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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뉴스 | "난 내 몸에 갇힌 죄수"…전신마비 40대女, 페루서 첫 안락사

하수영 기자 입력24-04-23 09:22 수정 24-04-2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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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이자 다발성근염 환자인 아나 에스트라다는 최근 4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페루의 첫 번째 안락사 사례다. AFP=연합뉴스


안락사·조력자살이 불법인 페루에서 40대 여성이 예외를 인정받아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페루에서 시행된 첫 번째 안락사 사례로, 이 여성은 희귀 퇴행성 질환으로 온몸이 마비된 상태였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심리학자이자 다발성근염 환자인 아나 에스트라다는 최근 4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에스트라다의 변호사인 호세피나 미로 퀘사다는 엑스(X)를 통해 "에스트라다가 지난 21일 사망했다"면서 "아나는 자신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존엄한 죽음을 위한) 싸움에 함께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정을 지지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고 전했다.


퀘사다는 이어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위한 아나의 투쟁은 수천 명의 페루인들에게 그 권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고 강조했다.


에스트라다는 2022년 법원으로부터 의료지원을 통해 사망할 권리를 인정 받았다.


그는 근육 염증으로 근력이 저하되는 퇴행성 질환인 다발성근염 환자로, 12세 때부터 증상이 나타났고 20세 무렵엔 스스로 걷지 못해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대학에 진학해 심리학을 전공했고 심리 치료사로 일했다. 이 과정에서 저축을 통해 집을 사고 부모에게서 독립했으며, 연애도 하고 고양이도 길렀다.


열심히 일상 생활을 해 나가던 그는 2015년부터 상태가 악화하기 시작했다. 2년 뒤에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됐고 키우던 고양이는 입양 보내야 했으며, 전신이 거의 마비된 채 튜브를 통해 음식을 섭취하면서 누워서 생활했다.


이에 에스트라다는 2019년 안락사를 통해 원할 때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나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당장 죽고 싶지는 않지만 언제 삶을 끝낼지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싶다"고 호소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병은 더 악화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게 됐고 호흡도 어려워졌다. 때론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야 했다. 2021년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그러한 자신의 처지를 "하루 24시간 내 몸 안에 갇힌 죄수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에스트라다는 '존엄한 죽음'을 향한 싸움을 이어 나갔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침대에 누워 재판 과정에 참여했고 '존엄한 죽음을 위한 아나'라는 블로그를 만들어서 녹취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송 과정 등을 공유했다.


결국 2022년 페루 대법원은 "에스트라다의 결정을 보건당국이 존중해야 한다"는 하급심을 확정하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 페루 법에 따르면 안락사를 도운 이는 최고 3년형에 처해지지만, 이 판결로 예외를 인정받은 에스트라다를 지원한 의료진은 처벌받지 않게 됐다.


에스트라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언론에 "죽음이 아니라 자유를 위해 싸워왔다"며 "나는 삶에서 고통을 더 견디지 못하게 될 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화롭고 차분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 때 안락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는 "더는 글을 쓰거나 내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때가 올 것"이라며 "내 몸은 약해지고 있지만 마음과 정신은 행복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 역시 그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신자가 많은 페루는 중남미 지역의 다른 대부분 국가와 마찬가지로 안락사와 조력자살을 금지하고 있다.


중남미 국가 가운데선 콜롬비아와 쿠바가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으며 에콰도르에서는 지난 2월 특정 조건 아래 행해진 안락사는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헌재의 결정이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캐나다, 벨기에, 스위스 등 소수 국가만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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