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공장에 예술 터치 … 밴쿠버 흉물이 관광 명소로 >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밴쿠버 | 콘크리트 공장에 예술 터치 … 밴쿠버 흉물이 관광 명소로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5-06-28 10:08

본문

00.gif
1 캐나다 밴쿠버의 시멘트 기업 오션 콘크리트 내 벽화 ‘자이언츠’. 시멘트 보관 시설인 사일로에 거인의 모습을 그렸다. 2 오션 콘크리트 공장 바로 옆에 위치한 에밀리 칼 디자인 대학교. 3 그랜빌 아일랜드의 상점 뒤로 ‘자이언츠’가 보인다. [사진 이종혁]

 

 

 

사람들이 꺼리는 시설이나 공장을 기피시설이라고 합니다. 시멘트 관련 공장도 그중 하나죠. 그래서 사람이 덜 모이는 지역이 시멘트 공장입지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소음이나 진동, 분진 관련 민원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한 해 10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캐나다 밴쿠버의 대표적 관광지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에서는 예외입니다. 이곳에 있는 시멘트 기업 오션 콘크리트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장에 예술을 입혔기 때문입니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그랜빌 브리지 아래 위치한 15만㎡(여의도 20분의 1 수준) 크기로 섬 모양을 한 육지입니다. 북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언급되는 곳입니다. 산업 황무지에서 도시의 오아시스로 변환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전통시장(public market)이 유명하고 문화 허브, 미식가의 오아시스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경관 문제를 창조적 예술활동으로 해결”


이곳은 세 가지 차원의 ‘융합 공간’으로 구성됐습니다. 첫째, 시대의 융합입니다. 1915년 공업단지로 조성된 후 70년대 후반부터 공장이 떠난 자리를 문화예술 및 서비스산업이 채웠습니다. 지금도 공장의 외형은 역사를 간직한 채 유지되고 있습니다.

둘째, 세대의 융합입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젊은이들, 그리고 노년층에 이르는 전 세대가 찾는 공간입니다. 셋째는 콘텐트의 융합입니다. 다양한 예술가 그룹의 작업 공간과 지역공동체의 쇼핑 공간, 그리고 관광 및 교육시설이 혼재돼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에밀리 칼(Emily Carr Institute of Art and Design) 디자인 대학교도 있습니다.

최근 그랜빌 아일랜드 내 오션 콘크리트의 6개 시멘트 사일로(silo)는 대표적인 예술품이 되었습니다. 2014년 봄에 시작된 제3회 밴쿠버 비엔날레(biennale)에 초청된 작품 중 하나입니다. 브라질 출신의 구스타보 판돌포와 오타비오 판돌포 쌍둥이 형제작가 그룹인 ‘오스 제메오스(Os Gêmeos)’의 작품 ‘자이언츠(GIANTS)’가 그것입니다. 이 작품은 23m 높이의 거대한 원형 타워 모양의 사일로 6개에 거인 6명을 그린 것입니다. 밴쿠버시 최초의 벽화 작품이며 세계적으로도 원형 벽면 구조물에 입체적 도색을 시도한 첫 작품입니다. 작가들이 중장비를 타고 사일로에 올라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작품 활동 예산도 소셜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모금했습니다. 콘크리트 공장에서 예술 활동이 구현됨으로써 기피시설이 공중 친화시설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지역 주민, 관광객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밴쿠버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루크(Luke)는 “경관 문제를 창조적인 예술 활동으로 해결한 것 같다”면서 “과거 불만족스럽던 시설이 이제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작품을 만든 구스타보와 오타비오 형제는 “모든 도시는 예술을 필요로 하고 예술은 일상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술이 일상 속 공공 문제를 해결하는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이언츠 작품은 대중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예술을 통해 고정관념을 전환하자는 밴쿠버 비엔날레 취지에도 부합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공공예술을 통해 그랜빌 아일랜드라는 관광지 내에 있던 기피시설을 또 하나의 랜드마크로 변형시켰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기피시설은 불가피한 존재입니다. 물리적으로만 멀리하면서 사회적 갈등만 초래해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LOUD는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 소외당하는 시설이지만 꼭 필요한 국가 인프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피시설로 낙인찍힌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많은 갈등과 논쟁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대중이 꺼리는 시설을 찾아보고 관광자원과 연계시키거나 문화 예술 콘텐트를 투입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곳이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중저준위 방폐장)입니다.

LOUD도 지난 5월 14일 경주 방폐장을 방문했습니다. 부지 선정을 위한 갈등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곳입니다. 공사 기간 30년에, 공사비만 1조5000억원을 들였습니다. 방사성에 폐기물이라는 말까지 붙어 있으니 대중의 시각에서는 기피시설입니다. 기피시설이 생활문화, 교육의 공간이 되기 위해선 콘텐트가 넘쳐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게 LOUD의 생각입니다.


방폐장 방문객 센터, 갤러리로 활용 가치


경주 방폐장은 문무대왕릉 주변에 있습니다. 코라디움이라는 방문객 센터와 공원도 조성돼 있더군요. 지하로 들어가는 1415m의 동굴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해 이동 차량이 다니는 운영동굴과 이를 건설하기 위해 조성된 건설동굴로 나뉩니다. 준공 이후 건설동굴은 사실상 거대한 지하공간으로 남게 됩니다. 이곳을 사진, 영상, 소리 관련 국내외 대표 작가의 작업공간으로 활용해 그 결과물을 방문객 센터에 전시하면 어떨까요. 방문객 센터가 흔한 홍보관이 아니라 건설동굴 속에서 구현된 예술을 공유하는 갤러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안전교육과 문화공간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 시설을 책임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이종인 이사장은 이미 방폐장 시설과 주변을 관광지로 만들고 대표적인 안전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수학여행지 경주에서 학생들이 꼭 둘러보아야 할 곳으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직접 건설동굴에 들어가 거닐며 실험해 보니 그 안의 울림 정도라면 한국 전통 소리를 위한 기록 공간이 될 수도 있겠더군요. 경주 방폐장에 창의적인 상상과 예술이 더해질 때 국민도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기피시설에 예술을 입히고 세상과 소통하자’는 캐나다 현지에서의 LOUD 제안이 방폐장을 혐오 시설이 아닌 무한가치의 보고(寶庫)로 재탄생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밴쿠버=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Total 3,067건 74 페이지
제목
[밴쿠버] 포코, 닭고기 가공 시설 쓰레기 관리 미흡에 …
  버려진 닭 머리와 발, 까마귀가 먹은 후 주택가에서 발견   포트 코퀴틀람에 있는 릴리데일(Lilydale) 닭고기 가공 시설이 인근 주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가공 후 남은 닭 부위에 대한 관리 미흡...
EverWhip
07-03
[밴쿠버] 밴쿠버 부동산 시장, 6월에도 호황 계속
  거품 붕괴 위험 경고를 받고 있는 밴쿠버 부동산 시장이 올 6월에도 호황을 이어갔다. 광역 밴쿠버 부동산 보드(Real Estate Board of Greater Vancouver, REBGV)는 ‘총 4, 375 건의 거래가 이루...
EverWhip
07-03
[밴쿠버] 교통소비세 투표 무효, 결과에 다양한 반응
트랜스링크 "민심 존중", 시장들 "실망", 주정부 "축하", 납세자연합 "우리의 승리"   0.5%의 교통증진 소비세 시행 여부를 묻는 대중교통 주민투표 결과가 지난 2일(목) 발표되...
EverWhip
07-03
[밴쿠버] 잔디 급수 규정 어기는 사람, 밴쿠버에서만 3…
    지난 6월부터 오는 9월까지, 매년 여름 실시되는 ‘잔디 급수 시간 제한’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본지 6월 2일 기사 참조>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간 규정을 어겨 경고...
EverWhip
07-02
[밴쿠버] 교통증진 소비세, 48.6% 참여율로 투표 무…
  밴쿠버 및 써리 비롯한 대부분 지자체에서 반대표 많아   올 3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대중교통 주민투표(Transit Referendum) 결과가 발표되었다.   0.5% 교통증진 소비세 시행 여부를 결정짓...
EverWhip
07-02
[밴쿠버] 20년 맞은 '대마초의 날' 행사, 첫 시위 …
(1일(수) 현장 모습)   경찰, 현장에서 불법 판매자 체포   캐나다 데이였던 지난 1일(수), 밴쿠버 아트 갤러리 앞에서는 ‘대마초의 날(Cannabis Day)’  행사가 함께 열렸다.   ...
EverWhip
07-02
[밴쿠버] BC주, 미국인 방문 꾸준한 상승세
    미 달러의 환율 강세가 계속되며 미국인의 캐나다 방문률도 꾸준한 상승세에 있다.   2015년 5월, 피스 아치(Peach Arch)를 지나 BC 주를 방문한 미국인이 2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
EverWhip
07-02
[밴쿠버] 대중교통 주민투표 결과, 2일(목) 오전 발표
  CBC화면 캡쳐   올 3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대중교통 주민투표(Transit Referendum)의 결과가 오는 2일(목) 발표될 예정이다.   선거청(Elections BC)의 선거관리장(Chief Electoral O...
EverWhip
06-30
[밴쿠버] 총격 사고 멈추지않는 써리, 피해자 협조 여전…
RCMP, "가해자 단서 없을 때 피해자 협조가 유일한 대안"     올해 들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총격 사건을 조사 중인 써리 RCMP가, 피해자 신원공개라는 강수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해자 협조를 받지 못하고...
EverWhip
06-30
[밴쿠버] 리치몬드, 가짜 금괴 판매한 중국인 체포
(RCMP가 압수한 가짜 금괴들)   리치몬드 RCMP가 가짜 금을 판매한 혐의로 중국인 남성 한 사람을 체포했다. 리치몬드에 거주하는 바오 솅 종(Bao Sheng Zhong, 44세)은, 자신을 공사현장 인부로 소개하고 ‘현장에서...
EverWhip
06-30
[밴쿠버] 캐나다 여자국가대표팀 유일한 BC 출신 선수,…
   "지난 월드컵보다 경기력 상승, 가장 중요"   캐나다 팀이 2015년 여성 월드컵 4강 진출을 실패하면서, 팀 내 유일한 BC주 출신 선수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로 빅토리아 출...
EverWhip
06-30
[밴쿠버] 지난 주말, BC주 64개 지역에서 역대 최고…
    역대 최고로 더운 6월 될 수도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주말, BC 주의 무려 64개 지역에서 역대 최고 낮 기온이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환경청(Environment Canada)의 발표에 따르면,...
EverWhip
06-30
[밴쿠버] 버나비, 캠핑카 내부 화재로 고속도로 정체 발…
(당일 오후 1번 고속도로의 버나비 구간 모습)   (도로 정체의 원인은 한 캠핑카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지난 28일(일) 1번 고속도로의(Hwy. 1)의 버나비 구간에서 캠핑카 화재가 발생해 1시간 동안의 도로 ...
EverWhip
06-29
[밴쿠버] 음식쓰레기 분리 수거, 7월 1일부터 벌금 부…
  폐기물 중 음식물이 1/4 넘을 경우 적용   공공 시설 및 다가구 주택에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법이 적용된 지 6개월이 지났다.   메트로 밴쿠버는 오는 7월 1일(수) 부터 쓰레기를 규정에 맞게 분리하지 않는 ...
EverWhip
06-29
[밴쿠버] 캐나다의 148번째 생일, 지역 곳곳에서 축제…
  대부분 무료, 밤까지 이어지는 곳도 많아   내일 7월 1일(수)은 캐나다에서 가장 중요한 국경일인 캐나다 데이(Canada Day)다. 메트로 밴쿠버 곳곳에서 예년과 같이 다양한 행사를 만날 수 있다.   캐나다&...
EverWhip
06-29
[밴쿠버] 콘크리트 공장에 예술 터치 … 밴쿠버 흉물이 …
1 캐나다 밴쿠버의 시멘트 기업 오션 콘크리트 내 벽화 ‘자이언츠’. 시멘트 보관 시설인 사일로에 거인의 모습을 그렸다. 2 오션 콘크리트 공장 바로 옆에 위치한 에밀리 칼 디자인 대학교. ...
redbear300
06-28
[밴쿠버] 대형 화재와 총격 사건 연이은 써리
(25일(목) 화재 현장 모습) (26일(금) 새벽의 총격 현장 모습)   총격 부상자 2명, 화재 인명피해는 없는 듯            &nbs...
EverWhip
06-26
[밴쿠버] SPCA, 이번 주말 성묘 입양 캠페인
  생후 6개월 넘은 성묘, 75 달러에 입양   동물보호단체 SPCA의 BC 지부가 이번 주말, 재단이 보호하고 있는 성인 고양이 입양 캠페인을 펼친다.   성묘 기준은 생후 6개월이 넘은 것으로, SPCA는...
EverWhip
06-26
[밴쿠버] 무더운 여름, 애완견 차에 남겨두지 마세요!
  SPCA, "여름철 외출할 때는 집에 두는 것이 최선"   메트로 밴쿠버에 무더위가 찾아오자 동물보호단체들이 분주해지고 있다.   매년 여름, 자동차에 애완견을 홀로 남겨두는 사람들이 많기...
EverWhip
06-25
[밴쿠버] 포코 주택가, 요트에서 화재
화재 당시 현장 모습   소방서, '방화 의심' 조사 진행   BC 주 곳곳에서 대규모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메트로 밴쿠버 지역에서 방화로 의심되는 주택가 화재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
EverWhip
06-25
[밴쿠버] 밴쿠버 시의회, 8-3으로 마리화나 규제 확정
  부제: 연방 보건부 "실망스러운 결과", 빅토리아 시의회 "우리도 뒤따를 것"     지난 24일(수), 밴쿠버 시의회가 불법 마리화나(Marijuana, 대마초) 판매 업계에 대...
EverWhip
06-25
[밴쿠버] 밴쿠버 외 3개도시, 테러 위협 제일 높아
  캐나다 도시 중 밴쿠버, 에드몬튼, 몬트리올, 토론토가 테러위협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테러 방지센터 (Intergrated Terrorism Assessment Centre)에 따르면, 대부분 도시들 테러 위...
허정민
06-24
[밴쿠버] 코퀴틀람, 먼디 파크에 'off-leash' …
(시청이 제공한 새 산책로 예정도)   애견인 많은 캐나다, 그러나 부주의에 대한 불만도 높아   올 여름 ‘Train Your Human’ 캠페인을 통해 애견인의 공원 비매너 단속 강화 계획을 밝힌 ...
EverWhip
06-24
[밴쿠버] 써리, 괴한이 택시 운전사 습격
  지난 21일(일), 써리에서 택시 운전사가 괴한의 습격을 받고 현금과 귀중품을 갈취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운전사는 이른 새벽인 5시 반 경, 108번가와 144번 스트리트가 만나는 곳에서 한 남성을 태웠다.   ...
EverWhip
06-24
[밴쿠버] '운전 중 기기 사용' 했다고 핸드폰 압수?
  안톤 장관, "주민 기분 이해하나 과하다 생각"   BC 법무부가 ‘운전 중 기기 사용(Distracted Driving)’ 처벌에 대한 주민의견 창구를 개설한지 1주일이 지났다. &nb...
EverWhip
06-24
게시물 검색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