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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 '캐나다 데이', 중국계 이민자에겐 '아픈 기억의 날'로 남아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24-06-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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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7월 1일 '중국인 배제법' 제정... 24년간 중국인 이민 금지


제2차 세계대전 후 법 폐지... 중국계 캐나다인 사회 점진적 성장


"'캐나다 데이', 과거 반성하고 미래 향해 나아가는 계기 돼야"


캐나다 건국기념일인 7월 1일은 대다수 캐나다인에게 축제의 날이지만, 중국계 캐나다인 사회에는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날로 남아있다.


정확히 101년 전인 1923년 7월 1일, 당시 자치령의 날(Dominion Day)로 불리던 이날 캐나다 정부는 '중국인 이민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사실상 중국인의 이민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중국인 배제법'으로 불렸다.


테레사 우-포 씨 행동하는 중국계 캐나다인 재단(ACCT) 의장은 "당시 중국계 사회에 큰 수치심을 안겨준 법이었다. 


오랫동안 중국계 캐나다인들은 7월 1일을 '치욕의 날'로 부르며 자치령의 날 행사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에이프릴 리우 씨 밴쿠버 차이나타운 스토리텔링 센터 공공프로그램 교육 매니저는 "캐나다를 축하하는 날에 이런 차별적 법안이 발효됐다는 사실을 상상해보라. 


하지만 지금은 역사적 맥락 외에는 '치욕의 날'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배제법'의 영향은 중국계 캐나다인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1923년부터 1947년까지 24년간 지속된 이 법으로 인해 수많은 중국계 가정이 분리됐다. 


우-포 씨는 자신의 가족사를 예로 들며 "내 아버지는 41세가 되어서야 할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조부모님은 31년간 헤어져 살았고, 캘거리에는 아버지를 평생 만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우-포 씨는 이 법의 영향이 단순히 가족 분리에 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계 사회의 발전이 저해됐고, 사회 통합과 경제적 기회가 제한됐다. 


이러한 피해는 오랫동안 캐나다 사회에서 제대로 인식되거나 학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우 씨는 제2차 세계대전을 전환점으로 꼽았다. 당시 중국계 캐나다인들은 군 입대를 통해 캐나다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들은 전쟁에 참여함으로써 귀국 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리우 씨는 설명했다.


전쟁이 끝난 후, 원 알렉산더 커뮤 씨 등 중국계 지도자들의 노력으로 1947년 '중국인 배제법'이 마침내 폐지됐다. 


커뮤 씨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최초의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알려져 있다.


법 폐지 이후 중국계 캐나다인 사회는 점차 성장했다. 가족 재결합이 이뤄졌고, 투표권을 얻는 등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리우 씨는 "이때부터 밴쿠버 차이나타운이 번영하기 시작했다. 


중국계 캐나다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선구자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초의 중국계 변호사, 의사 등이 등장하면서 천천히 장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차이나타운 스토리텔링 센터는 '우리의 여정은 계속된다'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통해 '배제법' 시대를 겪은 가족들의 이야기와 그 후손들이 현재 캐나다의 미래에 기여하는 모습을 소개했다. 


그 중 하나가 알라나 입 씨의 이야기다. 그녀는 커뮤 씨와 밴쿠버 차이나타운의 또 다른 영향력 있는 지도자였던 입 상 씨의 후손으로, 엘리트 스포츠 클라이머로 활약하며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이 종목에 출전한 최초이자 유일한 캐나다 여성 선수가 됐다.


우-포 씨와 리우 씨는 '캐나다 데이'를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우 씨는 "이날은 대화와 화해의 시간이 되어야 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미승인 조상 영토를 인정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어려운 대화를 나누고 역사적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치유가 시작되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포 씨는 "더 포용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편견을 더 잘 인식해야 한다. '캐나다 데이'가 이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서로 연대하며 더 나은 캐나다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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