록 좋다. 개인적으로 힘든 것은 원포원을 다른 기업이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신발 디자인을 따라 하는 회사가 많다는 점이다. 패션 산업은 아이디어가 잘 보호되는 산업부문이 아니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패션 디자인과 스타일을 창출하기 위해 우리 회사는 정말 열심히 일한다. 

나는 거듭난(born again) 크리스천이다. 16~17세 즈음 크리스천이 됐다. 지난 20년 동안에는 명상이나 ‘마음챙김(Mindfulness)’ 등 불교적 요소를 내 신앙 생활 속으로 끌어들였다. 뉴욕이나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다른 종교나 가치체계에 대해 개방적이다.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마태복음 성경구절에서 나온다. 간단하지만 굉장히 실천하기 힘든 말이다.

비즈니스는 결국 고객의 변화에 따라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면 기업이 이에 부응해야 한다. 고객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기업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대기업들은 어떤 사회적 목표 없이 기반을 닦았다. 기반을 닦은 다음에 사회적 책임이나 기부, 자선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애플 같은 기업들이 탐스처럼 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50년이나 100년 후에 나올 ‘차세대 마이크로소프트’는 탐스와 비슷한 모습일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반대 방향으로 생각해보자. 탐스가 앞으로 100배, 1000배 더 성장하더라도 우리의 기본적 비즈니스 모델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규모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탐스는 변하지 않았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탐스의 기업 속성은 그만큼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나는 ‘취준생’이었던 적이 없다. 입사 인터뷰의 단골 질문인 ‘5년 후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답할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 내게 묻는다면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라고 답하겠다. 

중앙일보 기자는 인터뷰 도중에 내가 ‘왜 안 해, 왜 안 돼, 그걸 안 할 이유 없잖아’라고 묻는 ‘와이낫 정신(Why not spirit)’으로 충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 나도 그렇지만 미국 자체가 ‘와이낫 정신’으로 가득한 나라다.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의 ‘와이낫 정신’이 더 강하다. 그래서 한국은 지난 50여년간 훨씬 더 많이 성장했다고 본다. 일본만해도 아주 신중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성공하면 좋다. 실패해도 좋다. 실패가 밑천이다. ‘와이낫 정신’에는 리스크도 따른다. 나는 창업에 실패한 사람들을 직원 채용시 선호한다. 그저 대학을 졸업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알게 된 세종서적의 윤혜자 출판 기획자는 초심(初心· beginner’s mind)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고 물었다. 겸손함·겸허함이 초심의 지표일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창업 초창기를 거치며 나는 ‘덜’ 겸손해졌다가 다시 초심을 되찾고 더욱 겸손해지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우리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으며, 나는 그들을 책임질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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