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아인슈타인병' 앓던 소년, 컴퓨터공학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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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군과 어머니 정현주씨가 지난 22일 서울 장충고 도서실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컴퓨터 지식이 풍부한 홍식군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아스퍼거 증후군. 내년 3월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는 김홍식(18)군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병이다. 언어 능력 습득이 지연되고 대인관계에 문제를 보이는 발달장애의 일종이다. 공감능력이 낮아 일방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고 특정분야에 강하게 몰두한다. 일각에선 아인슈타인·뉴턴 같은 천재들이 아스퍼거 증후군 증세를 보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양대 진학한 김홍식군
말투 어눌, 공감능력 낮지만
수학·컴퓨터에 뛰어난 재능
운영 블로그엔 1400만명 다녀가
홍식군은 아스퍼거 증후군 때문에 중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남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말투는 어눌했고,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데 서툴렀다. 사춘기를 맞은 또래 친구들과의 학교 생활에서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입을 위험도 있었다. 결국 홍식군의 부모는 홈스쿨링을 택했다. 홍식군의 어머니 정현주(56)씨에게 힘들었던 점을 묻자 한참 기억을 더듬었다. “홍식이의 어눌한 말투 때문에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일이 많았어요. 한글도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깨우쳤는데, 겉모습만 보고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죠. 힘든 게 너무 익숙해져서, 힘들다는 사실 조차 잊고 지냈네요.”
하지만 홍식군은 계속 세상과 부닥쳤다. 언어치료실을 다니며 소통하는 법을 배웠고, 치료실에서 만난 발달장애 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했다. 그러면서 그의 재능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관심 분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홍식군에겐 수학과 컴퓨터였다. 언어치료실에선 홍식군을 ‘만세력’이라고 불렀다. 연도와 날짜를 말하면 1초도 안돼 무슨 요일인지 계산해 내는 능력 때문이었다.
홍식군은 스스로 시간표를 짜고 공부해 2년만에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러나 고교 진학을 앞두고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홍식군과 어머니는 피하지 않고 맞서기로 했다. 서울 장충고에 입학한 홍식군은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생활했고, 성실히 공부했다. 3년간 한 번도 지각·결석을 하지 않았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실력도 날로 늘었다. 홍식군의 2·3학년 담임인 정규화 교사는 “수학시간에 내가 교과서에 없는 내용을 잠깐 언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홍식이는 혼자 미분·적분을 해가며 그 부분을 끝까지 고민하곤 했다”고 말했다. 홍식군은 이런 노력으로 이 학교 자연계 학생 140여 명 중에서 1등을 했다. 또 컴퓨터 지식을 이용한 블로그로 세상과 소통했다. 홍식군이 운영한 ‘강파홍의 포토샵’ 블로그에는 1400만명 이상이 들렀고, 이웃수도 3만9000명에 달한다.
홍식군은 노력과 재능을 높이 평가받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했다. 그는 “대학에서 여자친구도 사귀고, 공부도 열심히 해 세상에 도움을 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홍식이를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껴안으니 병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됐다”며 “다른 사람들도 홍식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글·사진=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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