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인 | 재외동포청 위치, 설립 본질에 맞는 장소 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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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5일 국회 본청 220호에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재외동포청 설립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150~200명 인력, 1000억원 정도 예산에만 눈 먼 지자체
재외동포 접근·소통 용이, 동질성 강화에 기여할 장소로
재외 한인들이 한민족의 일원으로 모국과 동질감을 강화하고, 저출산 시대 인구 절벽 문제의 대안이 되기 위한 백년대계로 설립되는 재외동포청이 자칫 돈만 바라보는 지자체들의 힘싸움에 재외동포와 상관없이 산으로 갈 수 있어 우려된다.
오는 6월 재외동포청이 신설돼 출범할 예정인 가운데, 아직 어디에 위치할 지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
이런 와중에 재외동포청을 유치하겠다는 지자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재외동포청의 상주 직원이 약 150~200명으로 예상되고, 연간 예산도 1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가족 이외에 재외동포 관련 사항으로 수 많은 재외 한인들이 방문할 것이라는 파생효과도 감안한 것이다.
우선 가장 두각을 보이는 지자체가 인천과 광주이다. 인천은 한국의 입국 제일 관문인 인천공항 위시한 송도, 영종도의 재외 한인 접근 편의성을 내세우고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인천의 33개 단체가 모여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위한 시민운동본부'를 지난 2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6일부터 도시철도역 6곳에서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인천시는 재외동포청 유치가 인천시의 1000만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인천시의 재외동포청 유치 이유는 1883년 제물포함을 개항해 세계 각국과 교역하고 교류한 관문도시이며, 1902년엔 제물포항으로 최초 이민자 121명이 하와이로 출발한 도시라는 점이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도 지난달 23일 외교부에 재외동포청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다. 강기정 시장은 중앙일보에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조성된 다른 지역과 달리 광주 고려인 마을은 경제난과 차별을 피해 이주한 고려인 동포가 모여 조성된 곳”이라며 “그만큼 재외동포 지원을 위한 풍부한 인프라와 국제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재외동포청 입지의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광주에 부처 본부급 규모의 정부 기관이 전무하고, 공공기관도 현저히 적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재외동포청 유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 시장은 광주에 부처 본부급 규모의 정부 기관이 전무하고, 공공기관도 현저히 적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재외동포청 유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현재 외국국적동포 3만 9000명이 거주하고 많은 외국인 노동자의 일자리가 있는 안산시도 재외동포청 유치에 나섰다. 이미 외국인 지원을 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행정기관과 커뮤니티 등 인프라가 조성되어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들었다.
독립기념관과 망향의 동산이 있는 천안시도 재외동포청 천안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천안의 유치추진 이유는 천안시는 국토의 중심이자 사통팔달 교통중심지로 730만 재외동포와 국내에 거주하는 해외동포들 모두 접근성과 역사성에서 최적지 등이다.
기존 재외동포재단이 있던 제주도는 접근성 등의 문제로 오히려 유치전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치열한 유치전 속에서 재외동포청을 외청으로 두게 된 외교부는 서울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지난 2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 수요자인 재외동포들의 편의성,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측면에서는 서울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교부와 재외동포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각 지자체나 외교부의 입장에서 재외동포청 유치의 타당성은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외교부가 말한 것처럼 재외 한인의 공통된 의견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바로 재외동포청의 수요자인 재외한인 사회에 어디로 유치하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해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의견 수렴을 한 적이 없다.
정작 재외동포청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재외 한인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모두 설레발을 치고 있는 모양세다. 그리고 외교부나 각 지자체나 정말 재외동포청을 유치해 재외 한인들에게 어떤 이익과 편익을 제공할 지에 대해서는 별로 제시하는 바가 없다. 자신들의 지자체나 부에 가져올 이익에 대해서만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셈이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재외 한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장소로 재외동포청이 자리잡기 위해 우선 한국 정부 차원이나 외교부 차원에서 재외 한인들의 의견 수렴을 하는 절차가 필수적이여야 한다.
사실 재외동포청 설립과 관련해 십 수 년 간 다양한 방법으로 재외동포청 관련 세미나나 포럼 등을 열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재외 한인사회의 의견 수렴보다는 한국 내 재외동포 전문가들이나 정치권에서 자의적으로 재외동포청의 필요성과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을 뿐이다.
여성부의 존폐에 대해 여성 단체에 묻고, 보훈부 승격을 위해 보훈관계자의 의견을 들었지만, 재외동포청을 위해 재외 한인사회에 제대로 된 의견을 경청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 동안 세미나나 포럼 등 재외동포청 설립을 위한 입장을 밝혀왔던 국내 인사들이 재외동포청 설립 준비에 참여 한다는 소식도 없다.
이번 재외동포청과 관련해 또 하나 지적해야 할 점은 바로 인사문제다. 현재 초대 재외동포청장으로 거론되는 인사가 아직 떠오르고 있지 않다. 또 최대 2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직원들의 선발에 대한 기준도 없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입법 절차 착수를 하면서 우주항공청 모든 보직에 유능한 외부전문가를 제한 없이 채용한다는 탄력적인 조직 구성·운영을 내놓았다. 외부전문가 영입을 위해 주식백지신탁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고, 외국인·복수국적자도 임용한다는 파격적인 인사 방안을 내놓았다. 현재는 외국인·복수국적자의 안보·보안 분야 임용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주항공청보다 안보·보안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재외동포청 모든 보직에 유능한 외부전문가를 국적에 상관없이 채용한다는 탄력적인 조직 구성·운영을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특히 재외동포재단이 그 동안 재외동포가 아닌 인적 구성으로 재외 한인사회와 겉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국적과 상관없이 재외동포청 청장을 비롯해 상당수의 직원을 재외동포로 채워 넣는 것이 극히 정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 상 재외동포청과 많은 부분 겹치고 있는 이민청을 실세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겠다고 현 정부의 출범 어디에도 없었던 조직을 만들려고 안달이다.
심지어 법무부는 국가백년대계로서의 출입국•이민정책 추진을 위하여, 한동훈 장관 취임 시부터 강조해 왔다는 이유로 3월 9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로 출장을 떠난다고 크게 외치고 있다.
이들 나라를 선정한 이유가 오랜 기간 다양한 이민•이주 정책의 파도를 겪은 유럽 주요 국가들과 ▴이민•이주•국경관리 관련 정보 및 정책을 신속•정확하게 교환하고, ▴이를 위한 원활한 소통창구를 마련하는 등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의 이민 상황은 식민 통치 후유증으로 피지배국가 난민들 위주로 이민이 몰리는 유럽보다 동족 위주 이민 정책을 펴는 이스라엘이나, 포괄적인 인재 위주로 이민을 받는 캐나다, 미국, 호주 등과 유사한 점이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직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논란에 대해 이틀 연속 "몰랐다"고 밝혔다. 뉴스1
한 장관은 작년 6월에도 미국의 FBI를 방문해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을 만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시스템의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법무부에 인사검증을 하려고 법무부 인사검증관리단을 두었다. 그런데 지난 정순신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 지난해 6월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이후 '권한 비대화' 등 각종 우려에 대해, 한 장관은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질 것이라고 발언했었다. 그러나 이번 정순신 사태 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결국 인사 검증 권한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검사의 작태를 보였다.
만약 이민청 설립으로 재외동포청과 마찰이나 차별, 그리고 이민자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책임회피할 것이 뻔한 상황이다. 결국 이런 무책임한 행동이 재외동포청의 업무를 반쪽으로 만들 우려도 있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국민의 힘이 집권당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힘 내의 유력자의 지역구로 마치 전리품처럼 정해지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된다.
국민의 힘에서 재외동포청 설립 추진단 위원장으로 김석기(경북 경주) 국민의 힘 사무총장이 앞장 섰고, 여당에서 신설되기까지 김 사무총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주도 재외동포청 유치에 나서고 있어 자칫 개인의 공명을 세우기 위한 결정이 내려질 우려도 있다.
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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