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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단독] 청소·주차·이주노동자도 모두 정규직 … 매출 9배로 뛴 삼진어묵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7-05-1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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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 475명이 100% 정규직인 부산 영도의 중소기업 삼진어묵 본사에서 15일 박종수 사장(가운데)이 직원 이정분(청소)·허경숙(생산)·강문구(매장관리)·김상철(주차)씨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전 직원 475명이 100% 정규직인 부산 영도의 중소기업 삼진어묵 본사에서 15일 박종수 사장(가운데)이직원 이정분(청소)·허경숙(생산)·강문구(매장관리)·김상철(주차)씨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니까 태어나서 처음 적금까지 들었다 아이가.”
 
16일 부산시 영도구에 있는 중소기업 삼진어묵 본사 매장에서 만난 주차관리원 김상철(57)씨는 매달 80만원씩 적금을 붓고 있다고 했다. 2014년 8월 이 회사에 취업하기 전까지 시장에서 장사하면서는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다. “친구들이 번듯한 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니까 로또 맞았다고 엄청 부러워한데이. 생활이 안정되니까 마음도 편하고 손님들이 짜증 내도 전혀 화가 안 나. 몸이 허락할 때까지 이 회사에 계속 다닐라꼬.”
 
삼진어묵 본사 매장 근처에서 20여 년 동안 산 이정분(69·여)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삼진어묵 청소근로자(미화원)로 일하고 있다. 생전 처음 갖게 된 직장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이씨는 “그동안 일정한 수입이 없어 주변에서 일을 부탁하면 도와주고 몇 푼 받아 생활했다”며 “삼진어묵에 입사하고 매월 일정한 급여가 나오니 자식한테 손 안 벌리고 생활비 걱정 안 해 좋다”며 만족해했다. 그는 “하루 3000명가량의 손님이 찾는 이 매장을 청소하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직장이 내 집같이 편안하다”며 웃었다.
 
1953년 설립된 삼진어묵에 근무하는 직원 475명은 모두가 정규직이다. 주차관리원과 청소부는 물론 어묵 포장, 택배 접수, 택배 포장, 물류 분류, 물류 배송기사 등 단순노동 근로자도 포함된다.
 
 
유일한 이주노동자인 인도네시아 출신 이맘 압둘 컬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 5월 이 회사에 입사한 컬리스는 그해 6월 결혼하고 한 달 동안 인도네시아에 머물렀다. 이전에 근무했던 금속 관련 업체는 비정규직이어서 한 달간의 휴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올해 10월 취업비자 만료로 인도네시아에 들어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회사에서 다시 받아 준다고 한다. 나에겐 꿈같은 직장”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창사 이래 단 한 명의 직원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은 지방 중소기업 삼진어묵이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13년 12월 국내 업계 최초로 베이커리형 어묵을 선보이며 2013년 82억원이던 매출액이 2016년 700억원으로 급증했다. 박종수(63) 사장의 아들인 박용준(35) 부사장이 고안한 ‘베이커리형 어묵’ 아이디어가 인기를 끌면서다. 롯데백화점 서울 잠실점에 팝업스토어로 선보였던 베이커리형 어묵 매장은 현재 서울·부산·대구·대전·천안 등지에 16개로 늘었다.
 
회사가 커지면서 2013년 45명이던 직원은 3년6개월 만에 475명으로 늘었지만 새로 채용한 직원 중 한 명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았다. 박 사장은 “직원은 식구니까 비정규직으로 뽑을 생각조차 안 해 봤다. 직원들이 책임감 있게 일하니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뽑으면 상여금·퇴직금 등을 주지 않아도 돼 1인당 연간 1000만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게다가 어묵은 겨울 음식이어서 일손이 달리는 겨울철에 직원을 대거 뽑고 설날 이후 해고하는 관행이 어묵업계에 만연해 왔다. 박 사장은 “베이커리형 매장으로 어묵시장이 고급화되고 확대되면서 여름철 매출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정규직으로 직원을 뽑아도 아직까지는 크게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내친김에 미국·일본 등 해외 수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박 사장은 “우리 직원들에게 평생 먹거리를 찾아 주는 게 내 임무”라고 강조했다.
 
삼진어묵은 신입사원 연봉이 2400만원으로 높지 않은데도 사람을 존중하는 중소기업이란 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 경쟁률이 대기업과 비슷한 160대 1을 기록했다. 신입사원 강문구(31)씨는 “대기업은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에 떨면서 부속품처럼 일해야 하지만 삼진어묵은 안정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 내가 낸 아이디어가 회사 경영에 바로 반영되는 것을 보면서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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