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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뉴스 | 방 20개 텅텅, 고시생은 2명뿐…노량진 고시원 88% 사라졌다

박종서 기자 입력24-03-26 08:59 수정 24-03-2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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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대로변에 위치한 폐업한 고시원. 창문에 '임대'라고 적힌 문구가 붙어있다. 박종서 기자


‘고시촌’으로 유명한 서울 관악구 대학동의 송모(52)씨 고시원은 지난 25일 기준 절반이 공실이었다. 4층짜리 건물에 각 2평짜리 방 20개가 있지만 10곳이 비어있었다. 고시원에 머무는 10명 중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2명뿐이고, 나머지 8명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외국인 노동자 등이다. 송씨는 “10개 호실에서 들어오는 월세로 전기세·수도세 등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어 현상 유지만 하는 실정”이라며 “지금은 고시원 운영이 불우이웃돕기가 따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시촌인 동작구 노량진동도 사정은 비슷했다. 건물의 2·5층을 사용하던 노량진역 인근 한 고시원은 창문에 ‘임대’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만 남아있었다. 5층에 있던 12개 호실은 모두 철거돼 잔해만 남았다. 현관문에 붙은 피난 안내도가 이곳이 고시원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일한 흔적이었다. 바로 옆 건물에 있던 고시원도 2년 전 폐업했다. 회색 철문은 굳게 잠겼고, 건물 벽에 색이 바랜 홍보 전단만 남아있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 줄면서 고시원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학동 내 고시원 수는 2015년 69개에서 지난해 36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노량진1·2동 내 고시원 수는 2015년 76개에서 지난해 9개로 줄었다. 노량진에서만 고시원 88%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과거 ‘공시족’이 대거 몰리며 성황을 이뤘던 고시원은 상당수 폐허로 변했다. 유명 학원에 출석해 강의를 듣고 각종 고시 정보를 얻기 위해 수험생이 고시촌에 몰려든 것도 10년 전 이야기다. 대학동 고시촌에서 18년간 문구점을 운영해 온 조원복(53)씨는 “옛날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도 많아 월세를 아낄 수 있는 고시원 인기가 좋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고시원은 물론 고시촌에도 10년 전보다 학생도 절반 이상 줄었다. 출구가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강의 확산도 고시원 수요를 줄였다. 대학동에 거주하며 5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길모(25)씨는 “인강이 워낙 잘 돼 있고 논술도 온라인으로 첨삭 받을 수 있는 시대”라며 “심지어 고시촌에 살면서도 실강(실시간 강의)에 나가지 않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고시원 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일부는 주거용 원룸으로 개조되는 추세다. 지방에서 올라와 저렴한 집을 찾는 대학생이나, 지하철 2·9호선을 이용해 강남·여의도 등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대학동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곽모씨는 “고시원을 원룸으로 개조한 주변 사장들이 ‘신림선 생기고 여의도나 강남에 직장 있는 사람들이 근방 원룸 많이 찾으니 (원룸으로) 고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남아있는 열악한 고시원을 채우는 건 과거 고시 공부를 하다가 포기한 고시 낭인(浪人)이나 일용직·외국인 노동자가 대다수다. 송씨는 “고시원에 남은 인원 중엔 20년 전 고시 공부하러 고시촌에 흘러들어와 50세가 넘을 때까지 머무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고시촌에서 공시생이 사라지며 고시촌 상권도 자연스레 위축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노량진·신림 고시촌 내 외식업체는 2015년 1444개에서 지난해 1273개로 줄었다. 20년째 대학동 고시촌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동건(47)씨는 “고시생이 줄어 6개월도 안 돼서 폐업하는 가게가 허다하다”며 “근처에 3개월 만에 문 닫은 술집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이아미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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