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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단독] 360년 전통 ‘국수의 신’ 모셔온 정지선의 뚝심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4-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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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九州)의 나가사키(長崎)현 미나미시마 바라(南島原)에 위치한 진가와(陣川) 공장의 모습. 360년 11대에 걸쳐 수제 소면을 생산하는 곳이다. [사진 현대백화점]

일본 규슈(九州)의 나가사키(長崎)현 미나미시마바라(南島原)에 위치한 진가와(陣川) 공장의 모습.360년 11대에 걸쳐 수제 소면을 생산하는 곳이다.[사진 현대백화점]

일본 규슈(九州)의 나가사키(長崎) 현 미나미시마바라(南島原) 시엔 두 가지 명물이 있다. 앞바다에서 관광객을 반기는 야생 돌고래, 그리고 400년을 이어져 내려온 소면이다. 특히 사람 손으로 일일이 면발을 늘리는 작업을 하는 이 지역 수연(手延) 소면은 일본 내에서도 최고의 품질로 유명하다.
 
300여개가 넘는 소규모 공장 중 단연 으뜸은 ‘진가와(陣川) 소면’ 공장. 11대에 걸쳐 360년간 최상급 소면을 만들어왔다. 꼬박 3일 동안 18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진가와 소면이 완성된다. 협업해 나가사키 현 외에 다른 곳에 매장을 내자는 업계의 러브콜이 잇따랐지만 진가와 소면은 그동안 오직 우직스럽게 전통 방식으로 소량생산(월 최대 1만㎏)에만 집중해왔다. 특유의 쫄깃한 식감으로 일본 내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에만 납품한다. 이런 진가와 소면을 이젠 국내 백화점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27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국수 전문점 ‘진가와’가 다음 달 13일 처음으로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문을 연다.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진가와란 상호를 달고 국수 전문점이 문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면은 전량 일본 진가와 공장에서 들여온다. 한식 업체인 ‘봉우리’가 매장을 운영하며 상품개발에도 참여한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전국 점포에 진가와를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13일 최초로 ‘진가와’ 국수 전문점을 대구점에 오픈한다. 진가와가 외식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13일 최초로 ‘진가와’ 국수 전문점을 대구점에 오픈한다. 진가와가 외식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현대백화점]

진가와 한국 진출에는 현대백화점의 끈질긴 설득이 주효했다. 상품본부 이재원 바이어는 지난해 11월 진가와 11대 주인으로 일본 소면 국가 장인인 토시오(陣川 俊夫·72)를 무작정 찾아갔다. 일주일간 매일같이 찾아가 설득 작업을 펼쳤다.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소면만 쳐다보며 눈길도 주지 않던 그는 5일 만에 ‘이야기나 들어보자’며 차를 권했다. “진가와의 전통을 고스란히 지키면서 진정성을 유지하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바이어의 약속에 길게 침묵하던 토시오가 “좋다”고 답하면서 한국 진출이 결정됐다.
 
360년 고집을 꺾은 것은 바이어의 진정성이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바이어가 일본까지 날아가 기약없는 기다림과 설득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뚝심이 크게 작용했다.
 
정지선 회장

정지선 회장

정 회장은 요즘 직원들에게 틈만 나면 강조하고 있는 ‘뉴콘텐트 전략’이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보다는 선도하고 제안하려면 브랜드 유치가 아닌 개발에 힘쓰라는 주문이다. 유통업계에서 흔하게 이뤄지는 자체브랜드(PB) 방식과는 또 다르다. 기존에 브랜드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되던 업종이나 업체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 커지면서 백화점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내놓은 ‘정지선식 해법’인 셈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최근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트렌드를 선도하고 먼저 제안하는 것이 백화점의 역할”이라면서 “실패해도 좋다. 두려워 말고 새로운 시도에 나서라”고 말했다.
 
뉴콘텐트 전략은 식품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1월에는 업계 최초로 맞춤형 원목가구 전문 브랜드 ‘카레 클린트 비스포크 스튜디오’를 대구점에 문을 열었다. 6개월 간의 시장 조사 끝에 공방 형태로 운영되던 수제 가구업체를 백화점에 입점시키고, 브랜드화한 것이다. 백화점에 와서 가구 디자인과 목재를 결정하고 주문에 따라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오픈 1개월만에 리빙관 매출 1위(2억5000만원)를 달성하며 인기를 끌었고 지난 3월에는 서울지역(디큐브시티)까지 입점했다. 향후 전국 점포로 매장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뉴콘텐트전략에 따라 제2, 제3의 진가와 같은 브랜드를 계속해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브랜드 개발 후보를 추리는 작업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식품뿐 아니라 가구, 패션 쪽에서도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개발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면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프랑스의 3대 낙농조합과도 유제품을 활용한 디저트 브랜드를 런칭하기로 최근 합의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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