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이 발생한 집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이 구매하려는 사람에게 구매 확정 전에 사건 내용을 알렸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상급심에서 뒤집혔다.

BC주의 최고심 격인 BC주항소법원은 2018년 3월 BC주 고등법원이 내린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고법은 밴쿠버 쇼네시 지역의 610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 주택을 구매한 사람이 자신이 사들인 집이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내용을 전 집주인으로부터 듣지 못했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는 매매 계약을 맺기 전 사건을 알았더라면 집을 사지 않거나 가격을 더 흥정했을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고법 판결에서 재판부는 전 집주인이 집을 내놓은 여러 이유 중 자녀의 학교생활 부적응도 들어있었음에 주목했다. 그런데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주요 이유가 자신의 가족이 살해당해 언론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웠다.

당시 판결에 따라 전 집주인은 새 주인에게 보증금 30만 달러를 돌려주고 이자와 소송에 따른 비용 또한 부담해야 했다.

전 집주인이 낸 항소심에서 항소법원 재판부는 자녀의 학교생활 부적응이 여러 이유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가족의 피살 소식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부동산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만한 점이 있는지 파악하는 데 더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구매인이 막연하게 질문했다면 판매인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말하지 않고 회피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거래 2년 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새 집주인이 민감하게 생각하리라는 점을 예전 집주인이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그 증거가 없이는 집에 관한 이력을 일부 알리지 않았더라도 거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밴쿠버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