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선행학습, 약일까 독일까 >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교육 | 과학 선행학습, 약일까 독일까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5-04-22 07:42

본문

초·중 땐 과학적 사고력 키우는 데 집중해야


과학 과목 많고 수능 영향력 커 선행 고민
학교에선 수업 집중력, 흥미 떨어뜨린다 경고
굳이 시킨다면 문,이과 진로 정한 뒤에 해야


“과학 선행학습 정말 필요한가요.” 학부모 교육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오는 글이다. 특히 자녀를 자연계열에 진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은 ‘국어·영어·수학도 모자라 과학까지 선행을 시켜야 하나’ 고민이 크다. 교육열 높은 강남에서는 “고등학교 때 이과 가려면 수학은 물론, 과학도 선행을 끝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수능시험이 쉬워지면서 사회·과학탐구 성적이 승패를 가른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과학 교사들은 “예습 차원이 아닌 무리한 선행학습은 오히려 학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가 지난해 2월에 발표한 ‘2013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과학·사회 사교육을 받는 사람은 11.5%였다. 수학(45.8%), 영어(44%)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하지만 강남의 한 고등학교 학생 1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과학선행학습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전체 81%에 해당하는 94명이 ‘그렇다’고 답했고, 그 중 76.6%는 현재 진행 중이었다. 학생 10명 중 8명 이상이 정규 교과 과정에 앞선 내용을 미리 배우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픽 참조>

학생들이 선행학습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다.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63.8%에 해당하는 60명이 ‘내신 성적 향상을 위해 선행학습을 했다’고 답했다. 학교 내신 시험에서 교과과정을 앞선 내용이 나온다면 미리 배워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선행학습규제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시험은 물론 정규 수업이나 방과후수업에서도 앞선 내용을 당겨 가르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선행유발 요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 정책과 별개로 학부모들은 아이를 학원가로 내몬다. 고등학교 2·3학년 자녀를 둔 김은지(49·강남구 도곡동)씨는 “아이들이 선행 없이 제 학년에 진도 따라가는 게 버겁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이과를 선택한 김씨의 첫째 아들은 학교에서 1학년 때는 지구과학Ⅰ을, 2학년 때는 물리·화학·생명과학Ⅰ을 배웠고, 3학년에 올라가면서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Ⅱ 중에서 2과목을 선택해야 했다. 과학만 6과목이다. 김씨는 “이과는 수학도 문과보다 더 많은데, 과학까지 하려니 아이가 힘들어 한다”며 “요즘에는 일찍부터 선행학습 시키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점점 쉬워지는 수능과 수시모집 확대도 과학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다. 한 번의 실수가 미래를 좌우한다는 생각에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시험을 완벽하게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이 된 거다. 고2 자녀를 둔 김보경(46·서초구 방배동)씨는 “수능 영어 과목은 절대평가로 바뀌고 국어와 수학 과목 시험도 쉽게 나오면 결국 승패를 가르는 건 사회, 과학 등 탐구과목 아니냐”며 “친구 딸이 2015학년도 수능시험 수학B형에서 1문제를 틀려 2등급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당장 과학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과학 교사들은 “선행학습을 오래했다고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또 무리한 선행학습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학원에서 이미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또 하려니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신동원 휘문고 교감은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선행한 학생과 안 한 학생이 확연히 구분된다”며 “수업에 집중 안 하고 딴 짓 하는 아이들 중에 고등학교 과정까지 끝낸 경우가 많더라”고 말했다. 미리 공부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안다’고 착각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는 얘기다. 신 교감은 “대학 과정까지 미리 선행해도 수업 제대로 안 듣고는 시험에서 절대 좋은 성적 받을 수 없다”며 “선행 기간이나 여부와 상관없이 수업 잘 듣고, 예·복습 철저히 하는 게 좋은 성적 받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선행학습을 시킬지 말지 결국 선택은 부모 몫이다. 선행을 피할 수 없다면 아이 흥미와 성향에 맞춰야 한다. 정호근 보성고 과학교사는 “부모 욕심에 억지로 시키면 과학에 대한 흥미를 아예 잃을 수도 있다”며 “학원이나 과외 등에서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업 듣는 데서 끝낼 게 아니라 과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거다. 정 교사는 “과학 잡지나 도서 등을 읽히면서 관심을 유도해 과학적 사고력을 키우고 배경지식을 쌓아야 고학년에 올라가 힘을 발휘한다”고 덧붙였다.

시기도 중요하다. 진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간낭비가 될 수 있다. 이모(48·송파구 신천동)씨는 자녀가 초등 6학년 때부터 2년 동안 물리·화학 중등선행프로그램을 시켰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 결국 문과를 선택하면서 아무 소용 없어졌다. 신 교감은 “과학고나 과학영재학교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면 중3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며 “학원의 공포마케팅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Total 22,611건 811 페이지
제목
[캐나다] 토론토, 북미 최초 중국 위안화 허브 연다
23일 토론토가 북미 최초로 중국의 화폐인 위안화 허브를 설치해 큰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캐나다 상공회의소는 이 허브 설치로 인한 대중 수출 증가 규모는 320억불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토론토 위안화 허브 개장으로 인해 국내 은행에서 위안화 ...
03-25
[밴쿠버] BC 페리, 요금 인상 앞두고 1% 유류 환불…
BC 페리(BC Ferries) 요금 인상 일자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4월 1일(수)부터 기존 요금보다 3.9% 인상된다. 그런데 BC 페리가 “1%의 유류 환불(Fuel Rebate)을 제공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것이 적용될 경우 요금 ...
03-25
[밴쿠버] BC 페리, 요금 인상 앞두고 1% 유류 환불…
BC 페리(BC Ferries) 요금 인상 일자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4월 1일(수)부터 기존 요금보다 3.9% 인상된다. 그런데 BC 페리가 “1%의 유류 환불(Fuel Rebate)을 제공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것이 적용될 경우 요금 ...
03-25
[밴쿠버] 캐나다 포스트 사칭 이메일 기승
(캡션: 그리핀 씨가 받은 이메일)포스트, "링크 담은 이메일 소비자에게 보내지 않아"캐나다 포스트를 사칭한 사기성 이메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메트로 밴쿠버 주민인 린다 그리핀(Lynda Griffin) 씨는 “이메일은 캐나다 포스트 심볼과 함께 ‘수취되지...
03-25
[밴쿠버] 캐나다 포스트 사칭 이메일 기승
(캡션: 그리핀 씨가 받은 이메일)포스트, "링크 담은 이메일 소비자에게 보내지 않아"캐나다 포스트를 사칭한 사기성 이메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메트로 밴쿠버 주민인 린다 그리핀(Lynda Griffin) 씨는 “이메일은 캐나다 포스트 심볼과 함께 ‘수취되지...
03-25
[밴쿠버] 밴시티 보고서, '2030년 밴쿠버 집값 평균…
'평균 임금 기준으로 소득 100% 투입해야 내 집 마련 가능'밴시티(Vancity) 은행이 ‘밴쿠버(City of Vancouver)의 집값 상승세가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030년에는 일반 주택의 평균 가격이 2백 1십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03-25
[밴쿠버] 밴쿠버 시청, '대피 명령 문구 쉽게 표현해야…
(캡션: 화재 당일 포트 메트로 광경)4일(수) 밴쿠버 항구 화재 대응, 평가 대체로 높아지난 4일(수) 오후, 포트 메트로 밴쿠버에서 발생한 화재로 유해성 화학 물질이 담긴 연기가 인근 지역에 퍼져 다운타운 일부와 이스트 밴쿠버 지역 일부에 외출 금지령이 내려지는 등...
03-25
[밴쿠버] CRA 사칭 메일 및 문자 주의
캐나다 국세청(CRA)이 국세청 사칭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CRA로부터 전달될 돈이 있다’는 메시지가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며 “그러나 납세자에게 전달되는 모든 환급금은 수표나 직접 송금을 통해 전달된다.&...
03-25
[밴쿠버] CRA 사칭 메일 및 문자 주의
캐나다 국세청(CRA)이 국세청 사칭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CRA로부터 전달될 돈이 있다’는 메시지가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며 “그러나 납세자에게 전달되는 모든 환급금은 수표나 직접 송금을 통해 전달된다.&...
03-25
[캐나다] 캐나다 공영방송 CTV 세월호 유가족 인터뷰
캐나다 공영방송 CTV가 윈저에서 지난 22일 박예슬양 아버지 박종범씨와 김도언양 어머니 이지성씨와 인터뷰를 갖고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 및 가족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박종범씨와 이지성씨는 '토론토 세월호를 잊지않는 사람들' 주최로 토론토에서 4시간 거리인 국경도시 윈...
03-25
[캐나다] 보급률 높아지는 방송 스트리밍, 전문가들도 늘…
지난 주 CRTC가 새로운 TV 소비 모델인 픽앤페이를 발표했지만, TV 케이블을 끊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돌아서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가 있을 때 기계를 다루는 것이 서툴러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 소위...
03-25
[캐나다] 루니 가치, 잠시 반등 -- 그러나 미래는 밝…
올해 들어 미 달러 기준 78센트 선에 머무르던 캐나다 루니 가치가 지난 23일(월) 상승세를 기록했다. 잠시 80센트를 상회하기도 했으나, 79.94 센트 선에서 마감되었다. 미 달러 약세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루니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03-24
[밴쿠버] 고속도로 운전, 주의하세요
왼쪽 차선 양보 않는 차량에 109달러 벌금 확정앞으로 BC주의 고속도로에서 추월용인 왼쪽 차선을 속도 제한보다 늦은 속도로 주행하는 운전자들에게 109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동시에 면허 기록에 3점의 벌점이 추가된다. 메트로 밴쿠버 지역 교통경찰 치프 닐 ...
03-24
[밴쿠버] 고속도로 운전, 주의하세요
왼쪽 차선 양보 않는 차량에 109달러 벌금 확정앞으로 BC주의 고속도로에서 추월용인 왼쪽 차선을 속도 제한보다 늦은 속도로 주행하는 운전자들에게 109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동시에 면허 기록에 3점의 벌점이 추가된다. 메트로 밴쿠버 지역 교통경찰 치프 닐 ...
03-24
[밴쿠버] 어버, 밴쿠버 진출 미뤄질 듯
밴쿠버 시청, 유예 기간 올 가을까지 연장 계획밴쿠버에서 택시 서비스 어버(Uber) 이용을 희망하던 소비자들은 당분간 더 기다려야 할 듯 하다. 밴쿠버 시청이 어버 활동 유예 기간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청은 지난 해 10월, “어버 유...
03-24
[밴쿠버] 어버, 밴쿠버 진출 미뤄질 듯
밴쿠버 시청, 유예 기간 올 가을까지 연장 계획밴쿠버에서 택시 서비스 어버(Uber) 이용을 희망하던 소비자들은 당분간 더 기다려야 할 듯 하다. 밴쿠버 시청이 어버 활동 유예 기간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청은 지난 해 10월, “어버 유...
03-24
[밴쿠버] BCAA, 카 쉐어(Car Share) 서비스…
지난 24일(화), BCAA가 ‘차 함께 타기(Car Share Service)’ 에보(Evo)를 론칭했다. 밴쿠버에서는 이미 모도(Modo)와 집카(Zipcar), 카투고(Car2Go) 등 카 쉐어 서비스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업계...
03-24
[밴쿠버] 공원위원회, 스탠리 파크 코즈웨이 보도 확장
(캡션: 완공 예상도)자전거길 확장과 보호막 등 올해 완공 예정밴쿠버 공원위원회가 BC 교통부가 제안한 스탠리 파크 코즈웨이(Stanley Park Causeway) 자전거길 및 보도 확장 계획을 허가했다. 이 안건은 지난 12월에 교통부가 제안한 것으로, 최...
03-24
[밴쿠버] 공원위원회, 스탠리 파크 코즈웨이 보도 확장
(캡션: 완공 예상도)자전거길 확장과 보호막 등 올해 완공 예정밴쿠버 공원위원회가 BC 교통부가 제안한 스탠리 파크 코즈웨이(Stanley Park Causeway) 자전거길 및 보도 확장 계획을 허가했다. 이 안건은 지난 12월에 교통부가 제안한 것으로, 최...
03-24
[밴쿠버] 밴쿠버 법원 근처, 모조 폭발물 발견
(캡션: 조사가 진행 중인 현장 모습)제거 작업 마친 경찰, "위협 안되는 물건"지난 23일(월) 오전, 밴쿠버 법원이 임시 폐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 근처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밴쿠버 경찰(VPD) 폭발물 제거반(Explos...
03-24
[밴쿠버] 밴쿠버 법원 근처, 모조 폭발물 발견
(캡션: 조사가 진행 중인 현장 모습)제거 작업 마친 경찰, "위협 안되는 물건"지난 23일(월) 오전, 밴쿠버 법원이 임시 폐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 근처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밴쿠버 경찰(VPD) 폭발물 제거반(Explos...
03-24
[밴쿠버] 타깃, 본격적인 폐점 시작
써리와 메이플 릿지 등 폐점 날짜 확정타깃 캐나다의 본격적인 폐점이 시작되었다. 지난 주 총 16개 지점이 문을 닫은 가운데, 다음 주 초까지 30개 지점이 추가 폐점된다. BC 주에서는 칠리왁과 크랜브룩 지점이 지난 22일(일) 문을 닫았고, 오는 30일(월...
03-24
[밴쿠버] 타깃, 본격적인 폐점 시작
써리와 메이플 릿지 등 폐점 날짜 확정타깃 캐나다의 본격적인 폐점이 시작되었다. 지난 주 총 16개 지점이 문을 닫은 가운데, 다음 주 초까지 30개 지점이 추가 폐점된다. BC 주에서는 칠리왁과 크랜브룩 지점이 지난 22일(일) 문을 닫았고, 오는 30일(월...
03-24
[캐나다] 오타와 상원의원 사무실 2곳, 백색 분말 우편…
상원의원 사무실에 백색가루 우편물이 배달된 것을 확인한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의사당 건물을 철통 경계하고 있다.상원의원 2명에게 백색 분말이 든 봉투가 우편으로 배달돼 의사당 경비에 비상이 걸렸다.23일 상원의원 2명의 사무실 직원은 배달된 우편물에 백색 분말이 가득든 ...
03-24
[캐나다] 캐나다, IS 격퇴 작전 강화…파병 연장· 공…
캐나다 공군의 CF-18전투기가 쿠웨이트기지에 착륙하고 있다.캐나다가 기존 이라크에서만 실시하고 있던 폭격 작전을 시리아로 확대한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소식통에 따르면 스티브 하퍼 총리는 24일 오전 시리아에 폭격기를 보내는 ...
03-24
게시물 검색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