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배구 | 아버지만큼 농구 잘하는 허웅·허훈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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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2-19 02:00 조회39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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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티즈 종 강아지를 안고 나타난 프로농구 원주 DB 허웅(26)과 부산 KT 허훈(24)이 “허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허웅·허훈 형제는 ‘농구 대통령’ 허재(56) 전 대표팀 감독의 아들이다. ‘허씨 삼부자’는 큰 코와 중저음의 목소리는 물론 농구 실력까지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프로농구에서 승부는 양보할 수 없다. 형제는 지난 13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두 사람이 공식 경기에서 정식으로 맞대결을 펼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두살 터울인 형제는 삼광초-용산중-용산고-연세대를 나란히 다녔다. 대학을 졸업한 뒤 형 허웅은 2014년 프로농구 DB에 입단했다. 동생 허훈은 2017년 프로에 입단했지만, DB에서 뛰던 허웅이 상무에 입대하면서 맞대결이 늦춰졌다.
그런데 지난달 허웅이 전역하면서 형제는 공식 경기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허웅은 “어릴 적부터 1대1 대결은 몇천번은 한 것 같다. 10점 내기를 하는데 승률은 50대50 정도였다. 그런데 진 사람이 꼭 ‘다시 하자’ 고 해서 결국 한 판이 열 판이 된다”고 말했다.
허웅은 “경기를 앞두고 아버지가 ‘동생한테 1점도 주지 말라’라고 농담을 하셨다. 아버지 말씀대로 제가 털어버렸다”며 활짝 웃었다.
형제는 맞대결을 펼친날 똑같은 농구화(나이키 하이퍼어택)를 신었다. 허훈은 “형 제대 기념으로 내가 농구화를 사줬다. 형이 군에 있는 동안 30만~40만원씩 용돈을 주다 보니 빈털터리가 될 뻔했다”며 “대학 시절에는 (먼저 프로에 진출한) 형이 용돈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프로농구연맹(KBL) 관계자는 “허웅이 상무에서 제대를 앞두고 마지막 8개월간 새벽과 야간에 집중적으로 개인훈련을 하더니 실력이 훨씬 좋아졌다”고 전했다. 허웅은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군대에서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면 농구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훈이도 군대에 가는 게 좋다”며 웃었다.
허훈은 맞대결에서 형에게 진 뒤 정신을 바짝 차렸다. 허훈은 지난 17일 SK전에서 3쿼터에만 17점을 기록하는 등 개인 최다인 25점을 올렸다. 동생의 경기를 모두 챙겨본다는 허웅은 “수비하는 입장에서 포인트가드 훈이를 막기 힘들다. 일대일 능력이 뛰어난 데다 드리블 돌파도 좋다”며 “훈이가 대표팀에서 함께 힘든 시기를 겪은 뒤 부쩍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웅은 “삼부자가 대표팀에 뽑힌 건 큰 영광이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쉬웠다. 팬들에게 인정을 못 받았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나와 훈이는 자만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앞으로 잘한다면 팬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허훈도 “농구공을 잡는 순간부터 ‘허재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팬들의 비난과 질타가 없었다면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련이 우리 형제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버지 허재 감독은 대표팀에서 물러난 뒤 야인 생활을 하고 있다. 허 감독은 “두 아들이 아버지 그늘에 가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텐데 스스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또 맞대결을 펼칠 텐데 형제라도 양보란 없다. 죽기 살기로 할 수밖에 없다”며 허허 웃었다.
형제는 28일 원주에서 두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허훈의 소속팀 KT는 4위(23승22패), 허웅이 몸담은 DB는 7위(22승24패)를 달리고 있다. 3위부터 7위까지 승차가 2.5경기에 불과할 만큼 6강 플레이오프 경쟁이 치열하다. 허훈은 “제가 0점에 그치더라도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몸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허웅은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형제가 맞대결을 펼칠 원주 종합체육관에는 아버지 허재 감독의 백넘버(9번)가 새겨진 유니폼이 걸려있다. 허웅은 “인연이란 게 신기하다. 영구결번된 아버지의 백넘버가 적힌 유니폼이 걸려있는 코트에서 형제가 맞대결을 펼친다. 은퇴할 때 아버지 유니폼 옆에 내 유니폼이 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형제가 모두 이번 대표팀에서 탈락했지만, 열심히 해서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 팬분들에게 인정받을 때까지 뛰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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